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개 ‘군터’를 둘러싼 비밀 <군터, 밀리어네어 도그>
세상에나. 4억 달러 유산을 상속하고 호화 요트, 제트기까지 가진 개가 있다니. 넷플릭스 오리지널 <군터, 밀리어네어 도그>(총괄 프로듀서 오렐리앵 레튀르지, 에밀리 듀메이, 2023)에서 그 개를 만나볼 수 있다. 그야말로 호화로운 ‘견생’을 사는 억만장자 견공은 군터 6세이다. 전용기로 이동하고 저녁으로 금박을 뿌린 스테이크를 먹고 모델 출신 대변인과 연예인으로 구성된 화려한 수행단과 함께 한다. 전용 요리사는 물론이요, 군터의 편의를 위해 일하는 직원은 무려 27명.
견공 군터는 어떻게 세계 최고의 부자 개가 된 것일까? 이 모든 이야기는 한 독일 여인에게서 시작된다. 독일의 카를로타 리벤슈타인 백작부인은 대학교수를 남편으로 둔 귀부인. 그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의 이름이 바로 군터이다. 하지만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아들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자 백작부인에겐 삶의 이유가 사라져버린 것.
그녀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준 건 다름 아닌 반려견 군터였다. 결국 그녀는 질병으로 인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막대한 유산을 사랑하는 반려견에게 상속하기에 이른다(당시 유산을 상속받은 개가 군터 4세이고, 영화에서는 체계적인 교배를 통해 혈통을 이어받은 군터 6세가 출연한다).
자, 그런데 알다시피 군터는 ‘개’다. 각종 서류에 사인을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 백작부인은 아들의 친구였던 이탈리아인 마우리치오 미안을 신탁관리자로 지정했다. 여기에 백작부인은 생전 음악을 좋아하던 아들을 위해, 견공 군터를 위해 노래를 불러줄 밴드에게도 수익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항을 삽입한다.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이자 세인들의 눈을 잡아끌었던 이 놀라운 이야기는, 백작부인이 죽고 나서 마우리치오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뭔가 의문스러운 횡보를 보인다. 아들이 생전에 살기를 원했던 마이애미로 가기 위해 마돈나 소유의 호화 저택을 구매하고, 견공을 위한 밴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확장한다. 아들의 친구였던 마우리치오는 30년간 거대한 자본을 굴리면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금 사기를 저지르게 되는데….
아름답지만 기이한 동화 같은 이야기. 자연스레 수많은 궁금증이 밀려온다.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를 박진감 넘치게 풀어가는 4부작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군터, 밀리어네어 도그> 시리즈의 중심에는 두 명의 총괄 프로듀서 오렐리앵 레튀르지와 에밀리 듀메이가 있다. 두 사람은 세계를 누비며 답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개에 관한 복잡다단한 진실을 파헤치고자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과거 기록을 찾아보고, 마우리치오를 비롯해 군터의 주변을 오랫동안 지킨 모든 이와 인터뷰를 진행해 내밀하면서도 때로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한다.
2. 20일 안에 찾지 못하면 죽을지도 몰라! <우리집 개를 찾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우리집 개를 찾습니다>(감독 스티븐 헤렉, 2023)는 1998년 버지니아에서 실종되었다가 집으로부터 무려 111마일(약 178km)이나 떨어진 곳에서 보름 만에 발견된 반려견 ‘공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고작 보름을 잃어버렸을 뿐인데 <넷플릭스>가 이걸 영화로 만들었다고? 라고 의아함이 들 수도 있지만, 곤커는 좀 특별한 개다. 에디슨병을 앓고 있어서 실종 당시 기준으로 20일 안에 주사를 맞지 않으면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 그래서 온 가족이 생업을 벗어던지고 곤커를 찾아 헤매었다고 한다.
영화는 한 대학 캠퍼스에서 좋아하던 여자에게 제대로 차인 필딩(조니 버치톨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힌다 했던가. 필딩은 자신의 마음에 새로 찾아온 그녀가 강아지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단순히 그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동물보호소를 찾아 강아지를 입양한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부모님댁으로 돌아가게 된 필딩. 고향으로 돌아온 안락함도 잠시, 성인이 되고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필딩은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길 때 진정으로 힘이 되어준 건 다름 아닌 공커. 여학생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으로 입양했던 동기는 이제 간 데 없고, 공커는 필딩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준다.
