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일주일 전 갑자기 정종 문화제에서
연산군 문화제로 바뀐 망진의 지역 축제
스타트업 대표 ‘혜수’는 축제를 무사히 진행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무늬만 이사 ‘상민’은 퇴사한 직원 ‘래오’를 알바로 데려오고,
축제 당일 현지에서 뽑은 인턴 ‘은채’는 과하게 열정적이다.
축제의 막이 오르기 직전 객석은 텅 비고,
초대가수는 펑크 나고, 지역 극단은 보이콧을 선언하는데…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이 죽일 놈의 축제
그래도 축제는 계속돼야 한다! 반드시!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감독 김홍기)은 망하기 일보 직전 지역 축제를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현실 격공 대환장 코미디’이다. K-지역 축제라는 신선한 소재와 예측 불허한 전개, 베테랑 배우들의 환상 연기 앙상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위기의 K-지역 축제를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합지졸 축제 대행사 직원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격한 공감을 전하며 대환장 웃음을 유발한다. 여기에, 대체 불가 존재감을 선보이는 김재화,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민재,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박강섭, 통통 튀는 매력의 차세대 유망주 장세림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완벽한 열연 시너지는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의 정신을 유쾌하게 선보인다.
<익스트림 페스티벌>로 첫 장편영화 데뷔한 김홍기 감독은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했지만, 배우로도 활동했다. 스무 살. 트렁크 하나를 들고 부산에서 상경한 김홍기 감독의 꿈은 연출도 연기도 다 할 줄 아는 사람. 2013년 연극 <이수일과 심순애>로 데뷔했다. 대학로에서 열정을 불태우던 그는 스물여덟 무렵 자신의 연기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영화사, 언론사에 원서를 내며 월급 받는 직장인의 삶을 꿈꾸기도 했다. 그렇게 돌고 돌다가 2016년 극단을 차렸다. 그의 단편과 장편에서 늘 출연하는 이름인 혜수, 상민은 당시 극단에서 함께 했던 배우의 이름이다. 감사한 마음에 세 작품째 그 이름을 쓰고 있다. 2018년 대학로에서 직접 쓴 각본 <연애 플레이리스트>를 연출했다. 처음으로 원고료를 받고 쓴 각본이다. 말랑말랑하고 무엇보다 상업적인 연극이었지만 코로나19로 따뜻한 시절도 막을 내렸다.
정신적 스승인 윤성호 감독을 소개받고 작가실 일원으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각본에 참여해 이름을 알렸다. 영화는 <버닝>에 물류센터 알바지원자 단역으로 연을 맺기 시작했다. <창간호>(감독 백승환 외, 2019) 각본 작업 이후, 단편 <중성화>(2019), 옴니버스 단편 <숏버스 이별행>(2021)을 거쳐 이번에 <익스트림 페스티벌>로 장편 데뷔했다. 김홍기 감독을 만나 <익스트림 페스티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편 데뷔를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개봉이라는 게 이렇게 ‘익스트림’할 줄 몰랐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스펙터클한 일이더라고요. 어찌 보면 경조사를 치르는 느낌이랄까요? 연락드릴 분들도 많고, 그 과정에서 저의 언어와 행동을 관리해야 하니, 이 과정까지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소재가 참 독특합니다. 지역 축제인데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신 건가요?
배우 캐스팅을 먼저 하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배우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영화고, 하루 동안 일어나면 이야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90분짜리 독립영화를 어떤 배경에서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기획자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게 되더라고요. 독립영화에 무전여행이나 지방으로 여행 가는 것들을 꽤 있는데, 지역축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는 없는 것 같아 패키징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진흥위원회 심사에 내도 좋아할 거란 느낌도 들었고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든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까 기획을 좋게 봐주는 쪽으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영화에서는 정종문화제가 연산군 문화제로 갑자기 변경되고요, 지역 극단의 보이콧 선언, 초대가수 펑크 등 예측 불가능한, 아니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사건 사고들이 계속해서 터집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참고한 실제 사례들이 있을까요?
거의 참고하지 않았어요.
정말요?
무엇을 참고한다 해도, 상상한다 해도 그럴법한 일들은 다 일어나니까요. 또 어쭙잖게 현실 사건을 차용한다거나 패러디하는 것보다는 일어날 법한 일을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취재에 그리 포커싱을 두지 않았던 거죠. 코로나19 기간이어서 사람들을 만나 기운을 느낄 기회가 적기도 했고요. 다행히 작년에 거리두기가 좀 완화되면서, 강동구청 앞에서 열린 작은 축제를 가본 적은 있습니다. 프로그램보다는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더 주의 깊게 봤어요. 저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까 보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죠.
