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시디어스: 빨간 문>

원래 여름 하면 '공포영화의 계절'이란 수식어가 절로 생각났는데, 이제는 장르가 계절을 가리지 않으니 오히려 여름 시장에서 공포영화 찾기가 힘들다. 대작들이 몰리니까 일부러 피하는 기색도 역력한데, 올해 여름 시장은 공포영화 명가의 신작이 출사표를 냈다. 바로 5년 만에 돌아온 <인시디어스> 시리즈의 신작 <인시디어스: 붉은 문>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특별한데, 2편 이후 프리퀄로 선회한 시리즈가 다시 조쉬 가족의 이야기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과연 5년 만에 돌아온 <인시디어스> 시리즈가 특별하기로 소문난 이유를 정리했다.


제임스 완의 명품 호러

제임스 완(오른쪽)과 리 워넬

할리우드 공포 영화 하면 빠질 수 없는 이름 중 하나인 제임스 완. 이제는 대작 히어로 영화 연출까지 성공시킨 그이기만, 그의 근본은 공포영화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제임스 완 하면 <쏘우>나 <컨저링> 시리즈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어떤 면에선 <인시디어스>가 근본 중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쏘우>로 영화계에 충격을 남기며 데뷔에 성공한 제임스 완은 이후 <데드 사일런스>와 <데스 센텐스>를 연이어 연출한다. 두 편 모두 <쏘우>에 비하면 비평이나 흥행 성적 모두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고, 심지어 <데스 센텐스>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손익분기점조차 넘지 못해 제임스 완에 대한 물음표를 찍게 만들었다.

<인시디어스>

<인시디어스> 촬영장의 제임스 완

그때 터닝포인트가 된 영화가 <인시디어스>. <쏘우>, <데드 사일런스>를 같이 한 제임스 완 감독과 각본가 겸 배우 리 워넬이 합심한 <인시디어스>는 새 집으로 이사 온 가족이 갑자기 기이한 일들을 겪게 되는, 아주 전형적인 공포 영화 스토리를 취한다. 그러나 이 뻔한 스토리를 제임스 완, 리 워넬 콤비는 고전적인 공포 영화의 매력을 훌륭하게 재현하는 데 사용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작 150만 달러를 들인 영화가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면 장면 공포 연출에만 신경 쓰지 않고 꽤 세심하게 전개하는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섭다고 소문났는데, 스토리도 괜찮다고 평가를 받으니 공포 영화를 피하는 관객도 한 번쯤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 제작비 대비 수익이 대박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시리즈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

제임스 완, 리 워넬 콤비의 두 번째 <인시디어스>이자 이번 5편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2편 <인시디어스: 두번째 집>은 1편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내용을 가져오며 세계를 확장시켜나갔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가 소재나 빌런/악령 등을 공유해 일종의 연작을 구성하거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를 그리는 것과 달리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은 1편의 상황을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1편의 장점 '스토리'를 취했다. 거기에 가족의 가장 조쉬의 이야기와 이 시리즈에서 핵심이 되는 두 개의 세계를 확장하며 <인시디어스> 시리즈만의 인장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1편의 명성은 2편 개봉까지 유효해서(제임스 완의 전작 <컨저링>의 성공까지 더해져) 1억 6천만 달러를 넘기는 흥행 성적을 거두기에 이른다. 1편의 성공으로 2편의 규모가 커지긴 했으나 그래도 500만 달러였고, 제작비의 32배 수익을 남기는 대기록을 세운다.

