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왓챠, 티빙, 디즈니+, 웨이브, 쿠팡플레이…

수많은 OTT(영화/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가 넘쳐나는 요즘. 넷플릭스에도, 왓챠에도, 티빙에도, 웨이브에도, 디즈니+에도, 쿠팡플레이에도 없고 오직 네이버 시리즈온에만 있는, 넷없왓없티없웨없디없쿠없시있(..) 영화 중 몇 개를 추천한다. (2023. 4. 20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플랫폼별로 영화의 업로드 유무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곳에선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거짓말의 발명, The Invention Of Lying, 2009)

<그곳에선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포스터

만약, ‘거짓말’이라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영화 <그곳에선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위의 단순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한 영화다.

<그곳에선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스틸컷

이 영화는 현재의 세계와 아주 똑같은, 그러나 다른 것은 딱 하나, 모든 종류의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세계를 상정하고 있다. 소위 ‘하얀 거짓말’같은 인사치레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세계에는 종교도 없다. 예술도 우리 세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가상’이라는 합의된 거짓 또한 존재하지 않으므로, 영화라는 매체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도구다.

영화는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릭키 제바이스가 감독이자 주연을 맡았다. 코미디부터 정극 연기까지 매번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그는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재능을 발휘했다. 이외에도 <러브, 사이먼> 등으로 잘 알려진 제니퍼 가너 등이 출연했다.


<이츠 카인드 오브 어 퍼니 스토리>(잇츠 퍼니 스토리, It’s Kind Of A Funny Story, 2010)

<이츠 카인드 오브 어 퍼니 스토리> 포스터

제목을 직역하면 ‘좀 웃긴 이야기’ 정도 될까. 제목에서 느껴지는 인상과는 정반대로, 영화는 마냥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츠 카인드 오브 어 퍼니 스토리> 스틸컷

이 영화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한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다만, ‘정신병원’이라는 소재에서 느껴지는 깊은 우울함과 기묘함은 없다. 영화는 정신병동 환자들의 기이함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사연이, 이야기가 있다는 점을 유쾌한 서사를 통해 풀어낸다.

<이츠 카인드 오브 어 퍼니 스토리> 스틸컷

<이츠 카인드 오브 어 퍼니 스토리>를 연출한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감독은 후에 정반대의 장르, <캡틴 마블>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츠 카인드 오버 어 퍼니 스토리>는 키어 길크리스가 주연을 맡았고, <행오버>의 코믹 연기로 유명한 자흐 갈리피아나키스가 코미디와 정극 연기를 넘나들며 톡톡한 몫을 해낸다. 이외에도 <와일드 차일드>에 출연한 엠마 로버츠 등의 배우를 만나볼 수 있다.


<리코리쉬 피자>(Licorice Pizza, 2022)

<리코리쉬 피자> 스틸컷

독특한 영화 세계로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하 PTA) 감독. 그는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등의 작품을 통해 일찌감치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천재’라고 불리기도. PTA의 2022년 작 <리코리쉬 피자>는 현재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리코리쉬 피자> 스틸컷

이 영화는 ‘PTA식 로맨스’라고 말하면 적합할 것이다. 감독은 <리코리쉬 피자>를 실제 경험한 일에서부터 기획했다. 그는 10대 소년이 여성 점원에게 치근대는 걸 목격했는데, 그는 어린 소년이 나이가 그보다 많은 여성에게 허세를 부리며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그 여성이 응하면 어떨까 상상했다고. 이 이야기는 <리코리쉬 피자>의 주요 뼈대가 된다.

<리코리쉬 피자> 스틸컷

<리코리쉬 피자>는 197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물들이 그려가는 스토리는 향수를 부르는 과거의 일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우리에게 와서 닿으며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빛바랜 듯한 화면과 데이비드 보위의 ‘Life On Mars?’ 등이 삽입된 영상은 감각적이면서도 예술적이다.


<예스 맨>(Yes Man, 2008)

<예스 맨> 스틸컷

짐 캐리의 대표작 중 하나, 코미디 영화 <예스 맨>. 이 영화는 주인공 칼 알렌(짐 캐리)이 모든 말에 ‘예스(Yes)’라고 대답하기로 결심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감독은 <앤트맨> 시리즈의 페이튼 리드가 맡았다. <예스 맨>은 <앤트맨> 시리즈 전 그가 연출한 작품이니, <앤트맨>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면 <예스 맨>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앤트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유쾌함이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기 때문.

<예스 맨>에서는 극중 칼 알렌(짐 캐리)이 한국말을 하는 장면도 등장하니, 한국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 포인트가 될 것. 영화에는 짐 캐리 외에도 주이 디샤넬, 브래들리 쿠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로나의 침묵>(Lorna's Silence, 2009)

'다르덴 형제' 뤽 다르덴(왼쪽), 장 피에르 다르덴

칸이 사랑하는 감독, 다르덴 형제의 작품 <로나의 침묵> 또한 현재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벨기에 출신 장-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은 <로제타>와 <더 차일드>로 칸 황금종려상, <자전거를 탄 소년>으로 심사위원 대상 등을 수상하며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로나의 침묵> 스틸컷

<로나의 침묵> 역시 칸 수상작이다. 다르덴 형제는 <로나의 침묵>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벨기에 국적 취득을 위해 사랑 없이 위장 결혼, 그리고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는 ‘로나’(아르타 도브로시)의 이야기를 담았다.

<로나의 침묵> 스틸컷

또한 다르덴 형제는 올 5월 <토리와 로키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전주국제영화제에 방문하는 등 내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하니, 내한에 앞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훑고자 한다면 감상을 추천한다.


<더 셀>(The Cell, 2000)

<더 셀> 스틸컷

마지막으로는 충격적이고 감각적인 공포 영화를 소개한다. 감독은 인도 출신의 타셈 싱으로,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이후 타셈 싱은 <신들의 전쟁> 등을 연출했는데, 이 역시 잔혹한 영상미로 유명하다.

<더 셀> 스틸컷

영화는 연쇄살인마의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는 주인공 캐서린(제니퍼 로페즈)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실과 환상, 무의식을 넘나드는 연출이 백미.

<더 셀> 스틸컷

<더 셀>은 기괴하면서도 아름답고, 뛰어난 미장센으로 주목받았다. 이 영화 속에는 미술 작품들을 오마주한 장면이 가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를 보고 오디 너드럼의 <새벽>, 데미안 허스트의 <모든 것에 내재하는 거짓말을 받아들임으로써 얻어지는 약간의 편안함들> 등의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