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온종일 비가 쏟아지는 꿉꿉한 날씨. 습기가 0에 수렴하는 뽀송뽀송한 영화를 관람했다. 올여름 개봉할 ‘한국영화 빅 4’ 중 한 작품으로 불리는 영화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사진=엔드크레딧

영화는 <터널>, <끝까지 간다> 등의 영화를 연출하고, <킹덤>으로 시리즈 연출까지 나선 김성훈 감독의 작품이다. <교섭>, <모가디슈>, <수리남> 등 유사한 소재를 다룬 한국 작품이 많이 나온 상황에서 ‘또 구출, 납치, 해외 로케이션이야?’, ‘하정우는 왜 맨날 위험한 작전에 휘말릴까’라는 피로감도 잠시. “주재료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셰프의 요리 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이라는 김성훈 감독의 말처럼, <비공식작전>은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해, 피로감을 싹 날릴 영화임이 분명했다.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 사진=엔드크레딧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 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 영화다. 13일 오후 2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비공식작전> 언론배급시사회 직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김성훈 감독과 주연을 맡은 두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비공식작전> 관람의 키포인트를 정리했다.


#비공식작전

: 제목이 ‘피랍’이 아닌 ‘비공식작전’인 이유

김성훈 감독. 사진=엔드크레딧

<비공식작전>은 당초 ‘피랍’이라는 가제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는 제목을 변경했다. 물론, <교섭> 등과의 유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목 변경을 감행했을 수도 있지만, ‘비공식작전’이라는 제목은 영화가 담아내고자 했던 이야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그리고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피랍’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뜻은 ‘납치를 당함’이다. 즉, 납치를 당한 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 ‘피랍’인 것. 따라서, '피랍'이라는 제목에서는 납치를 당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인상이 풍긴다.

<비공식작전> 스틸컷

하지만 <비공식작전>이 그려낸 사건은 납치를 당한 ‘오재석 서기관’ 시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를 구출하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 오재석 서기관이 납치를 당한 일은 주요한 서사로 다뤄지지 않을뿐더러, 오재석 서기관이 등장하는 분량 역시 상대적으로 적다. <비공식작전>의 ‘비공식작전’은 오 서기관이 납치를 당한 지 20개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고증

: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 고증에 진심인 제작진

<비공식작전>은 1986년에 일어난 도재승 서기관의 레바논 피랍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도 서기관은 납치된 지 1년 9개월 만에 한국으로 살아서 돌아왔다. 이 정도가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 피랍사건’의 전말로 알려져 있다.

김성훈 감독은 이 실화를 영화화하고자 생각한 이유로 납치와 생환 사이의 “어떻게”가 궁금했다고 전했다. 납치됐던 외교관이 과연 어떻게 한국으로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었는지, 그 사이의 과정을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채워 넣고 싶었다고. 그래서 구출된 사람이 아닌,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비공식작전> 스틸컷

외교관 피랍 사건이 일어난 때는 전두환 정권이 국가를 장악하고 있던 시기다. 당시는 안기부가 가공할 만한 권력을 쥐고 있었는데, 영화에서도 역시 안기부에 쩔쩔매는 외무부의 모습이 묘사되었다. 안기부장으로 등장한 배우 김응수는 그 시절 안하무인 권력자의 모습을 똑 닮아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김성훈 감독은 그 당시의 신문 기사 등을 토대로, 외교관이 납치될 당시의 차량과 총탄이 맞은 자리 등을 그대로 고증하려고 노력했다. 김 감독은 “물론 실화를 그대로 재연하는 것은 아니다. 디테일 고증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진실한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한다”라며 영화 속 장치들 하나하나까지 고증에 힘쓴 이유를 밝혔다.


#케미

: “마치 즉흥 잼을 하는 듯한” 하정우와 주지훈의 케미

<비공식작전> 스틸컷

<비공식작전>은 ‘버디 무비’다. 버디 무비(buddy movie)란 ‘두 사람의 우정을 다룬 영화’다. 그들이 ‘고난과 갈등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결국 위기를 함께 극복’(네이버 영화사전)하는 것이 버디 무비의 골자다.

사진=엔드크레딧

<비공식작전>에서는 ‘이민준 외교관’을 맡은 하정우, 레바논의 택시 기사 ‘김판수’ 역을 맡은 주지훈의 케미가 돋보인다. 주지훈은 기자간담회에서 약 4개월의 모로코 촬영 기간 동안 ‘강제 합숙’을 한 것이 케미에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하정우와의 연기는 마치 ‘즉흥 잼’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주지훈은 촬영에 들어가면, 하정우와 자신의 플로우가 자연스럽게 섞여 리얼한 액션 연기가 탄생했다고 전했다.


#색채대비

: 책상 앞에서 일하던 잿빛 외교관 + 현지인보다 더 이국적인 레바논의 한국인

<비공식작전> 스틸컷

영화에서 민준은 레바논에 도착해, 자신과 여러모로 정 반대의 존재인 판수를 마주친다. 판수는 어딘가 사기꾼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수상한 택시 기사다. 판수의 성격은 그가 입은 옷을 통해서도 단박에 유추할 수 있는데, 번듯한 회색 양복을 입은 민준과는 대비되는 노란색 체크 바지를 입고, (현지인도 잘 쓰지 않는) 아랍식 모자를 썼다.

<비공식작전> 스틸컷

색채의 대비는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의 전개에 힘을 싣는다. 잿빛 독재 정권 아래, 말단 외교관으로 일하던 한국 공무원 민준이 레바논 베이루트의 원색적인 느낌, 이국적인 빛과 색감을 맞이했을 때의 충돌은 앞으로 펼쳐질 고난과 모험을 예고하는 역할을 한다.


#액션

: 장장 4개월에 걸친 카체이싱 촬영 등 완성도 높은 액션 신

<비공식작전> 스틸컷

택시기사 판수(주지훈)가 주역의 한 축인 만큼, <비공식작전>에서는 카체이싱 신을 만나볼 수 있다. 좁은 골목부터 계단, 언덕, 골짜기를 질주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마치 내가 택시 옆자리에 탄 듯, 시원하고 쫄깃한 쾌감을 맛보게 된다.

민준(하정우)의 옥상 신도 빠질 수 없다. 이 시퀀스의 촬영은 한여름 한국, 옥천에서 진행됐다. 하정우에 따르면, 와이어 액션, 총격 액션이 10회차 이상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옥천에서 촬영했지만 모로코의 화창한 하늘 색깔을 맞추기 위해, 기다렸다가 찍고 또 기다렸다가 찍는 인고의 과정을 거쳤다고.


#아는맛

: 아는 맛이라 더욱 맛있는 영화! ”마치 공연을 즐기는 것처럼 관람하셨으면”

<비공식작전> 스틸컷

주지훈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마치 공연을 즐기는 것처럼 관람하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시원한 카 체이싱 장면과 액션은 흐름대로 즐기고, 블랙코미디 유머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마음껏 웃고, 통쾌한 장면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마음속으로 박수도 치고. 그렇게 즐기며 관람하라는 것.

영화 <비공식작전>은 올 8월 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