앨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프리퀄 <인시디어스 3>(왼쪽),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

이후 3~4편은 1편에서 등장한 '앨리스'를 주인공으로 1편 이전의 시간대, 즉 프리퀄로 구성됐다. 제임스 완은 제작으로 시리즈에 보탬이 됐으며, 리 워넬은 3~4편의 각본은 물론이고 3편의 연출까지 맡으며(그리고 스펙스 역으로도 계속 출연하며) 시리즈를 꾸려갔다. 프리퀄이라고 하나 전작들 못지않게 흥미로운 스토리와 다양한 악령을 내세운 시리즈는 1~2편처럼 흥행가도에 오른다. 두 편 모두 1천만 달러 제작비를 들여 각각 1억 1200만 달러, 1억 6700만 달러 흥행을 기록했으니 현대 공포 영화의 대표 시리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본의 귀환

조쉬 역의 패트릭 윌슨(왼쪽이 1편, 오른쪽이 5편)

르네 역의 로즈 번(왼쪽이 1편, 오른쪽이 5편)

달튼 역의 타이 심킨스(왼쪽이 1편, 오른쪽이 5편)

이번 5편 <인시디어스: 빨간 문>이 '귀한' 이유는 1~2편에서 램버트 가족 4인이 모두 그대로 복귀했기 때문. 아빠 조쉬 램버트의 패트릭 윌슨, 엄마 르네 램버트의 로즈 번, 큰 아들 달튼 램버트의 타이 심킨스, 작은 아들 포스터 램버트의 앤드류 애스터까지 모두 해당 배역으로 돌아와 시리즈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거기에 패트릭 윌슨은 이번 영화의 연출까지 나섰다. 패트릭 윌슨은 제임스 완과 가장 자주 호흡을 맞추는 배우 중 한 명인데 <인시디어스> 시리즈, <컨저링> 시리즈, <아쿠아맨> 등등 장르와 제작 규모에 상관없이 서로를 신뢰하고 장점을 살려주는 콤비이다. 패트릭 윌슨은 1~2편에서 조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시리즈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도맡았다. 그런 그가 이번 5편에선 조쉬 역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연출까지 맡아 <인시디어스>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인시디어스: 빨간 문> 프리미어 현장. (왼쪽부터) 제작자 제이슨 블룸, 크리스 역 싱클레어 다니엘, 연출 겸 조쉬 역 패트릭 윌슨, 달튼 역 타이 심킨스 (사진 제공=소니 픽쳐스)


'과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무서운 장면

<인시디어스>

<인시디어스> 시리즈는 독특한 기록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가장 무서운 장면이 있다는 것. 이것은 단순히 관객들의 속설이나 팬들의 과장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관객에게 심박수 측정기를 부착하여 공포영화를 보여주고, 그 심박수의 변화로 영화의 '공포지수'를 측정하는 프로젝트 '사이언스 오브 스케어'(Science of Scare). 이 프로젝트에서 <인시디어스>는 (2022년 기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왜 가장 무서운 장면이냐 하면, 최고 심박수 기준으로 하면 <인시디어스>가 1등이기 때문. 133BPM을 유발한 이 장면은 평균 심박수 88로 1위를 차지한 <호스트: 접속금지>와 최고 심박수 132BPM의 <컨저링>을 제쳤다. 조금만 검색해봐도 어떤 장면인지는 쉽게 알 수 있으니 여기서는 호기심이 생겨 영화를 볼 독자를 위해 어떤 장면인지 언급하지 않겠다. 절대 필자가 무서워 눈 가리고 보느라 모르는 게 아니다.


의도치 않게 '환불'된 사연

이거 보러 왔다가

이거 나왔으면 기절할 자신 있다.

<인시디어스> 시리즈가 가진 재밌는 기록 하나 더. <인시디어스 3>는 한 번 환불 '당한' 적이 있다. 2015년 6월 미국의 한 극장에서, <인사이드 아웃> 대신 실수로 <인시디어스 3>를 틀어버린 것. 뭘 어떻게 잘못 봐야 두 영화를 헷갈릴 수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인사이드 아웃>을 보러 온 아이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지역신문에 기사까지 났다. 극장 측은 매니저가 관객들을 만나 직접 사과하고 환불과 <인사이드 아웃> 티켓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용서를 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상처받았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다소 안타깝기도.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