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맥스를 보고 나면 이 앵글이 이해가 된다.

동서 냉전의 시대

2차 대전이 끝나자 아메리카 대륙의 미합중국과 북아시아와 동유럽에 걸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즉 소련은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서유럽에 경제 원조를 함과 동시에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라는 군사동맹까지 체결한다. 이에 소련은 베를린을 봉쇄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바르샤바 조약을 만들면서 갈등은 본격화된다. 미국의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의 공산주의 진영이 충돌하는 이른바 동서 냉전시대의 시작인 것이다.

그 알력의 신호탄은 한국이 겪은 6.25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엔 중공군과 유엔군까지 가세하여 세계적 규모의 전쟁이 됐다. 베트남 또한 남북으로 갈라져 자유vs공산 진영이 전쟁을 벌였고, 미국이라는 당시 최강대국이 패배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은, 그렇게 지구 전역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두 나라는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군비를 확장하고 핵미사일 경쟁을 벌였다. 미국은 소련 견제를 위해 터키와 중동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했고, 소련은 이에 대응하여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했다. 그렇게 1962년에 세계는 멸망할 뻔했으나, 조약으로 인해 위기를 넘기게 된다.

케네디 대통령이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시대가 만들어낸 이야기들

동서 냉전은 영화라는 이야기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할리우드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꿈의 공장’을 가진 미국이 당사자였으니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53년에 출간된 스파이 소설인 「007」은 62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화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다(물론 이것은 영국의 프랜차이즈라 영국의 제작사와 공동제작한다). 아시는 바와 같이, 더블오세븐(007)이라는 자유진영의 매력적인 스파이가 주로 세계를 멸하려는 공산진영의 악당을 물리친다.

그리고 소련이 붕괴하면서 실업자가 된 스파이들의 운명처럼, 007 시리즈도 잠깐 침체를 겪는다. 시리즈 워스트 4위에 빛나는 <언리미티드>(1999)

동서 냉전으로 인해 실제 포탄이 오가는 전쟁은 드물었다. 그러나 총성 없이 상대방을 무력화하기 위해 첩자들의 활약은 횡행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처럼 무겁고 온몸이 푹 젖은 듯한 긴장감으로 시대를 묘사한 작품부터 <킹스맨>(2015~2021)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시리즈까지 그 폭도 매우 넓었다. 이런 이야기의 인기는 TV에서도 이어졌다. 1966년에 방영된 미국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그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의 원제는 <제 5전선> 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메인 테마도 그 시절에 시작했다.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

1966년부터 73년까지 방영된 이 인기 첩보물은 96년부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미국 정부의 첩보기관 중에서도 최고 부대인 IMF(Impossible Mission Force) 팀의 활약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007과 더불어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리즈였다. 그러나 혈혈단신 적의 진영으로 들어가 전멸시키는 007과는 달리 이 시리즈의 특징은 팀플레이였다. 이야기의 초반에 미션을 하달 받는 “귀관들이 적들에게 죽거나 붙잡혀도 국가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특유의 블랙 옵스(Black Ops) 코드 또한 이 시절부터 나온다.

"이 메세지는 5초 뒤에 자동 소멸"은 그 뒤 온갖 첩보 이야기에서 카피됐다.


그리고 영화 시리즈

IMF 팀 내의 정보 수집, 정보 분석, 특수 분장, 장비 개발, 지휘 계통 등등 분야의 대원들은 동일한 무게를 가지며 미션을 수행해 왔다. 그러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현장요원인 에단 헌트(톰 크루즈)를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고, 더욱 큰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영화 시리즈는 7편을 맞이하게 됐다.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PART 1>(2023)은 기존 영화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화려한 장비나 현장 요원의 기지 보다는 정보와 분석을 담당하는 루터(빙 레임스)나 벤지(사이먼 페그) 혹은 새로이 합류한 그레이스(헤일리 앳웰)와의 팀플레이에 더 초점을 맞춘다. 시리즈 1, 3, 5 편에서는 주로 외부의 적을, 그리고 2, 4, 6편에서는 주로 내부의 적을 다루는데 이번 7편에서는 내부와 외부 모든 적을 아우르며 헤쳐나가기엔 협동만 한 것이 없긴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특이한 적의 양태가 나온다. 세계는 엔티티라고 하는 초월적 수준의 A.I.(인공지능)와 전쟁을 해야 한다. 엔티티는 그간의 모든 빅 데이터를 이용해서 미래를 예측(보다 결정한다는 수준의 표현이 맞을 정도로)하고 자신을 해하려는 존재를 무력화 시키지만, 정말 염려되는 것은 모든 나라가 엔티티를 포획하여 자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데 써먹으려고 한다는 것. 여기에 이단의 과거에 얽힌 존재인 가브리엘(이사이 모랄레스)이 등장한다.

이사이 모랄레스는 미드 <오자크>에서 마약 카르텔의 부두목으로 출연했던 배우. 1시즌의 마무리를 충격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다.


당신은 과거를 잊지만 과거는 당신을 잊지 않는다

가브리엘은 마치 자신이 간택이라도 당한 듯, 엔티티의 미래 예언을 등에 업고 계시를 뿌린다. 그리고 에단은 가브리엘을 막는, 즉 엔티티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의 소스 코드를 이용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가브리엘은 에단이 IMF에 들어오기 전의 과거와 자신이 연관이 있다는 암시를 준다. 에단의 입장에선 가브리엘을 제거하는 것이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는 것과 연결된다. 그러나 유일한 키를 가진 가브리엘을 처리해버리면, 역설적으로 엔티티를 물리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가브리엘이라는 '지난날'이 있어야 엔티티라는 '다가올 날'을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세상은 민첩하게 변하고 있으며 재빠르게 미래지향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에 따르는 역효과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과거밖에 없다는 해답이 나온다.

1편의 인물이었던 키트리지 국장(헨리 처니)이 재등장하고, 클라이맥스였던 기차 장면을 오마주한 것은 형식적인 면에서도 과거 회귀의 요소를 가져온다. 지난 시리즈처럼 폭주하는 기차는 단선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정해진 길로만 간다는 면에서 시간의 흐름과 비슷한 속성이 있다. 이 기차는 결국 파괴되지만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낳지 않는다. 이는 에단이 2부에서 보여줄 어떤 해답과 연결되지 않을까?

유진 국장의 일침, "지금의 너는 과거의 선택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거를 벗어날 수 없다"

에단은 기차에 올라탈 방법이 없자 절벽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이용해 기차에 착지한다. 이 장면은 영화 스케줄 상 첫날에 찍었다고 한다. 이는 배우에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뒤의 스케줄을 조절하기 위한 톰 크루즈의 결정이라고 전해진다. 톰 형님의 자연사를 앙망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다음 파트를 기다려 보자.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