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힘 못 쓴 <바비>, 이미 <미션 임파서블 7> 제쳐

<바비>

<바비>가 전 세계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7월 19일 개봉한 <바비>는 개봉 일주일 만에 30만 관객을 간신히 돌파했다.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임파 7>)이 개봉 당일 22만 명을, 26일 개봉한 <밀수>가 개봉 당일 31만 명을 돌파한 것에 비하면 고전 중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결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의 동향을 바라보면 웃고 있는 건 <미임파 7>이 아닌 <바비>다. 웹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바비>는 현재 4억 7천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미임파 7>은 이제 3억 7천만 달러를 도달했기 때문. 특히 <미임파 7>이 바비보다 9일 먼저 개봉한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추월' 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이는 <바비>, <오펜하이머>가 북미에서 7월 21일 같은 날 개봉을 선택하면서, 상대적으로 <미임파 7>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결과로 보인다. <바비>는 마텔사의 유명 완구 브랜드를 기반으로 해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고,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신작으로 기대를 받았다. 톰 크루즈표 액션의 엑기스 <미임파 7>도 분명 대중에게 인기를 끌고는 있으나 두 신작에 비하면 신선함이 다소 떨어지기도.

물론 장기전이 된다면 흥행은 언제나 뒤집힐 수 있다. 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미임파 7>이 <바비>의 성적을 뛰어넘지 못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동시기 경쟁작 <오펜하이머>는 현재까지 2억 2천만 달러를 넘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국가가 있고, 제작비도 세 작품 중 가장 낮은 편이라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듯하다.


케빈 스페이시, 모두 무죄 판정

케빈 스페이시의 대표작 <하우스 오브 카드>

명배우에서 성추행범으로. 최악의 추락을 맛본 케빈 스페이시가 겹경사를 맞았다. 그간의 모든 성추행 관련 고소에서 '생일날'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시작은 2017년, 안소니 랩의 미투였다. 안소니 랩은 14살에 26살의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케빈 스페이시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으며, 사실이라면 꼭 사과를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공식적으로 게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케빈 스페이시는 여러 건의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그는 <하우스 오브 카드>와 <올 더 머니> 등에서 하차했다.

이렇게 여러 명이 추행 사실을 증언함에 따라 케빈 스페이시는 사실상 유죄 판결을 받고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추행 사실을 최초로 밝힌 안소니 랩을 비롯, 미성년 남아에게 접근한 것이 명백했기에 범죄 여부를 떠나 엄청난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케빈 스페이시는 2023년 7월 26일 총 7건의 성폭행과 2건의 성범죄 건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곳에서 다룬 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케빈 스페이시가 영국 올드 빅 극장에서 예술감독으로 재직한 기간의 사건으로, 배심원단이 3일에 걸쳐 논의한 끝에 무죄로 종결됐다.

케빈 스페이시(왼쪽)의 성 추문으로 배우를 교체했던 <올 더 머니>.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역할을 대신했다.

물론 이 무죄 선고를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몇 년간 그가 한 것으로 알려진 행적들이 그의 이미지에 드리운 것은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케빈 스페이시가 그동안 보여준 연기력 등을 고려하면, 무죄 선고 후 복귀 가능성을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과연 케빈 스페이시를 다시 영화에서 보게 될 날이 올지, 그리고 그런 날이 온다면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해진 따름이다.


VFX 스태프 누락? <오펜하이머>에 대한 이슈들

<오펜하이머>(왼쪽), VFX 아티스트 누락을 언급한 휴고 구에라(Hugo Guerra)의 트윗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가 여러 이슈로 시선을 모았다. 가장 먼저 영화 VFX 스태프가 다수 누락됐다는 것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평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철학대로 CGI 사용 없이 제작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VFX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건 아닌데, 최근 프레임에 걸린 마이크 제거나 배우의 위치를 표시하는 마스킹 테이프 흔적 제거 등에도 CG 기술을 사용하고, <오펜하이머> 또한 이런 식의 VFX를 사용했다. (이런 식의 사용은 '눈에 띠지 않는 VFX'란 의미에서 '인비저블 VFX'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VFX 슈퍼바이저 휴고 구에라(Hugo Guerra)의 주장에 따르면 <오펜하이머>는 이 VFX 작업자 대다수를 엔딩크레딧에 명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펜하이머> 엔딩 크레딧 VFX 분야엔 이 작업을 담당한 회사 DNEG가 명시됐는데, 직원 이름은 27명만 게시됐다. 반면 DNEG사 홈페이지의 <오펜하이머> VFX 참여 명단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기재돼있다. 즉 <오펜하이머>에서 이 명단을 누락·축소했거나 DNEG사가 홈페이지에 잘못 기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니버설 픽처스나 제작진 측의 정확한 입장 발표가 있기 전까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최근 할리우드에서 VFX 아티스트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자칫 새로운 국면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오펜하이머>에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맡은 킬리언 머피(오른쪽), 그의 애인 진 태트록을 연기한 플로렌스 퓨

또 하나의 이슈는 <오펜하이머> 자체 검열 이슈다. 인도 개봉을 앞두고 당국과의 충돌을 막고자 <오펜하이머> 제작진에서 자체 검열을 시행했다고 한다. 극중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와 진 태트록(플로렌스 퓨)이 나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태트록의 나체를 검은 드레스로 CG 처리한 것이다. 편집이나 삭제가 아닌, 나름대로 작품과 어울리는 방법의 검열이고 개봉과 흥행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지만 'CG 반대자' 놀란 감독의 영화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사실 이 장면에서 인도 힌두교의 경전 '바가바드 기타'를 낭독하는 것 때문에 더 불거질 논란을 검열로 사전에 막았다는 분석도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