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배우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 팀의 대표 수장인 영원한 ‘에단 헌트’ 톰 크루즈를 비롯해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에단 헌트의 새로운 조력자 그레이스 역의 헤일리 앳웰, 에단 헌트의 오랜 친구 벤지 역의 사이먼 페그,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는 화이트 위도우 역의 바네사 커비, 그리고 새롭게 합류하는 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폼 클레멘티에프까지, 이들이 한국을 찾아 들려준 영화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경험담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6월 29일 서울 롯데타워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내한 행사를 갖고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영화에 관한 어떤 스포일러도 없으니 안심하고 읽어도 된다.
벌써 11번째 내한이다. 이렇게 자주 한국을 찾은 소감은 어떤가.
톰 크루즈 올 때마다 정말로 따뜻하게 환대 받는 기분이라 어메이징(amazing)하다. 어젯밤에 거리에 나가 코리안 바비큐를 즐겼는데 정말 맛집이었다. 또 산책하면서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특별함을 느꼈다. 특히 이번에는 다른 동료 배우들과 함께 올 수 있어서 좋다.
당신의 커리어는 정말 대단하다. 계속해서 지금까지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무엇으로부터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지 궁금하다.
톰 크루즈 나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4살 때부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영화 만들기를 꿈꿔왔다. 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영화들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많은 장소와 이야기가 있지 않나. 비록 내 인생은 호텔을 오가는 삶이지만 모험으로 가득한 인생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감사하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열정,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심지어 나는 영화와 연기를 배운 적도 없다. 18살 나이에 처음 뉴욕에 가서 오디션을 보고 난 이후 많은 스태프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스스로 배워 나갔다. 혼자 연구하고 혼자 배웠다. 그러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고 그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 같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늘 새로운 한계에 도전한다. 그 비결이 뭔가.
톰 크루즈 잠시 후에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님이 무대에 올라 함께 이야기를 나눌 텐데 그가 한 편 더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당연하지” 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두 편으로 나눠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여러 가지 문화와 지리적인 특성들이 잘 반영된 영화가 나왔다. 그것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1편 때부터 제작자로 참여를 해왔는데 매번 어떤 이야기를 어떤 장소에서 펼쳐 보일지를 고심한다.
매번 스턴트 연기를 할 때도 항상 스토리에 중점을 둔다. 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도 직접 운전할 수 있고 제트 전투기도 타봤다. 패러슈팅을 비롯해서 아마도 예고편을 통해 보셨을 스피드 플라잉도 직접 해보면서 노하우를 다졌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물론 나도 트레이닝은 계속해서 받는다. 어릴 때부터 바이크를 탔지만 절벽에서 떨어지는 건 당연히 처음 해본 경험이었고 또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세련되게 잘 찍기 때문에 장면이 멋지게 나온 것 같다. 디테일들이 모여 하나로 조화를 이룰 때 영화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물론 잘못될 위험 요소는 늘 사방에서 도사리고 있다. 헬리콥터에서 낙하해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다 보면 잘못될 때가 있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바람이 세게 불 때 낙하선을 펼치는 바람에 절벽 끝에 다가선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절벽에 부딪히지 않는지 헬리콥터가 너무 바람이 세서 내가 날라가지는 않는지를 따지면서 몸의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물론 다시 자리를 잡기는 했지만 그런 것들은 내겐 리스크다.
또 지상에 떨어지기 전에 낙하산이 제대로 펴져야 하고 착지도 잘해야 하는데 이 모든 걸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연기를 하는 동안에도 카메라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포커스를 잘못 맞추는 일은 없는지를 고민한다. 사실 이 모든 건 결국 이야기를 중심에 놓기 위한 작업이다.
한계를 모르고 도전하는 톰 크루즈의 열정적인 삶의 원동력은 결국 영화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재확인한 답변이었다. 톰 크루즈와의 짧은 대화 이후에 무대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올라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부연하자면, 이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하는 헤일리 앳웰의 그레이스는 에단 헌트와 가장 오래 붙어 다니는 역할이다. 두 사람의 합이 보여주는 액션신의 양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미션 임파서블 3>(2006)부터 합류한 사이먼 페그의 벤지는 워낙 오래된 에단 헌트의 동료이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고 바네사 커비는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무기 밀매 시장의 큰손 화이트 위도우 역으로 출연한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맨티스’로도 익숙한 폼 클레멘티에프는 굉장한 무술 실력을 지닌 고수다. 간담회장에서는 이들의 액션 연기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새롭게 합류한 헤일리 앳웰에게 묻겠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합류하게 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
헤일리 앳웰 엄청난 질문이다.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영화 세트장은 구체적으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현장이었다. 배우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조성해줬다. 또 창의적인 선택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고 그래서 관객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구현해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협업의 기회를 준 현장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벤지라는 캐릭터는 그동안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사이먼 페그 / 연구소의 기술 사무직이었던 벤지는 늘 현장에 나가고 싶어 IMF의 멤버가 됐던 인물이다. 약간 강아지 같은 인물이 이제는 어엿한 에이전트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에단을 비롯한 동료들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바네사에게 질문하겠다. 이번이 시리즈 두 번째 참여작인데 소감이 어떤가.