캐릭터 한명 한명이 각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스타트업 대표 혜수(김재화), 월급 루팡 상민(조민재), 퇴사자 래오(박강섭), 인턴 요구자 은채(장세림) 그리고 조연들까지요.
저는 생각보다 배우들을 굉장히 많이 믿는 편이에요.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배우 버릇을 대사에 잘 녹여내는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제가 적당히 쓰면 배우들이 알아서 녹여줄 거라고 믿었죠. 제가 쓴 대로 연기한 배우도 있지만, 다르게 한 배우도 있어요. 저는 오히려 다르게 가서 좋더라고요. 제가 쓴 대로만 하면 무채색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요? 제가 연극을 할 때는 이런 걸 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본인이 가진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걸 발견하는 게 오히려 즐겁더라고요.
가장 다르게 연기한 배우는 누구였어요?
군수 역을 맡은 문희경 배우나 팀장 역을 맡은 유정호 배우죠. 정말 베테랑답게 기가 막히게 연기하시더라고요. 자기 누울 자리를 잘 체크한다고 해야 할까요? 본인의 매력을 잘 펼쳐주셨어요. 뭔가 영화가 제 손을 조금씩 떠나고 있지만 싫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촬영 중반을 넘어서면 감독보다 배우가 영화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첫 연출이다 보니 제 연출력과 카메라가 현장을 지배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연기들을 발견하는 건 즐거웠습니다.
페스티벌 기획자 혜수 역을 맡은 김재화 배우, 베스트셀러 작가 상민 역을 맡은 조민재 배우와는 전작 단편 <중성화>(2019)에서 만난 사이죠. 먼저 김재화 배우요. 기자간담회에서 “김재화 배우는 메릴 스트립보다 위대한 배우”라고 극찬하셨습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김재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신 건지, 또 김재화 배우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또 그런 부분이 <익스트림 페스티벌>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설명해주세요.
김재화 선배 연기에 대해서는 이 장면을 예로 들어볼게요. 군수님이 공연 스크립트를 변경하고 그걸 극단에 알려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신씨가 뭐하면 뭐하고, 이렇게 해서 진행할게요’라는 제법 긴 대사를 김재화 배우가 합니다. 그런데 미세하게 말을 절기도 하고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하고 정말 그 분위기에 딱 맞는 연기를 보여줬어요.
촬영할 때 저는 그 장면 어떻게 연기할 건지 물어보지 않았어요. 배우 중에는 철저하게 계산해서 하는 스타일도 있고, 김재화 배우가 연기할 때 어떻게 내적으로 작동이 되는지 사실 저는 몰라요. 그런데 항상 절묘한 방식으로 시나리오의 아이러니를 연기로 잘 표현하는 겁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볼과 스트라이크 사이에 볼을 꽂아넣는 능력, 제구력이 뛰어나다고 할까요? 감정에 여러 단계가 있는데, 7.85 정도의 연기가 가능한? 그러니까 소수점 단위까지 연기가 가능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로 김재화 배우의 어마어마한 강점이죠.
또 영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연기를 해주는 배우입니다. 이다음에 이 정도 연기가 나와야 진행되는 그런 기가 막힌 연기를 해요. 이성과 감성의 조합도 완벽합니다. <중성화> 때는 “왼쪽 눈 아래 근육을 써볼게요”라고까지 말했어요. 고도로 훈련되지 않은 배우라면 불가능하겠죠. 지금도 연기 훈련을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는 배우의 꿈을 꿨던 사람으로서, 본받아야 하는 연기자라고 생각해요.
김재화 배우에 대한 ‘극찬’ 잘 들었습니다(웃음). 김재화 배우는 그동안 조연으로 이름을 알렸어요, 장편 데뷔작으로 설득은 어떻게 하셨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중성화> 단편영화 성과가 제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생각보다 영화제에도 많이 초청받았고요, 재상영도 많이 되었죠. 그래서인지 김재화, 조민재 배우와 이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상민과 혜수(<중성화>에서 주인공의 이름을 <익스트림 페스티벌>에 그대로 가져왔다)의 마지막을 장편으로 마무리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OK한 거예요?
