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개봉 첫 주 100만 관객 돌파, 개봉 7일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 주에 무려 300백만 관객을 돌파했던 전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흥행 속도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현재의 극장가 상황을 고려하면 꽤 빠른 속도다. 작년 6월 개봉작인 <탑건: 매버릭>의 흥행 속도를 웃도는 수준이다. 어쩌면 톰 크루즈의 이번 영화 흥행 성적을 통해서 극장용 블록버스터 영화의 앞날을 예측해볼 수도 있겠다. 그만큼 이번 영화는 현존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편 이번 영화에는 주연 배우이자 시리즈의 제작자로서 톰 크루즈가 쌓아 올린 연기 인생 전체를 되짚어볼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아마도 제작, 각본, 연출을 겸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톰 크루즈라는 배우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그에 관한 모든 걸 이번 시나리오에 담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을 통해서 톰 크루즈의 연기 인생 전체를 되짚어보자. 영화에 관한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없으니 관람 전에 읽어도 무방하다.


위기의 할리우드를 구할 제작자

2022년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 <탑건: 매버릭>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톰 크루즈는 판데믹으로 대혼란에 빠진 전 세계 영화산업의 구원자와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지난해에 이미 <탑건: 매버릭>으로 전 세계 1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자신이 주연을 맡은 최고 흥행작 성적을 갈아치웠다. 그전까지 자신의 최고 흥행작은 2018년 그해 전 세계 흥행 순위 8위를 기록하며 7억 9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었다. 2018년 영화계 상황과 비교해보면 2022년에 거둔 흥행 성적이 얼마나 더 대단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올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 기념 파티에서 톰 크루즈를 만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톰 크루즈에게 “네가 할리우드를 살렸다”며 진심이 담긴 찬사를 보낸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탑건: 매버릭>의 성적보다 이번 영화의 흥행 성적 추이를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이 작품이 톰 크루즈가 판데믹 상황에서 찍은 첫 번째 영화였기 때문이다(<탑건: 매버릭>은 판데믹 이전에 촬영한 영화였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촬영 현장은 수많은 언론이 주목한 사고 현장이기도 했다. 2미터 간격 거리두기 원칙을 어기고 모니터를 확인하던 스태프를 향해 불같이 화를 내던 그의 육성이 언론에 보도가 되고, 베니스 현지 촬영장에서 십수 명의 스태프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촬영은 이어졌다.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 무려 2억 9천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됐다고 알려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톰 크루즈는 자신의 최고 흥행 성적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 이번 영화의 흥행 성적과 별개로 그는 이미 자신이 주연을 맡은 39편의 영화 흥행 성적 총합으로 10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명실상부 현존 최고의 흥행 배우 자리에 올랐다. 지난 십여 년간 마블 영화가 할리우드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극장가 위기를 맞이한 현재까지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스타, 제작자, 배우가 톰 크루즈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최고의 파트너를 찾아내다

<폭풍의 질주>

톰 크루즈는 배우 경력 초창기부터 많은 작가주의 감독을 비롯, 상업영화 감독들과 번갈아 작업해왔다. 그는 데뷔 초인 1986년 자신을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만들어준 <탑건>의 토니 스콧과 작업하는 동시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명배우 폴 뉴먼과 <컬러 오브 머니>를 찍으면서 스타로서의 지위, 그리고 배우가 연기를 통해서 보여줘야 할 예술적 에너지 모두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이 그를 당대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하는 기회를 갖게 해줬다. 이를테면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 감독 형제 모두와 작업을 해본 그는 <탑건> 이후 연기파 배우로서의 역량을 쏟아낼 수 있는 <레인맨>이나 <7월 4일생> 같은 영화를 선택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자신의 스타성을 돋보이게 해줄 <칵테일>이나 <폭풍의 질주> 같은 영화를 번갈아 작업한다. 그중에는 실패한 영화도 있고 성공한 영화도 있다. 일례로 <칵테일>에서의 연기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후보에 오르게 만들었고, 토니 스콧 감독과 두 번째로 작업한 카 체이싱 영화 <폭풍의 질주>는 비평가들로부터 <탑건>의 성공을 안이하게 답습한 결과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과 함께 보여준 연기는 지금도 회자될 만큼 톰 크루즈의 20대 시절 연기의 정수를 담고 있다.

