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 영화, <비공식작전>이 지난 2일 개봉했다.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기에, 모로코 로케이션 촬영으로 그 시절의 레바논 베이루트를 구현했다. 다만, ‘민준’(하정우), ‘판수’(주지훈)을 제외한 대부분의 역할이 외국인이다 보니, 섭외가 관건이었다.
<비공식작전>의 메가폰을 잡은 김성훈 감독은 주요한 역할을 맡은 조연부터 비교적 비중이 적은 외국인 배우까지, 고심 들여 캐스팅을 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배우들을 섬세하게 캐스팅한 이유로 “곁가지가 아닌 주된 이야기로 끌고 오는 분들이라 배우 자체의 역량이 높은 분들을 캐스팅하고자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이 배우가 여기서 왜 나와? 싶은 의외의 캐스팅까지 이루어냈다. 그래서 정리해 봤다. <비공식작전>에 출연한 외국인 배우들.
<에놀라 홈즈>, <퍼시픽 림>, <왕좌의 게임>,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배우
CIA 출신 중동 전문가 ‘카터’ 역 / 번 고먼(Burn Gorman)
<비공식작전> 속 ‘카터’가 등장하는 첫 장면은 너무나 강렬하다. 누가 봐도 서양인의 얼굴을 한 사람이, 누가 봐도 한국 할아버지의 방이라고 믿을 법한 곳에서 라디오로 구수한 한국 가요를 틀어놓은 채 김치찌개와 소주를 먹고 있다.
카터는 민준(하정우)이 외교관 구출 비공식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인물. 카터는 소위 ‘중동 전문가’로, CIA 출신이라는 설정이다. 카터는 처음에 민준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으나, 민준의 진심을 확인하고는 비공식작전에 개입하게 된다.
민준이 처음에는 카터에게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이내 카터를 ‘형’이라 부르며 한국어로 말하는 장면은 또 다른 웃음 포인트다. 민준이 “사람 목숨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게 납치범하고 카터 형이랑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자, 한국어를 다 알아듣는 듯한 카터의 모습은 실소를 낳는다.
카터 역을 맡은 배우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번 고먼이다. 김성훈 감독은 번 고먼을 캐스팅하기 위해 굉장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번 고먼의 연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손 편지를 번 고먼에게 보냈다고. 그는 번 고먼에게 한국어로 편지를 쓰고, 번역본까지 속달로 전했는데, 그다음 주에 바로 번 고먼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김성훈 감독은 아내에게 손 편지를 쓴 이후로 무려 20년 만에 손 편지를 쓴 것이라고.
번 고먼의 얼굴이 우리에게 유난히도 익숙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대거트의 부회장 ‘필립 스트라이버’를, <에놀라 홈즈>(2020)에서'에놀라'(밀리 바비 브라운)와 ‘듀크스베리’(루이 파트리지)를 위협하는 ‘린톤’ 역을 맡았다. 번 고먼은 그뿐만 아니라 <왕좌의 게임>의 시즌 3, 시즌 4에 출연하고, <퍼시픽 림> 시리즈, 영화 <왓쳐> 등 국내에서도 흥행한 작품 다수에 얼굴을 비췄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퀸스 갬빗>의 배우
인질 협상 중재자 ‘헤이스’ 역 / 마르친 도로친스키(Marcin Dorocinski)
최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과 <비공식작전>의 교집합은 배우 마르친 도로친스키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임파7’)을 본 사람이라면, 오프닝에 등장하는 함장을 기억할 것. ‘미임파7’의 함장은 <비공식작전>의 ‘헤이스’ 역으로 출연했다. 김성훈 감독은 “그분(마르친 도로친스키)이 '미임파7' 먼저 나왔으면, 개런티 때문에 캐스팅 못 했을 것 같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마르친 도로친스키는 폴란드의 국민 배우로, 마치 우리나라의 송강호와 같은 입지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퀸스 갬빗>에서 체스 챔피언으로 등장한 배우다. 마르친 도로친스키가 <퀸스 갬빗>에서 맡은 ‘바실리 보르고프’ 역은 세계 최고의 실력자라는 설정으로, 주인공 베스(안야 테일러 조이)와의 대결에서 여러 번 승리를 거두는 등, 절대적인 강자다.
<비공식작전>에서 마르친 도로친스키가 맡은 ‘헤이스’ 역 역시 강렬한 위압감을 지닌 인물이다. 헤이스는 스위스의 미술상이자, 인질 협상의 중재자로 등장한다. 그는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모든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한편, <비공식작전> 속 헤이스의 스위스 저택은 실제로는 이탈리아에서 촬영되었다. <비공식작전>은 팬데믹 시기에 촬영해 로케이션 섭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잠시 국경이 열려 촬영이 가능했던 이탈리아의 꼬모를 배경으로 헤이스와 민준의 만남 장면이 담기게 되었다.
"모로코의 정우성"
갱단의 우두머리 ‘나지’ 역 / 아나스 엘 바즈(Anas El Baz)
호시탐탐 민준의 돈가방을 노리는 갱단의 우두머리, ‘나지’. 그는 끊임없이 민준과 판수를 위협하며, 극의 긴장감을 화하는 역할을 한다. 나지 역을 맡은 배우는 모로코의 대표 배우, 아나스 엘 바즈. 그를 ‘모로코의 정우성’이라고 부르면 될까. 그는 팔로워가 무려 100만 명에 이른다.
아나스 엘 바즈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이름 없는 성자>(2019)에 ‘카말’ 역으로 출연하기도 해, 이미 그의 얼굴이 익숙한 국내 관객들도 있을 터.
할리우드의 뉴웨이브를 이끄는 모로코 탑 배우
비공식작전의 레바논 파트너 ‘카림’ 역 / 페드 벤솀시(Fehd Benchemsi)
<비공식작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배우는 단연 ‘카림’ 역의 페드 벤솀시다. 페드 벤솀시 역시 모로코의 탑 영화배우이자, 아랍 배우의 뉴웨이브를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 등의 할리우드 작품에도 다수 출연했다. <비공식작전>의 극중 배경이 레바논이긴 하나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진행했으니 그에겐 자국에서 외국영화를 찍는 독특한 경험이었을 듯하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