사실 전 절차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웃음). “좋아요”라고 하셨지만, 시나리오를 아직 못 보셨으니까요. 트리트먼트를 드렸죠. “재밌어요”라고 하셨지만, 그게 하겠다는 말은 아닌 거잖아요.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을 못 받으면 촬영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일단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통보를 받고, 완성된 시나리오를 드렸죠. 그랬더니 “하고 싶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트리트먼트, 초고, 이고를 쓰면서 늘 고민이었죠. OK해주실까가요. <중성화>의 장편 버전으로 가자고 말은 했지만, 제 나름대로는 김재화 배우에게 확답을 받을 만한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뵙고 싶었거든요. 어쩌면 김재화 배우는 본인의 역할에 대한 욕심보다는 누구보다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늘 제게는 든든한 예술적 후원자이시고, 이 영화의 요소들을 재미있게 봐주셨어요. 영화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작업이 너무 재미있을 거 같다고요.
김재화 배우가 “재치 있고 핵심을 꿰뚫는 글을 쓰는 감독과 단편을 작업하며 즐거웠다”라고 말할 정도로 역시 감독님은 각본에 강하다는 점이 이번 데뷔작에서도 드러난 거 같습니다.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배우 생각만 했어요. 저는 시나리오를 쓸 때 이 장면을 이 배우가 어떻게 연기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쓰는 스타일이거든요. 저는 구조에 강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한씬 한씬 배우가 이렇게 연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완성해가는 거죠. 뒤에 뭐가 나올지 저도 몰라요. 가수가 일단 등장하는 거고, 뒤에 어떤 노래를 부를지 모르면서도 가수 소개 멘트부터 쓰는 거죠. 실제 소리 내서 연기도 하면서 좀 시끄럽게 씁니다(웃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제가 존경하는 윤성호 감독님의 말씀을 늘 마음에 둡니다.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쓴 글과 아닌 글은 차이가 있다는 말씀이요. 그 애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익스트림 페스티벌>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계속해서 터지죠. 다 공들여서 찍으셨겠지만,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제 머릿속 그림을 벗어난 장면이 있어요. 센도 아키라라는 일본 가수의 공연 장면인데요. 센도 아키라는 일본 비주얼락의 대표주자, 그러니까 엑스재팬 같은 인물인데요. 한때 우상이었지만 몰락한, 실제로 사이비 종교에 빠져 지방에서 이용당하기도 했죠. 영화에서는 센도가 몸에 페인팅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배우가 리허설을 보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자기가 준비해서 오겠다고요.
이 장면을 찍으면서 ‘아, 나도 이 영화를 잘 모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없는 현장에서 저는 모든 게 처음이니 스태프들에게 의지하면서 촬영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 장면이 그렇게 구슬프게 찍힐 줄 몰랐어요.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장면인데, 스태프들도 울컥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학창 시절에 어떤 뮤지션의 팬이었던 기억이 있던 스태프들이 더요. 제 머릿속에는 그저 비참한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느낌도 나서 놀랐어요.
그러면 실제 영화 준비단계부터 촬영, 후반작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이나요?
아, 딱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거의 마지막 촬영 날이었어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행사장 촬영 분량이 거의 90%에요. 그러니까 철거 예정일이었던 거죠. 계획대로라면 촬영을 잘 마치고 철거를 해야 하는 건데요. 날씨가 항상 도와줬어요. 13회차 중에 12회차 날씨가 너무 좋았거든요. 스태프들이 저를 보고 ‘날씨요정’이라고 할 만큼요(웃음).
그런데 마지막 촬영날 비가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못 찍으면 절대 안 되는 씬이 남아 있던 상황이었어요. 배우들 스케줄에 맞추느라 앞 회차에서 이날 찍을 분량의 앞뒤 장면을 찍어뒀거든요. 토끼와 거북이를 예로 들면, 출발 장면과 끝 장면은 찍어둔 건데, 중간에 낮잠 장면을 안 찍는 거나 마찬가진 거죠.
다음날 새벽 6시에 철거차가 들어오는데, 새벽 2시가 되어도 비가 안 그치는 겁니다. 정말 이러다 망하겠구나 싶었어요. 대책 회의를 몇 번이나 하면서 분량을 3컷으로 줄였어요. 그런데 새벽 3시에 비가 그친 겁니다! 온 스태프가 뛰어나가서 의자에 물 닦고 40분 만에 다 찍고 나니 귀신같이 다시 비가 내리는 거예요. 그날 느낀 절망감과 감사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날씨의 신을 원망할 수는 없었죠. 12회차를 도와주셨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 날 세금을 받으시나 싶었죠(웃음).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과 일해본 적이 있는 분, 지원금을 받기 위해 서류를 내본 적 있는 분이라면 영화를 보시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고, 또 “누구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계신 분들이라면 영화를 꼭 봐주셨으면 한다”라며 K-행정의 문제점을 꼬집으셨어요. 혹시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비슷한 일을 겪으셨나요?