<레인맨>

톰 크루즈의 20대 시절 연기는 대체로 과거와 화해하지 못한 미성숙한 청춘 그 자체의 생동감을 담고 있었고 1992년작 <어 퓨 굿 맨>을 기점으로 30대를 맞이한다. 그의 영화 선택 기준은 이때도 역시나 스타성과 예술성을 넘나드는 연속이었다. 1996년에 그는 제작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해준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당대 최고의 장르 마술사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작업하는 한편, 시드니 폴락 감독의 <야망의 함정>, 카메론 크로 감독의 <제리 맥과이어> 등을 통해서 그의 연기 전공 분야나 다름없었던 ‘젊고 유능한 워커 홀릭’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밀레니엄을 앞둔 1990년대 말에는 젊고 감각적인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매그놀리아>에서 자신이 쌓아 올린 스타성을 비트는 방식의 캐릭터를 연기하더니,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에로틱 심리 드라마 <아이즈 와이드 셧>을 내놓는다. 이 두 편의 영화 출연은 마치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앞으로는 섹슈얼리티를 전시하는 스타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안긴다. 혹은 그와 반대로 톰 크루즈가 맡는 캐릭터가 점점 성적 매력을 잃어가는 분기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어느덧 현실에서도 아버지가 되었고 몇 번의 이혼을 겪는 동안, 흘러가는 세월을 더욱 강하게 붙들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액션 영화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의지해왔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21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인 <우주전쟁>을 탄생시켰다.

<우주전쟁>

최고의 파트너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만난 작품 <잭 리처>

그 사이에도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사례를 겪으며 여러 감독을 만났지만 40대 이후의 톰 크루즈 배우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은 <작전명 발키리>의 작가였던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의 조우라 할 수 있다. 이후 두 사람은 작가와 제작자,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넘나들면서 <잭 리처>, <엣지 오브 투모로우>, <미이라>(2017),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과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등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톰 크루즈를 한마디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직접 감독을 찾아와 자신의 클로즈업이 맥락상 불필요해 보이니 편집해달라고 말하는 유일한 배우”라고 말이다. 연출자와 배우로서 두 사람의 합이 왜 그렇게 잘 맞는가를 생각할 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거쳐간 많은 감독들이 톰 크루즈와 스턴트 연기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와 오우삼 감독은 톰 크루즈가 모든 액션 연기를 직접 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반면에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잭 리처>를 연출하면서 모든 카체이싱 액션 스턴트를 직접 하는 톰 크루즈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반겼다. 그는 촬영 내내 배우가 직접 스턴트 연기를 한다는 사실을 온전하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 방식을 고민했다. 제작자로서 톰 크루즈의 열린 마인드, 한계와 타협하지 않고 원하는 장면은 끝까지 찍어내고 마는 집요한 태도 등이 현장에서의 두 사람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해준 공통분모였다.


에단 헌트 비기닝,

<야망의 함정>

<야망의 함정>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해서 본격적인 액션 스타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기 이전에 가장 많은 액션을 소화해야 했던 영화는 아마도 카레이서를 연기한 <폭풍의 질주>나 <탑건> 정도였을 거라고 추측된다. 그런데 이런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스파이 요원 에단 헌트와 같은 진중하면서도 날렵한 표정을 보여준 적이 없다. 오히려 에단 헌트의 싹이 보였던 영화로는 액션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존 그리샴 원작의 <야망의 함정>를 꼽을 수 있겠다. 시드니 폴락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이제 막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신참 변호사 미치를 연기한다. 미치는 자신의 첫 직장인 로펌이 실은 마피아 조직을 비호하는 집단이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미치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자신을 미행하는 킬러들을 따돌리기 위해 도심을 전력 질주하면서 한낮의 추격전을 벌이고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등 변호사가 아니라 특수요원이 할 법한 행동과 액션을 선보인다. 날카로운 눈매 너머로 진실을 쫓는 집요함과 복수심이 뒤섞이고, 위기 앞에서 섣불리 앞장서다가 일을 그르치기도 하는 등의 치기 어린 모습은 영락없는 에단 헌트의 초창기 모습과 빼다 박았다. <러브스토리>의 후속편처럼 시작하는 낭만적인 오프닝 뒤에 끔찍한 암투를 숨겨놓는 시드니 폴락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이는 작품이니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를 좋아한다면 <야망의 함정>을 꼭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이 영화는 티빙에서 볼 수 있다.