여느 날처럼 필딩은 공커와 함께 조깅을 하던 중에, 공커는 무엇엔가에 홀린 듯 풀숲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목줄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몇 시간씩 밖을 쏘다니다가도 해 질 무렵이면 늘 돌아오는 공커였기에 필딩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공커는 돌아오지 않는다.
필딩은 아빠(롭 로)와 공커를 찾아 나선다. 저녁이면 돌아올 텐데 왜? 앞선 실화 사연에서 설명했듯이 공커는 에디슨병이라는 특별한 병을 앓고 있었고,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한다. 지난번 접종 후 이미 열흘이 흘렀으니 남은 건 20일 남짓. 자칫하다 공커를 이대로 찾지 못하면, 공커가 죽을지도 모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필딩과 아빠가 공커를 찾는 모습이 주변인들에게 노출되면서, 공커의 사연은 지역 신문과 뉴스에 등장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커 수색에 도움을 주면서 필딩과 아빠의 수색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그리고 어딘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부자의 거리감은 공커를 찾는 과정에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는데….
너무 늦기 전에 반려견을 찾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필사적인 수색을 벌이는 아들. 그리고 이 부자를 돕는 평범한 영웅들의 활약이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가며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폴스 투통기의 책 「Dog Gone: A Lost Pet's Extraordinary Journey and the Family Who Brought Him Home」이 원작이다.
반려견을 다루는 시선과 더불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의 짜임새가 좋다고 느꼈다면, 그건 8할이 감독의 공이다. 스티븐 헤렉 감독은 이미 전작 <101마리 달마시안>(1996)을 연출하면서 실사에서 개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개들에게 어떻게 연기를 주문해야 하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영화.
3. 사람보다 훌륭한 개의 감동적인 이야기 <구조견 루비>
동물훈련사 강형욱의 말처럼 ‘개는 훌륭하다’. 정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구조견 루비>(감독 캣 쉐어, 2022)를 본다면 이 말에 200배 더 동의하게 될 것이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경찰 대니얼(그랜트 거스틴)에겐 꿈이 있다. 경찰견 대원이 되는 것! 사실 대니얼은 난독증이 있어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고, 주위 집중을 못 해 경찰이 되기까지도 남들보다 곱절의 노력을 해야 했다. 그랬던 그가 경찰이 되고 다시 가진 꿈이 경찰견 대원인데, 이 역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
무려 일곱 번이나 응시했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제 연령 제한에 걸리는 나이가 된 대니얼. 마지막 한 번의 도전만이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찰서의 예산 부족 문제로 새로운 경찰견을 도입할 수 없게 되고, 대니얼은 어쩔 수 없이 경찰견이 될 강아지를 입양하게 될 처지가 된다.
보호소를 찾은 대니얼의 눈에 들어온 건 똑똑해 보이는 루비. 보더콜리 종이다(보통 경찰견은 셰퍼드가 많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루비는 산만한 성격 탓에 이미 여덟 차례나 파양을 당한 아픔이 있는 개였다. 역시나 입양 첫날부터 ‘삼단 콤보’로 온갖 사고를 저지르는 루비를 보며 대니얼은 잠깐 다시 파양을 할 것인지 고민한다. 사실 루비는 대니얼의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 아내는 어린아이가 있고, 곧 아기가 태어날 상황에서 산만한 루비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믿어준 은퇴한 경찰견 대원 시머스(톰 맥베스) 할아버지의 조언 “자네가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 주나?”라는 말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루비와 함께 경찰견 대원 시험에 도전한다. 여기엔 아내의 한 마디도 크게 작용하는데 “루비가 당신을 참 닮았어. 집중도 잘 못하고, 산만하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열정은 있는 것 같아”라며 루비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주기 때문이다.
루비는 대니얼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결국 경찰견이 되고, 시신 수색부터 실종 아이 찾기까지 어려운 임무들을 해낸다. 중간중간 대니얼이 루비를 믿지 못해 벌어지는 해프닝도 있지만, 훌륭한 경찰견으로 성장한 루비가 조난한 소년을 구해내고, 소년의 엄마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눈물샘을 기어코 터지게 한다.
<구조견 루비>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대니얼과 루이는 10년간 파트너로 일했고, 현재도 로드아일랜드 주경찰로 활동하고 있다. 루비는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개였다. 대니얼은 안락사 직전의 루비를 데리고 가 안착할 수 있는 가정을 선사했고, 루비는 경찰견이 되어 그전에 보호소에서 자신을 돌봤던 여인의 실종된 아들을 찾아주며 은혜를 갚았다.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유기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