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공개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끈 <인어공주>가 34년 만에 실사영화로 제작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복습을 돕고자 작품에 관한 팩트들을 정리했다.
* <인어공주>는 1941년부터 디즈니의 소유였다. 월트 디즈니는 안데르센의 동화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기획했지만, 같은 해 애니메이터들의 격렬한 파업과 2차 세계대전 전시 선전 단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43년에 보류됐다. 결국 <인어공주>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1959) 이후 동화를 원작으로 한 최초의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이 됐다.
* 손으로 그린 셀과 아날로그 카메라, 필름 작업을 사용한 마지막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인어공주>는 지난 수십 년간 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디즈니는 <인어공주>를 위해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있는 메인 애니메이션 시설 외에도 플로리다 올랜도 외곽에도 센터를 오픈했다. 천 개가 넘는 배경과 컬러를 사용했고, 드로잉만 100만 장 이상이 만들어졌다.
* <인어공주>는 또한 <판타지아>(1940) 이후 가장 많은 특수효과가 사용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었다. 2분 분량의 폭풍 시퀀스만 해도 10명의 특수효과 애니메이터가 1년 이상 매달렸다. 특수효과 감독 마크 딘달은 에어브러싱, 역광, 중첩, 평면 음영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같은 다른 프로세스를 사용한 것 외에도 100만 개가 넘는 물방울이 그려졌다고 추정했다.
* 영화 오프닝 중 트리톤 왕이 도착할 때, 군중에서 미키 마우스, 구피, 도날드 덕, 커밋 등을 발견할 수 있다.
* 우르슬라가 아리엘에게 사인을 받는 두루마리 속 단어 중간에 미키의 형상이 보인다. 바다표범이 갑판으로 뛰어오르는 장면에서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검은 머리가 보이는데, 그 머리 모양이 미키와 매우 유사하다.
* 영화에는 많은 인어족이 등장하지만, 우르슬라는 세카엘리아로 알려진 신화 속 생명체 중 상체는 인간, 하체는 문어인 잘 알려지지 않은 종족이다.
* 우르슬라 캐릭터는 드랙 배우이자 존 워터스 감독의 단골 배우 디바인과 디즈니 영화 <생쥐 구조대>(1977)의 마담 메두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 에릭 왕자의 시종 그림스비를 연기한 벤 라이트의 유작이다. 당시 디즈니의 젊은 직원들은 그가 <101마리 달마시안>(1961)의 로저와 <정글북>(1967)의 라마의 목소리를 맡았다는 걸 몰랐다.
* 에릭의 이름은 영화 개봉 1년 전에 세상을 떠난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에릭 라슨의 이름을 따왔다.
* <인어공주> 음악을 만든 앨런 멘켄과 하워드 애쉬먼은 뮤지컬 <흡혈 식물 대소동>을 같이 만든 동료였던 데이비드 게펜의 소개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회장 제프리 카첸버그의 눈에 띄게 됐다. <인어공주> 이전에는 애니메이션의 노래들이 미리 작곡되는 게 관례였는데, 작곡가 앨런 멘켄과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은 존 머스커, 론 클레멘츠 감독과 함께 전체 스토리보드 과정부터 제작에 관여해 노래가 영화에 더욱 유기적으로 녹아들 수 있었다.
* 원래 세바스찬은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기로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작사가 겸 프로듀서 하워드 애쉬먼이 캐리비언 억양으로 말해보라고 제안했고, 덕분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Under the Sea’와 같은 칼립소 스타일의 노래가 나올 수 있었다.
* 에리얼이 부르는 ‘Part of Your World’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영화 초반에 자신의 바람을 노래하는 첫 노래다. 하워드 애쉬먼은 이 노래를 ‘I Want’라고 칭했다. <미녀와 야수>(1991)의 ‘Belle’, <알라딘>(1993)의 ‘One Jump Ahead’, <라이온 킹>(1994)의 ‘I Just Can't Wait To Be King’, <포카혼타스>(1995)’의 ‘Just Around the Riverbend”, “<라푼젤>(2010)의 ‘When Will My Life Begin?’, <겨울왕국>(2013)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등이 그 전통을 따른다.
* 제프리 카첸버그는 ‘Part of Your World’가 지루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테스트 상영에서 아이들은 노래에 흥미를 갖지 않았고 딴청까지 피웠다. 하워드 애쉬먼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카첸버그를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애니메이터 글렌 킨의 청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시사를 진행했고 그때 반응이 아주 좋자 ‘Part of Your World’를 그대로 두기로.
* 에리얼 역의 조디 벤슨을 제작자에게 추천한 건 하워드 애쉬먼이었다. 벤슨은 애쉬먼이 작곡한 영화 <스마일>(1975)을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단역으로 참여한 바 있다. 벤슨은 심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어둠 속에서 ‘Part of Your World’를 불렀다.
* ‘Part of Your World’ 마지막에 에리얼이 동굴 바깥으로 손을 뻗는 장면은 <인어공주> 제작 과정 중 마지막에 완성됐다. 사실 애니메이터 글렌 킨은 이 장면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감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넣었는데, 10년 후 어릴 적 <인어공주>를 보고 그때 에리얼의 손을 잡고 물 밖으로 나오게 도와주고 싶었다는 여자의 말을 듣고 그 대목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
* 에리얼이 동굴에서 ‘Part of Your World’를 부를 때 아브라함 링컨의 흉상이 보인다. 그 동굴에는 17세기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불꽃을 피우는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도 있다.
* 에리얼의 체형과 캐릭터는 80년대 말 가수로도 활동한 배우 알리사 밀라노를 바탕으로 했고, 우주비행사 샐리 라이드가 무중력 상태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수중의 머리카락을 묘사했다.
* 에리얼은 친형제가 있는 최초의 디즈니 공주다. 에리얼과 자매들의 꼬리는 무지개 색깔로 이루어졌는데, 물론 에리얼은 그 가운데서 돋보이도록 설정됐다. 유일하게 빨간 머리이며, 조개껍데기 상의와 꼬리의 색이 다르고, 이름이 ‘a’로 끝나지 않는다. 에리얼의 머리색은 디즈니가 제작한 영화 <스플래시>(1984)의 대릴 한나와 구분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 <페리스의 해방>(1986)으로 스타덤에 오른 매튜 브로데릭이 에릭 역 물망에 올랐다가 5년 후 <라이온 킹>(1994)에서 성인 심바의 목소리를 맡게 됐다. 무명 코미디언이었던 짐 캐리가 에릭 역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드라마 <스타 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 스케줄로 트리톤 왕을 고사했다.
* 에리얼이 에릭과 저녁 식사를 할 때 입은 드레스는 이전의 디즈니 공주들이 입었던 다양한 드레스를 조합해 만들었다.
* <인어공주>는 오랫동안 흥행에 실패해왔던 디즈니의 터닝포인트였다. 이 작품마저 성공하지 못하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닫을 거라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인어공주>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는 덕분에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이끈 작품으로 남았다. 디즈니는 1950년 <신데렐라>가 개봉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 1990년 골든글로브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 뮤지컬 또는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하진 못했지만, 2년 후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가 그 상을 받았다.
* <인어공주>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Under the Sea’)을 수상했다. 이후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포카혼타스> 네 작품이 연속으로 두 부문을 석권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