저는 원래 국가 재정이나 복지에 대해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우파 성향이었습니다. 개인이 할 몫과 국가가 해야 할 몫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 청년 지원금 50만 원이 다달이 들어오는 게 너무나 감사하더라고요. 수혜자로 선정되어서 인터뷰로 영상에 출연도 했습니다(웃음). 제도가 이래서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번 영화도 영화진흥위원회의 도움을 받았어요. 물론 제반사항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 건 사실입니다. 이 서류가 정말 중요한가, 구비되어야 하는 건가, 이런 지원이 정말 투명하게 이뤄지는 걸까 같은 생각요. 영화진흥위원회 입장은 ‘네가 찍고 싶은 독립예술영화 도와줄게, 공공의 무엇인가를 증진시킬 수 있다면’ 정도인데요. 저는 역설적으로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있으니, 제 마음 안에서 두 개의 생각이 충돌하는 거죠. 역설적으로 예술가들이 도움을 받기 머리를 굴려야 하는 아이러니랄까요.
물론 나쁘다거나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니고요. 선진국에서 예술가의 복지를 보장해주는 제도를 봐도 이런 사례가 없지는 않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 양가적 감정이 존재할 테니, 그런 부분들을 제 가치 판단 없이 영화에 녹여보고 싶었던 거죠.
K-행정의 문제점에 대한 신박한 해법을 짚어주신다면요?
(잠시 고민하다가) 예산을 늘리는 거 말고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심사 기준을 어떻게 바꾼다는 것보다는, 음, 실무자분들께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익스트림 페스티벌>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한국 축제의 부조리, 지역 행정을 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요(웃음). 이 영화는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 정종의 본명도 몰랐던 혜수가 조금씩 제대로 해보려고 진심이 되어가고요, 극단원들도 축제를 잘 만드는 것보다는 딴 생각에 빠져 있죠. 지원금에 매달리는 친구도 있고, 은채도 사실 축제의 성공보다는 어떻게든 이들에게 잘 보여서 고향을 떠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축제에 가장 진심인 사람은 아마 상민 아닐까요? 삶을 대하는 방식이 진심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아닌 것 같아도 가장 예술적이지 않았던 사람이 점점 진심을 다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느낄 관객도 있을 테고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분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는 분명 영화 기저에 깔려 있다고 봐요. 저 자신도 그랬고요.
꼭 찍어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요?
만약 <익스트림 페스티벌>이 필요 이상으로 잘 된다면, 속편을 찍고 싶어요. 1편을 안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영화죠. 사실 독립영화계에서는 잘 시도하지 못하는데요. 지속가능하다면 유의미하지 않을까요? <범죄도시>처럼 더 잘 될 수도 있고요(웃음). 보통 속편에서는 1편을 변주하는 시도를 하는데, 이런 걸 독립영화에서도 해보고 싶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발상이네요.
지금 독립영화계에서도 머리를 열고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규모,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을 독립영화계도 해야 할 시기인 거죠. 저예산으로 찍었는데, 배우와 스태프에게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준다면 지속가능하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필요 이상의 성공이 필요한 겁니다. 기적을 늘 마음에서 배제하고 살았지만, 한 번쯤 이 영화처럼 소박한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거죠.
차기작은 뭐로 준비 중이세요?
드라마 각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한 번에 한 작품만 쓰는 게 원칙이었는데, 지금은 좀 바뀌어서요. 소처럼 일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웃음). 제가 감독으로서 창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봐야 10년이라고 보거든요. 감독, 각본은 아니더라도 기획자나 크리에이터로서의 삶도 있으니까요. 이 기간에 후회 없이 무언가를 해내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하지 않나 해요. 여러 우물을 만들어놓고, 속도감 있게 움직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무엇보다도 인물에 대한 애정을 가장 앞에 뒀어요. 그래서 영화를 재미있게 본 분이라면 N차 관람을 추천합니다.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 표정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 영화에 확신이 있습니다. 감히 덕질하기 좋은 영화라고요. 정말 즐겁게 영화를 본 분이라면 영화를 물성이 있는 무언가로 소장하고 싶을 텐데요. 블루레이라든가 대본집, 굿즈가 있다면 모으고 싶은 욕망이 생길 거예요.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께 감사드리고요,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꼭 N차 관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