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나> 포스터. 사진 제공=블루필름웍스

라모나(루르데스 에르난데스 곤살레스)는 새 출발을 꿈꾸며

남자친구 니코(프란체스코 카릴)와 마드리드로 이사한다.

그녀는 배우가 되고 싶기도 하고, 아기를 낳아 엄마가 되고 싶기도 하다

또 그녀는 마드리드에서 가장 좋은 동네에 살고 싶어한다.

첫 오디션을 보기 전날, 그녀는 식당에서

우연히 중년 남자 브루노(브루노 라스트라)를 만난다.

순간 서로가 인연이란 걸 느끼기 시작한 두 사람.

과연 라모나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은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제 프로그램의 허리’로 불린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도 22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그중 로맨스 영화에서는 단연 <라모나>(감독 안드레아 바그니)가 눈에 띈다. 안드레아 바그니 감독은 연출 공부를 하던 중 감독과 여배우 지망생의 관계를 흥미롭게 느껴 <라모나>의 각본을 썼고, 7년 만에 영화로 완성했다.

감독과 사랑에 빠지는 여배우 역할은 국내에서 ‘스페인의 아이유’로 불렸던 싱어송라이터 루르데스 에르난데스 곤살레스(Lourdes Hernández González)가 맡았다. 본인이 애용하는 립스틱 색깔을 딴 예명 ‘러시안 레드’(Russian Red)로 더욱 유명한 그녀는 스크린에서도 상큼한 매력을 발산한다. 장편 첫 주연작인 <라모나>에서 그녀는 배우 지망생으로 현재의 파트너와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라모나 역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시네필들의 열기로 뜨거웠던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의 거리의 한 카페에서 <라모나>로 데뷔한 안드레아 바그니 (Andrea Bagney)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뷔작 <라모나>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안드레아 바그니 감독. 사진 제공=블루필름웍스

데뷔작 <라모나>로 다수 해외 영화제의 주목을 받았죠. 해외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재미있는 건 전 세계에서 반응이 각각 달랐다는 거예요.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5월 17일에 프리미어 상영을 했죠. 로마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에는 600명이 넘는 관객이 왔어요. 멈추지 않고 계속 웃더라고요. 왜 웃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는데 말이죠. 그런데 안 웃는 도시도 있었어요. 한국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인질이 인질범과 사랑에 빠지는 스톡홀름 신드롬과 비슷한 거 같기도 한데, 감독과 사랑에 빠지는 여배우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요?

무척 복잡한 질문입니다. 연출 공부를 하던 중에 감독과 여배우 지망생의 관계를 흥미롭게 느꼈던 점이 이번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어요. 사실 이 영화는 코미디 톤으로 찍으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전반적으로 가볍고 코미디 톤으로 진행되길 바랐어요. 그런데 <라모나>에서 영화감독인 브루노가 캐스팅하는 장면을 보세요. 배우들이 많이 왔을 테고, 스태프들도 많은데 라모나만 딱 보고는 ‘얼마나 예쁘냐’고, ‘당장 캐스팅하겠다’고 말하죠. 여자 관객이라면 분명 그 장면이 불편할 겁니다. 마치 권력 게임을 하는 듯한 장면이니까요. 제가 여자감독이라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논의하고 싶은 마음에 그 장면을 담았습니다.

반면에 지금 말씀하신 부분과 다르게 영화에 접근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브루노도 라모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두 사람이 소울메이트로 만난 건 아니지만, 서로를 누구보다 공감하고 관계를 가꿔갈 수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는 거죠.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 아름다움을 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시나리오도 직접 쓰셨어요.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저는 글을 빨리 쓰는 편이에요. <라모나>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그러니까 스스로를 위해서 만든 영화라 초고를 정말 빨리 썼어요. 그런데 수정을 계속하고, 그 사이에 아이도 낳다 보니 7년이나 흘렀네요. 시간은 걸렸지만, 기초적인 뼈대는 빨리 나온 영화입니다. 첫 영화다 보니 자유로웠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빨리 썼던 거 같아요. 지금은 시나리오를 쓸 때 자의식이 어느 정도 개입되는데, <라모나>를 쓸 때는 그런 점이 전혀 없어서 좋았고요.

