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TV 드라마 <남남>의 반응이 심상찮다. 1.3%로 시작한 시청률이 6회 만에 3.6%로 치솟더니 ENA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외하고 방영한 ENA 드라마 중 가장 빠른 상승 추이. 하지만 <남남>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을 뿐, 새 인물 박진홍(안재욱)이 등장한 5화 이후부터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반부를 고대하며 오늘은 <남남>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른 당신이라면 1화부터 정주행을 추천한다. 참고로 1, 2화는 19금이다.
모녀 이야기인데 왜 제목은 <남남>?
#이상한가족 #이상한엄마 #남남
왜 제목이 <남남>일까. 드라마 설명에는 분명 '대책 없는 엄마와 쿨한 딸의 동거 이야기'라고 적혀 있는데. 제목에서 '님'과 '남' 사이, 그 절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쿨한 모녀 은미(전혜진)와 진희(최수영)의 독특한 가족의 풍경을 그리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이상한 엄마 '은미'. 딸에게 자위하는 모습을 들키고도 태연히 '너 늦는다며'라고 되묻는 그는 자식 있는 여성의 스펙트럼을 하나의 역할로 뭉뚱그리는 '엄마'라는 단어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물이다. “너 엄마가 자위하는 거 봤어?”라고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딸 '진희'도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서로의 존재를 오롯이 인정하는 ‘남’이기에 가능한 저세상 쿨함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8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끈적한 모녀의 서사가 아니다. 한 발짝 떨어져 있기에 선선한 바람이 통하는 <남남>같은 새로운 종류의 가족 이야기다.
카카오 웹툰이 원작!
#카카오웹툰남남 #정영롱작가
드라마 <남남>은 정영롱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500만 이상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한 「남남」은 국내 대표 만화상인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끈 작품. “항상 '이게 돼?'와 '왜 안돼?'의 사이에서 재밌는 이야기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정영롱 작가의 포부가 입체적 캐릭터와 디테일한 생활감 위로 안착해 탄탄한 작품이 탄생했다. 드라마는 원작의 재미는 고스란히 옮기면서도 새로운 각색을 추가한다. 먼저 웹툰에서는 직장인이었던 진희가 드라마에서는 경찰이 된다. '파출소'가 배경으로 들어오며 웹툰에는 없던 <일타 스캔들>류의 범죄 스릴러가 첨가되고 진희와 남촌파출소 소장 재원(박성훈)의 로맨스도 더해졌다.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의 대환장 케미!
#스테이씨ASAP #철부지엄마 #티키타카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붙은 19금 성인물 등급이 어딘가 예사롭지 않지만, 이야기는 자극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조금 낯설 뿐이다. 모녀 관계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젊은 엄마 은미와 딸 진희는 자매라고 해도 믿을 법한 모습이다. 은미와 진희가 나누는 대화는 딱 친구 사이의 그것이고, 해수욕장에서 남자들과 시선을 교환하기 바쁜 은미는 딸에게 클럽에 가자고 묻는 철부지 엄마다. 보통의 모녀 관계와는 조금 다른 이 둘에겐 사연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덜컥 진희를 가진 은미는 혼자 아이를 키워낸 것. '철부지'라는 형용사가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정형외과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한 아이를 길러내고 조그마한 빌라도 마련한 은미는 꽤 착실한 '엄마'이기에. 단지 딸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내 삶과 내 인생 또한 중요할 뿐이다. 드라마는 무거워질 수 있는 미혼모 설정에 '스테이씨 ASAP 쓸데없이 잘 추는 전혜진' 따위를 삽입해 시트콤 같은 재미를 준다. 딸과 엄마의 티키타카 또한 찰지다.
남이지만 가족보다 낫다!
#정상가족신화 #확장된가족
드라마가 재미만 좇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지만 남 같은 모녀'가 '남이지만 가족 같은 인물들'과 구축한 애틋하고 단단한 관계는 확장된 가족의 모습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가정폭력에 노출된 채 임신한 몸을 힘겹게 지키던 어린 은미에게 '그냥 우리 집으로 가자'라고 손을 내민 미정 이모(김혜은)의 존재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그 자체가 된다. 진희의 소꿉친구인 진수(임성균) 또한 '정상가족' 바깥에 위치하는 인물이지만, 드라마 속 인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아준다.
‘가‘족’같은’ 관계보다는 <남남>
#가정폭력 #가부장제 #가족은무엇인가
<남남>은 가부장적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비추며 '가족'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많은 경우 노인 학대, 아동 학대, 가정 폭력의 가해자는 피를 나눈 가족이다. 특히 아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그 폭력이 손자에게까지 되풀이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식이 받을 불이익이 두려워 학대 사실을 부인하는 노인의 이야기가 담긴 3화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희생하는 엄마', '착한 딸' 등 누군가가 부여한 역할을 거부하고, 개인의 이름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산뜻해질 수 있다. 적당한 거리감은 진정한 지지와 격려를 가능케한다. 그래서 <남남> 속 가족은 ‘가‘족’같은’ 사이를 거부하고 '남남'의 길을 택한다.
배우들의 케미 최고!!
#안재욱 #전혜진 #최수영 #전재준말고#박성훈
여느 모녀처럼 티격태격하지만, 여느 드라마처럼 뻔하지 않는 건 배우 전혜진과 최수영의 케미 덕분. 전혜진은 전에 없던 통통 튀는 걸크러쉬, 독보적인 엄마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다. 사건보다 철없는 엄마 단속이 시급한, 철이 너무 깊게 든 딸 진희 역의 최수영은 당차고 쿨한 에너지로 웹툰과의 높은 캐릭터 싱크로율을 뽐낸다.
여기에 한류 시조새 안재욱이 '박진홍'으로 분해 전혜진과 빚는 '으른 로맨스'도 눈에 띈다. 박진홍이 48살의 나이에 김은미를 만나 난생처음 꿈꾸는 풋풋한 일탈이 FM 라이프를 추구하는 순진한 이비인후과 전문의 캐릭터와 충돌하며 다소간의 고난(?)이 예상되기도. 최근 <더 글로리>에서 활약한 박성훈은 '전재준'과 180도 다른 얼굴로 등장한다. 좌천된 파출소에서 진희라는 폭탄까지 만나 인생이 꼬여가는 남촌파출소 소장 '재원'으로 분한 그는 미운 정이 고운 정으로 변하는 로맨스 감정을 겪을 예정. 전혜진과 최수영의 모녀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스토리에 안재욱과 박성훈이 함께하며 더해질 로맨스의 설렘, 드라마 후반부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