바네사 커비 / 톰이 연기하는 에단 헌트는 좋은 일을 하려고 하지만 때로 실수도 하고 단점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히어로가 되어가는 여정을 보는 것은 너무 즐겁다. 초자연적인 슈퍼히어로의 파워를 지닌 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그래서 아주 인간적이다. 배우로서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폼에게도 질문하겠다. 처음 참여했을 때 소감은 어땠나. 세트장에서 뭘 느꼈나.
폼 클레멘티에프 / 정말 흥미진진했다. 꿈이 이뤄졌으니까.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까지 했다. 이건 ‘Dreams come true’가 아니라 ‘Dreams Tom true.’라고 말이다. (자신의 꿈이 톰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뜻으로 말을 바꿔 말했다.) 11살 때 작은 흑백 TV를 통해서 <미션 임파서블> TV 시리즈 원작를 봤는데 이렇게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영화를 보면 이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극중 헤일리는 톰과 엄청난 자동차 추격신을 보여준다. 그 장면들은 어떻게 찍었나.
헤일리 앳웰 우리가 연기하면서 직접 탑승하고 운전도 했던 자동차는 ‘트릭시’라는 별명을 가진 피아트500이란 차다. 에단 헌트가 이 조그만 차를 몰아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나는 이 장면 촬영을 위해서 영국에서 5개월 동안 드리프트 교육을 받았다. 교육받을 당시의 도로 상황과 실제 촬영 환경에서의 느낌은 또 다르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는 장면이었다. 정밀하게 조정을 해야 되더라. 그레이스는 무모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것을 연기하기 위해 나는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이번엔 사이먼에게 묻겠다. 지금 우리가 엄청난 스턴트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촬영장에서 이런 톰과 배우들의 스턴트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기분은 어떤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
사이먼 페그 보통 창백해진다. (웃음) 톰은 정말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꼼꼼해서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가장 안전한 곳에서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촬영장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 예를 들어서 톰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는 우리 모두 무서웠다. 내 핸드폰으로 촬영도 했는데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SNS에 올릴까도 생각 중이다. 촬영 순간에는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가 배우로부터 괜찮다는 싸인이 나오면 그제야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는 광경을 찍었다.
톰 크루즈 내 입장에서는 아주 재미있다. 그런데 처음 연기할 때는 늘 기억이 생생하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꼼꼼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아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사이먼 페그의 SNS 동영상 업로드를 기다려봐야겠다. 액션 연기에 대한 질문을 이번에는 바네사에게 묻겠다. 어떤 액션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바네사 커비 바로 떠오를 정도로 격렬했던 액션 연기는 없었지만 전편이었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출연하기 전부터 훈련을 받았다. 그 때만 하더라도 내 몸의 특징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때였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내 몸에 대한 이해도가 커졌다. 실제로 격투 액션을 촬영할 때는 이것이 스턴트가 아니라 약간 발레 같다는 인상을 받곤 했다. 춤과 같은 하나의 예술 형태처럼 접근했다. 배우들끼리는 실제로 신체 접촉이 없지만 진짜인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하는 동작의 움직임이 춤 같았다는 의미다. 연습은 쉽지 않았지만 매일 열심히 해서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
톰 크루즈 이 말을 꼭 덧붙이고 싶다. 아주 오래 전 <미션 임파서블> 1편에 출연했던 맥스 역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라는 아주 유명한 배우가 있다. 당시 12살이었던 그 딸이 엄마에게 나도 배우가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의 격려를 받고 자란 그 딸은 커서 엄마가 연기했던 그 캐릭터의 딸을 연기하게 됐다. 바네사 커비의 이 사연을 알고 있는 맥쿼리 감독이 만들어낸 캐릭터 구도다. 엄청나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미션 임파서블’한 스토리다.
※이 글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주역들을 만나다 ②’로 이어집니다.
김현수 영화 저널리스트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