<라모나> 스틸컷. 사진 제공=블루필름웍스

촬영 기간이 팬데믹과 겹쳤다고 들었어요.

악몽이었어요. 누군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뜨면 촬영을 멈춰야 했으니까요. 4주간 양성 반응자가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늦어도 2021년 봄에는 촬영에 들어가기로 결심했어요. 더 미뤄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팬데믹이라 거리도 완전히 비었고, 사람도 안 다녔죠. 더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클래식 영화에 대한 느낌도 잘 담긴 같아서 좋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또 영화를 찍는 액자 구조 방식을 사용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원래 영화계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사실 영화를 혼자 만들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제 영화 시나리오를 본 가까운 친구가 “마음 깊이부터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유망한 여배우였거든요. 저 역시 꿈이 많은 작가였기에 여배우와 감독의 사이의 강한 관계에 매력을 느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전혀 모르는 변호사의 세계를 찍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여러 탐험을 거쳐 여기까지 온 것이란 걸 먼저 말씀드려요.

그리고 저는 <라모나>를 만들 때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긴 한데요. 자의식이 많이 개입하는 편입니다. 영화가 픽션이고 게임이란 걸 자각하고 싶어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도 영화를 만드는 장면을 넣은 거죠. 영화는 굉장히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 장르잖아요. 그러다 보니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 마치 게임이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아요. 카메라가 배우의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을 때 리얼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고요.

<라모나>는 장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뭔가 고전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의 챕터 구분을 보는 느낌도 있습니다. 특별히 장을 나눈 이유가 있을까요?

타란티노 감독을 언급한 기자는 처음이네요. 감사합니다(웃음). 챕터를 사용한 건 저 스스로가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어요. 처음엔 저예산으로 주말마다 영화를 찍으려고 해서 챕터를 넣은 것도 있고요. 그런데 챕터별 타이틀을 보면 정리도 되고 향후 영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힌트도 줍니다. 예를 들면 ‘라모나가 브루노를 만났다’라는 장은 과거형이죠. 반면 니코는 남자친구라 현재진행형 시제를 썼고요. 원래 저예산으로 주말마다 찍으려던 계획을 생각해서 챕터 넣었어요.

<라모나> 스틸컷. 사진 제공=블루필름웍스

영화가 시작하고 라모나와 브루노는 식당에서 만납니다. 불면증 약에 대한 이야기로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시작되죠. 의외로 코드가 잘 맞는 걸 알게 된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술도 마시고, 즉흥적으로 생선 가게를 들르기도 해요. 그런데 브루노가 “당신과 사랑에 빠졌다”라고 말하는 순간 모든 것이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립니다. 처음 브루노에게 말을 건넨 건 라모나인데, 아무리 브루노가 선을 넘었다지만 브루노가 너무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먼저 이건 라모나의 성격과 관련이 있어서 그렇게 찍었던 거예요. 라모나는 즉흥적인 캐릭터예요. 뭐 먹느냐고 브루노에게 물어보는 장면에서도 남자를 꾀려고 한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죠. 그런데 대화가 너무 잘 통하니 시간이 지나는 것도 인식하지 못해요. 그때는 통제한다는 생각도 안 했을 테고요. 직업이 없으니 그냥 웃고 떠들었던 거죠. 그러다 브루노가 사랑에 대해 말하는 순간 두려워진 겁니다. 남자친구가 떠오른 거죠. 라모나가 연인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깊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라모나는 늘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려고 해요. 배우로서 커리어도 새롭게 도전하려고 하고, 그러면서도 가정을 꾸려 아이도 많이 낳고 싶다고 생각하죠. 게다가 브루노 같은 운명적인 사랑이 다가왔지만, 선뜻 손을 내밀지도 못해요. 혹시 라모나를 고아로 설정하신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나지 않나 싶더라고요.