현실보다 더 리얼한 사격술의 달인,

<콜래트럴>의 톰 크루즈

‘톰 크루즈의 첫 악역 연기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콜래트럴>

톰 크루즈는 나름 악역 연기를 선보인 작품이 몇 편 있는데 전문 킬러 역으로 출연한 마이클 만 감독의 <콜래트럴>도 그중 하나다.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지만 그에게 살인이란, 그저 프로페셔널한 직업적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연기하는 빈센트를 단지 선악 구도로 나눠 악역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살상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에단 헌트 요원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톰 크루즈의 연기 변신이라 느낄 만하다. 머리를 탈색하고 덥수룩한 수염을 방치해 놓고 우울이 짙게 깔린 LA 밤거리를 어슬렁거리는 킬러의 모습이라니.

아무튼 이 영화에서 빈센트는 범죄자들을 근거리에서 권총으로 쏠 때 특정한 자세를 선보인다. 현대 전투에서 종종 쓰이는 권총술 중 하나라고 불리는 ‘모잠비크 드릴’은 몸통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을 쏴서 상대의 숨통을 끊어 놓는 무시무시한 살상 기술이다. 극중 빈센트는 골목길에서 만난 불량배들을 이 기술로 사살한다. 어쩌면 톰 크루즈의 액션 연기 중 가장 잔인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소위 밀리터리 덕후라 불리는 사람들이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톰 크루즈의 사격술 자세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도 했다(그리고 물론, 톰 크루즈는 오랜 시간 군사 훈련을 받았고, 해당 모잠비크 드릴 장면을 수십 번 찍었단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과

모든 면에서 유사한 <나잇 & 데이>

<나잇 & 데이>

<나잇 & 데이>는 애초 톰 크루즈가 캐스팅 일순위인 영화가 아니었다. 아담 샌들러, 크리스 터커, 제라드 버틀러 등 여러 배우들 손을 거치면서 영화의 기획 방향은 여러 차례 수정됐고, 최종적으로 주인공을 톰 크루즈가 맡기로 하면서 또 한 번 기획이 전면 수정됐다. 당시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외에 다른 영화에서도 흥행작이 나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우주전쟁>의 흥행 성적(약 5억 9천만 달러)을 뛰어넘는 히트작을 만들기를 원했던 그는, 이 영화가 고전 명작 스릴러 <샤레이드>(1963)처럼 유머와 서스펜스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액션 영화가 되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의 조합은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비밀 요원과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 여성이 함께 떠나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만들어내는 최적의 조합이었다.

에단 헌트와 그레이스의 구도는

<나잇 & 데이> 커플을 떠올리게 한다.

혹시 뭔가 익숙한 캐릭터 구도 같지 않은가? 그렇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에서 톰 크루즈의 에단 헌트와 좀도둑 출신 그레이스(헤일리 앳웰)와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나잇 & 데이>의 인물 구도를 떠올리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나잇 & 데이>의 두 남녀가 우연을 가장하고 마주치게 되는 공항은 에단 헌트와 그레이스가 처음 마주치게 되는 공항을 연상시키고, 모든 면에서 능숙한 비밀 요원과 모든 게 서툰 일반인 여성이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총격적을 벌이는 <나잇 & 데이>의 메인 액션 시퀀스는 에단 헌트가 그레이스와 함께 수갑을 나눠 찬 채로 로마에서 피아트500을 몰면서 벌이는 액션 시퀀스와 콘셉트가 정확하게 겹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액션 시퀀스가 펼쳐지는 특정 장소 역시 두 영화가 동일하고, <나잇 & 데이>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밀러 요원이 보호하려 하는, 중요한 비밀 정보를 쥐고 있는 천재 과학자 캐릭터 이름이 하필 사이먼 페그(폴 다노)다. 어쩌면 <나잇 & 데이>의 플롯과 설정을 직접 오마주하려는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의도였을 수도 있고 그저 우연히 겹쳐 보였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진실이건 톰 크루즈 액션 계보에서 두 영화는 독특한 공통점을 갖게 됐다.


톰 크루즈의 다음 행보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TWO>는 현재 할리우드의 작가조합 파업으로 제작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2024년 6월 28일 공개 예정이라고 하는데 공개 시기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크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이번 영화의 속편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최종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강조했다. 힘닿는 데까지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것이다. 톰 크루즈는 그 사이 우주로 나가 영화를 찍고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톰 크루즈와 함께 작업한 더그 라이먼 감독은 그가 우주로 나가는 영화를 기획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액션을 도전하려는 톰 크루즈와 함께 작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톰 크루즈는 우주를 여행하는 최초의 민간인이 될 예정이다. 톰 크루즈의 액션에는 머뭇거리게 만드는 한계도 없고 정차하게 만드는 마지막 종착지도 없다.


김현수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