<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

길고 이상한 제목. 그런데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제목만 들어도 두근두근한 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새로운 속편으로 찾아왔다. 이름하여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프랑스에서도>. 제목에서 예상하듯 이 영화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새로운 영화다. 도대체 이 영화가 뭐길래 프랑스까지 간 걸까. 일본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지금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유니버스(?)를 정리했다.


워크숍 영화가 3천억을 벌기까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영화를 소개하기 전, 독자에게 권한다. 이 영화를 전혀 모른다면 일단 보자.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본 사람들은 말한다. 이 영화는 예고편도, 시놉시스도,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게 가장 재밌다고. 에이, 그런 게 어딨어 하지만 이 영화의 마법은 그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는 의외성에 있다. 그러니 혹여 관심은 있으나 아직 안 봤다면 1편이라도 먼저 보자. (그리고 이 글도 스크랩해놓자)

단막극을 보여주는 1막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좀비 영화를 촬영 중인 현장에서 시작한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와 감독이 실랑이를 벌이던 중 진짜로 좀비가 나타나고, 감독은 카메라에 "절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라고 외치고 사라진다. 영화의 주인공 치나츠는 좀비 사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끼 하나를 들고 사생결단한다. 촬영장인 폐공장의 옥상으로 향한 치나츠, 좀비가 된 상대 배우의 목을 내리친다.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며 치나츠와 누군가 폐공장 옥상에 그린 오각성을 포착한다. 그리고 대망의 엔딩크레딧.

생방송 좀비 단막 연출을 맡은 히구라시(왼쪽)와 그의 가족

허접한 좀비 분장, 배우들의 어설픈 대사 처리, 얼렁뚱땅 막 내리는 엔딩. 영화가 뭐 이래 싶을 즈음에 당신은 이제 막 30분이 지났음을 알게 된다. 이 영화 90분이랬는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는 다시 촬영 전으로 간다. 감독 히구라시(하마츠 타카유키)가 '생방송 원 컷 롱테이크 좀비 단막극'을 제안받는 시점으로. 히구라시는 이 말도 안 되는 기획을 받아들이고 어렵게나마 촬영을 준비한다. 그리고 촬영 당일. 영화는 초반 30분의 단막극을 카메라 뒤에서, 즉 촬영하는 입장에서 다시 보여준다.

단막극의 촬영 현장을 보여주는 3막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완성된 작품(1막), 촬영 전까지의 서사(2막), 촬영 당시 현장(3막)을 통해 한 영화 안에서 단편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독특한 구조를 택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반전'의 재미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의 우여곡절과 그럼에도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들의 마음을 동시에 담았다. 특히 이 영화가 프로 영화인들이 아닌 영화전문학교의 워크숍 학생들과 만든 것이라 이 같은 어설픔에 대한 찬양은 더욱 뜻깊었다.

부천국제영화제로 한국을 찾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팀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내한 현장

이렇게 워크숍의 일환으로 제작한 영화이기에 개봉 전까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영화는 단관 개봉으로 개봉했다. 유명 감독이나 배우가 없는 영화였으니까. 그렇지만 개봉 이후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상영관을 늘릴 수 있었고, 나중에는 250여 곳에서 상영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300만 엔(약 3000만 원)으로 제작한 영화는 최종 31억 엔(약 300억 원), 제작비의 1000배에 달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2만 명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고, 이에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이 내한해 한국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할리우드 아닌 '짭리우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일종의 워크숍이었기에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네슬러 주식회사와 스트리밍 플랫폼 아베마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속편 제작에 힘을 모았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멤버들은 다시 모여 이듬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을 공개했다. 이번 영화도 1편과 마찬가지로, 단편 영화→제작 전 상황→촬영 당시 현장 3막 구성을 택하고 전작의 멤버 대다수가 그대로 복귀해 '속편'임을 천명했다.

이번 영화는 제목에서처럼 '할리우드'에서 찍었다는 컨셉. '원 컷 오브 더 데드'(1편의 단막극)가 성공하면서 할리우드에서 제작 제의가 오고 멤버들이 다시 모인다. 하지만 촬영 전 투자자가 구속되면서 제작진은 '적당히 할리우드스러운 곳'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1편처럼 오합지졸 제작진이 초래한 좌충우돌 상황이 이어진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스핀오프: 할리우드 대작전!>

우에다 신이치로가 각본과 제작을 맡고, 1편의 조감독 나카이즈미 유야가 연출을 담당했다. 1편의 신선한 구조가 재탕되고 나카이즈미 유야의 연출이 이 단점을 보완할 정도로 훌륭하진 않아 1편만은 못하다는 반응. 반전의 매력이 없으니 식상하다는 혹평까지 따라붙었다. 그럼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특유의 얼렁뚱땅 한 재미, 1편에서부터 이어지는 캐릭터성, 멤버들의 끈끈한 유대감 등은 여전해 1편의 팬들이 반길 만한 요소가 곳곳에 산재했다.


코로나에도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대작전!>

2020년, 전 세계 영화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시정지됐다. 다수의 인원이 만나 작업을 해야 하는 영화 현장 특성상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팀은 이 판데믹 속에서 영화 현장이 멈추면 안 된다는 취지를 담아 신작 단편을 제작,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제목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대작전!>(One Cut of the Dead Mission: Remote).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대작전!>은 히구라시가 '원격으로 만든 단편 영화' 제의를 받고 기존의 멤버들과 단편 영화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판데믹으로 만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해 배우들은 각자 촬영한 촬영본을 보내고, 히구라시(와 실제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는 촬영본을 모아 단편으로 완성한다. 30분 남짓 짧은 영상이지만, '영화 현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태도가 그대로 담겨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팀과 뜻을 함께 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엔딩크레딧을 장식한다. 유튜브로 공개한 이 단편은 한글자막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자의 합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모트 대작전!>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는가 했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이번엔 프랑스에서 돌아왔다. 이번 영화가 더욱 흥미로운 건 <아티스트>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미셀 하자나비시우스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 그리고 제목에서 '프랑스에서도'라고 명명한 것처럼 이 영화는 리메이크이자 속편이란 것. 일본 시리즈에서 출연한 제작자 마츠다가 등장해 '프랑스판 제작'을 의뢰했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는 속편이자 리메이크, 그리고 미셀 하자나비시우스가 독자적인 설정을 곁들인 영화로 독특한 지점을 점했다. 원작에 비해 20분가량 늘어났는데, 이 부분에 미셀 하자나비시우스가 생각한 '영화 만들기'에 대한 애정이 담기지 않았을까 싶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는 2월 15일 개봉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