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계절이 가을이라면, 농구의 계절은 봄이다. 슬램덩크와 함께 봄바람처럼 불어온 ‘농놀’(농구놀이) 붐은 프로 농구의 ‘봄 농구’, 즉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더욱 불타오르는 모양새다. 여기저기서 농구 콘텐츠가 막 넘쳐나고 있건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n번째 다시 관람하고 있건만, 그래도 아직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농구를 소재로 한 영화 다섯 편. 슬램덩크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아 다시 한번 스포츠의 진한 감동을 느끼고 싶을 때, 골라서 보자.


믿고 보는 아담 샌들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허슬>(2022)

코미디 연기로 잘 알려진 아담 샌들러지만, 웃음기를 쫙 뺀 정극 연기도 훌륭하다.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작가였다가 <SNL> 크루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코미디는 물론, 진지한 연기까지 흡입력 있게 소화해 내는 배우다.

아담 샌들러가 출연한 넷플릭스 작품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고른 신작)> <머더 미스터리> <언컨 젬스> 등이 큰 성공을 거두며 그에게는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농구 영화, <허슬(2022)>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아담 샌들러는 이 작품의 각본과 주연을 맡았다.

아담 샌들러는 <허슬>에서 운이 다한 농구 스카우터 ‘스탠리’를 연기했다. 영화는 스탠리가 스페인에서 우연히 농구 원석 ‘보 크루즈’(후안초 에르난고메스)를 발견한 후, 그를 NBA 슈퍼스타로 만들기 위한 과정을 그려냈다.

‘농알못’이라 할지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지만, NBA 팬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현역 NBA 선수 여럿이 영화에 출연하기 때문. 당장 스페인 농구 원석 ‘보 크루즈’를 맡은 후안초 에르난고메스부터가 스페인 농구 국가대표이자 토론토 랩터스에서 활약 중인 프로 선수다. 프로 농구 선수가 주연을 맡아 우려가 될 수도 있지만, 그는 정통 연기자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배역을 잘 소화해냈다.

이외에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닥 리버스 감독, 마티스 타이불, 토바이어스 해리스, 스테판 커리의 동생 세스 커리를 영화 곳곳에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허슬>에는 ‘현역 NBA 최고의 스타’라고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가 제작에 참여해 스토리의 설득력을 높였다.


농구 영화 아닌 농구 영화, 벤 애플렉 주연의 <더 웨이 백>(2020)

‘배트맨’ 벤 애플렉이 농구 코치로 변신했다. <더 웨이 백>은 <어카운턴트> 등의 작품을 연출한 게빈 오코너 감독의 영화다.

영화 <더 웨이 백>은 농구가 소재로 등장하지만, 농구에만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기보다는 인생에 관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에 가깝다. 영화는 고등학교 때는 잘나가는 농구 선수였지만, 어른이 되고 알코올 중독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더 웨이 백>의 주인공 ‘잭’은 무너진 일과를 보내고 있던 도중, 고등학교 농구부 코치직을 제안받는다. 잭이 이끄는 농구팀이 성장함에 따라, 망가져 있던 잭의 인생 또한 조금씩 재기하는 서사를 보고 있자면 담백한 감동이 밀려온다. 흡입력 있는 벤 애플렉의 연기가 서사에 깊이를 더하는데, 이 영화 촬영 전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가 치료를 받은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NBA 레전드 선수들이 연기하는 코미디 영화! <엉클 드류>(2018)

광고가 영화로까지 제작된 독특한 사례가 있다. 바로 농구 스타 카이리 어빙이 주연으로 출연한 <엉클 드류>. <엉클 드류>는 원래 펩시의 광고 시리즈였다. 이 광고 시리즈가 큰 호응을 얻고 바이럴 되자, 본격 영화화되기에 이른다.

영화의 스토리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힘순찐(힘을 숨긴 찐따, 놀라운 힘을 가진 주인공이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설정을 일컫는 말)’ 그 자체다. <엉클 드류>는 과거 농구의 전설로 불리던 노인들이 팀을 꾸려 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다. 휠체어를 타고 눈이 침침한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들에 맞서 농구 경기를 펼치며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속이 뻥 뚫린다.

<엉클 드류>의 주·조연 대부분은 전현직 NBA 선수들이다. ‘엉클 드류’ 역을 맡은 카이리 어빙부터 샤킬 오닐, 네이트 로빈슨 등이 노인으로 분장하고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전현직 NBA 선수들이 연기하는 만큼, 농구 장면은 당연히(!) 프로의 수준이다. 시원한 웃음과 함께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싶다면 제격.


흑인 선수로만 구성된 최초의 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로리 로드>(2006)

난 색깔은 보지 않는다. 난 민첩함과 기술을 본다.

넌 그걸 가졌어. 그런 사람을 코트에 내보낼 거다.

<글로리 로드> 대사 중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농구 영화’로 꼽히는 <글로리 로드> 역시 빠질 수 없다. <글로리 로드>는 1960년대,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절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지금과는 달리, 농구계에서조차 백인 우월주의가 팽배하던 때였다.

이때, 텍사스 웨스턴 대학의 농구팀 코치는 인종차별에 맞서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흑인 선수들을 영입하고,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농구팀과 경기를 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이 사건은 미국 농구의 판도를 변화시킨 결정적인 계기로 손꼽힌다. 승리의 짜릿함과 함께 인종차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최약체 고교 농구부의 감동 실화! 4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 <리바운드>(2023)

한국 농구 영화도 빠질 수 없다. 장항준 감독의 농구 영화 <리바운드>가 다음 달 개봉한다. <리바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2012년 단 6명의 선수로 협회장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중앙고의 스토리를 담았다.

농구부의 코치 역할은 배우 안재홍이 맡았으며, 정진운, 이신영, 김택 등의 배우가 부산중앙고의 농구부 선수를 연기한다. 정진운은 연예계에서 농구로 손꼽히는 배우로, 예능 <버저비터>에서 화려한 실력을 뽐낸 바 있다. 김택 역시 농구 명문 휘문고 선수 출신의 배우다. 실제로 농구를 잘 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실감 나는 농구 장면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농구에서 ‘리바운드’는 슛을 한 공이 바스켓에 들어가지 않고 튕겨 나왔을 때, 공을 잡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또 다른 기회를 잡아내는 ‘리바운드’ 기술처럼, 영화 <리바운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팀이 해체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