라모나는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버림받는 것보다는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죠. 니코랑 오랜 시간을 보냈어도, 니코가 가족이니 떠날 수는 없어요.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약한 여자가 되어버리는 거니까요. 사실 영화에서 니코는 오히려 라모나에게 떠날 기회를 줘요. 그런데 라모나가 떠나지 못하는 거죠. 라모나는 충분한 여자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라모나에게는 담배를 피우는 것도 하나의 금기가 되는 건가요?

아마도요. 라모나가 자신에게 엄격한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시간 관리도 정리 정돈도 못하고요. 담배가 해롭다면서 끊지도 못하죠. 브루노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길 때도 그래요. 자기는 엄마가 되고 싶고,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고요. 라모나 자신이 현실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잖아요. 라모나가 얼마나 길을 잃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라모나>의 각본을 제가 썼잖아요. 원하는 만큼 라모나의 상황을 바꿀 수 있었죠. 위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감독과 여배우의 관계는 너무나도 강렬해서 인생 전체가 흔들릴 수 있죠. 뿌리부터 흔들리고 그걸 부추긴 것도 남자친구 니코이고요.

<라모나> 스틸컷. 사진 제공=블루필름웍스

라모나는 처음에 자기를 ‘오나’라고 소개하죠. 영화 후반부에서 ‘라모나’라는 이름이 부모님이 좋아하던 밥 딜런의 노래 ‘라모나에게’에서 따왔다고 하지만요. 오나는 어떤 의미인가요?

없어요. ‘라모나’ 뒤에 세 글자를 남기면 오나가 되죠. 사실 오나는 스페인에서 굉장히 오래된 이름이에요. ‘가슴이 크고 뚱뚱한 여자 라모나’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런데 브루노가 처음으로 라모나라는 이름이 이쁘다고 말해줘요. 그래서 라모나도 영화에 캐스팅된 이후로는 계속 라모나라고 자신을 부르죠. 브루노와 만나서 뭔가 변화한 라모나의 상황과 모습을 보여준다고 봐요.

결국 라모나와 브루노는 헤어집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영화 속 영화도 개봉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요. 그래도 사람들은 극장에 가죠(웃음). 그래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까요?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입니다(웃음). 방금 말씀하신 건 기자의 해석일 테고요, 영화를 본 관객마다 마치 다른 영화를 본 것처럼 반응하니, 저는 사실 그 결과에 개입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 제 친구들도 영화를 보고 나서 늦은 시간에 문자를 보내기도 했어요. 연인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브루노를 만나야 하나, 니코랑 만나야 하나 싸우고 있다고요. 전 도와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웃음).

<라모나>는 16mm 필름 포맷으로 촬영하셨어요. 디지털 시대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 궁금해요.

필름 포맷으로 촬영하는 것과 디지털로 촬영하는 것은 다르죠. 디지털보다 훨씬 비싼 필름으로 촬영할 때 모든 이들이 정신을 아주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배우들과 리허설을 많이 하는데 일단 다 같이 촬영 현장에 모인 후, 제가 ‘액션’을 외치는 순간, 카메라를 둘러싸고 마술처럼 신비로운 순간이 생겨요. 이런 이유로 다시 디지털로 촬영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물리적 특성 역시 달라서, 후반작업에서 필름의 효과를 모방할 수 있지만, 필름의 마법을 가져올 수는 없거든요. 아마 필름 자체의 물성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또한 고전영화에 대한 찬사의 의미도 있고요. 첫 영화를 필름으로 촬영한다고 말했을 때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필름으로 촬영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고 결과에 만족합니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세련되면서도 예전 고전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요.

원래 고전영화 느낌이 나도록 만들고 싶었던 게 맞아요. 저는 아직 신인 감독이라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잘 몰라요. 탐험 중이죠. 제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중입니다. <라모나>에서 처음 했던 생각은 마드리드에서 현대 여성을 담은 지금 시간대의 영화를 찍고 싶었던 거예요. 시간 여행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과거와 현재가 섞이면서 특별한 분위기를 내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라모나> 스틸컷. 사진 제공=블루필름웍스

이 질문은 많이 받으셨을 거 같지만 그래도 해야겠죠. 흑백영화인데 중간중간에 컬러도 사용하셨어요. 특히 영화 속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장면이죠. 관객들에게 어떤 효과를 주려고 하신 건가요?

완전히 게임이었죠. 우리가 보통 영화를 볼 때 클래식 음악이 나오고, 흑백이면 ‘아,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구나’하고 의식하는데요, 그러다 컬러로 전환하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도록, 그런 현실감을 던져주고 싶었어요. 저만의 트릭인 거죠.

라모나가 영화 캐스팅을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합니다. 그때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는 것이 리얼한지, 컬러로 있는 영화 속 영화가 더 리얼한지를 비교하면서 관객에게 현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색도 강렬한 빨강으로 했고요.

사실 의상도 오마주입니다. <파리 텍사스>(감독 빔 벤더스, 1984)의 나스타샤 킨스키를 떠오르게 한다거나, <멀홀랜드 드라이브>(감독 데이빗 린치, 2001)의 나오미 왓츠처럼 보이도록 라모나가 금발 가발을 쓰기도 했고요. 컬러로 전환할 때 라모나가 진짜 존재하는 사람처럼, 한 명의 ‘무비스타’처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음악 사용이 인상적입니다. 클래식을 많이 사용한 거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처음에 편집 버전을 봤을 때, 반드시 고전음악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발레단 활동도 했는데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들었던 차이코프스키 노래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고전적이고 낭만적이니 꼭 클래식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모나>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요?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관객들에게 인생을 돌아보게 해보고 싶었어요. 영화가 진짜 가슴을 울린다면 삶에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고 봐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진실을 드러내는 질문을 하길 바랍니다.

<라모나> 스틸컷. 사진 제공=블루필름웍스

이제 감독님 이야기를 여쭤볼게요.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은 언제부터 가진 건가요?

13살부터였어요. 영화 뒤에 누군가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러니까 연기를 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게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심하게 반대를 하셨어요.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걸로 욕구를 해소했어요. 그러다 23살이 되었을 때, 글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세계가 있다는 걸 인식한 거죠. <라모나>가 데뷔작인데요, 사실 영화감독으로 불린지 이제 4주가 되었네요(웃음)

영향을 받은 감독이 있다면요?

우디 앨런, 왕가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등등 많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맨하탄>(1979)과 빌리 와일더 감독의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 이 두 편이 <라모나>를 만들 때 참고한 레퍼런스죠. 액자식 구성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왕가위 감독의 영향도 물론 받았고요. 음, 또 빈센트 갈로 감독의 <버팔로 66>(1998)도 좋아합니다.

차기작은 어떤 걸로 준비하고 있나요?

여러 작품이 머릿속에 있습니다.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라모나>의 메인 배우인 루르데스 에르난데스가 속한 밴드인 러시안 레드와 함께 뮤지컬 영화를 만들까 생각 중이에요. 새로운 노래를 내는 과정을 뮤지컬 형식으로 담는 거죠.

한국은 첫 방문이시죠. 좋아하는 한국 영화가 있나요?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라던가요.

한국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2003)나 <기생충>(감독 봉준호, 2019) 정도죠 뭐.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오래전에 보고 좋아했던 영화인데요. 제목이 잘 기억나지는 않아요. 5학년 두 소녀가 학교에서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였는데, 보고 감동을 받았거든요. 딸 생각도 났고요. 한국 배우를 잘 모르지만, 한국에 더 자주 와야 앞으로 제 영화에 한국 배우를 더 넣는 씬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라모나>가 곧 한국에 개봉합니다.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한국 관객들은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라모나>는 정말 로맨틱한 영화라 로맨스를 즐기는 관객의 맘에 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