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소식이 유독 많은 요즘, 안타깝게도 극장가 또한 기쁜 소식보단 아쉬운 소식이 많다. 최근 아이맥스로 예고편을 상영하며 화제를 모은 한 영화가 10월 개봉을 앞두고 내년 3월로 연기됐다. 그 영화뿐만 아니라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화제작들이 줄이어 개봉 연기를 발표했다. 할리우드 현지에서 배우조합(SAG-AFTRA)이 파업을 진행해 홍보 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되자 배급사들 또한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 연기를 선택한 것. 앞서 언급한 <듄: 파트 2>를 비롯해 어떤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했는지 정리했다.
<듄: 파트 2>
감독 드니 빌뇌브
개봉 일정 2023년 10월→2024년 3월
2021년 개봉한 <듄>은 그해 최고 화제작이자 성공작이었다. 프랭크 허버트의 SF 대서사시 「듄」에서 1부(에서도 전반부)를 영화화한 <듄>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듄에 미친 자, 일명 '듄친자'까지 양성하며 국내 관객 150만 명을 동원했다.
드니 빌뇌브의 묵직한 연출을 바탕으로 펼쳐진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서의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정치적 사투, 그리고 구원자의 숙명을 타고난 폴 아트레이데스의 여정은 그간 영상매체에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듄」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 4억 달러 흥행 수익을 올렸다.
방대한 소설이었지만 그 성공을 가늠할 수 없어 1편만 제작됐었으나 흥행 기록에 힘입어 2편 제작에 착수했고, 올해 10월에 개봉할 예정이었다. 심지어 배우 조합 파업이 진행될 당시에도, 아이맥스 독점 기간을 사수하고자 11월 개봉을 고수했는데 결국 개봉을 미루게 됐다.
<듄: 파트 2>는 프레멘 세력에 합류한 폴 아트레이데스를 중심으로 하코넨 가문, 황실의 코리노 가문과의 아라키스 쟁탈전이 펼쳐진다. 전작의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레베카 퍼거슨,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그대로 복귀하며 플로렌스 퓨, 레아 세이두, 오스틴 버틀러, 크리스토퍼 월켄 등이 작품에 참여해 한층 더 화려한 캐스팅을 보여줄 예정이다.
<가여운 것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개봉 일정 2023년 9월→12월
괴상하기 짝이 없으나 그만큼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불쾌함과 부조리를 불어넣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가여운 것들>도 개봉을 다소 연기했다. 한때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 이야기’라고 알려졌지만 정확하게는 그런 인조인간을 소재로 한 알라스데어 그레이의 「가여운 것들」을 영상으로 옮겼다.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벨라 백스터는 성인 여성의 몸에 태아의 두뇌를 결합시킨 인물로 그려진다.
원작 소설은 ‘폐기 문서에서 발견한 회고록을 편집 출간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벨라 벡스터의 행적과 회고록을 통해 19세기를 돌아보며 통렬한 비판을 날린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또한 사회에 깃든 부조리를 가상의 세계에 빗대 날카롭게 파헤치는 스타일로 유명하니 원작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가여운 것들>은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고 곧바로 개봉해 대중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배우 조합 파업의 영향으로 12월 8일(북미 기준) 개봉일을 변경했다.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등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화려한데 당장 홍보 활동을 진행할 수 없으니 개봉을 미뤄 추이를 살펴볼 전망으로 보인다.
<챌린저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개봉 일정 2023년 9월→2024년 2월
<가여운 것들>은 그래도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다. <챌린저스>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이었으나 개봉 연기와 함께 영화제 상영마저 취소했다. <챌린저스>는 패트릭과 아트라는 테니스 선수들이 당시 떠오르는 여성 테니스 스타 타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정처럼 시작한 세 사람의 관계는 결국 사랑이 끼어들고, 그러면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접어든다.
<비거 스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 등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영화에 새겨온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으로, 이번에도 사랑이란 감정의 역학을 테니스 선수들에 빗대 그릴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에서도 타시가 패트릭, 아트 두 사람 모두 키스를 주고 받는 장면이 묘사되는 등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그려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피키 블라인더스>와 <더 크라운>의 조쉬 오코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마이크 파이스트, 그리고 이제는 별다른 출연작 표기가 필요 없는 젠데이아까지. 세 배우가 풀어낼 정열적인 청춘의 이야기는 2024년 2월에야 만날 수 있다.
<크레이븐 더 헌터>
감독 J.C. 챈더
개봉 일정 2023년 10월→2024년 8월
어떤 히어로 유니버스도 바람 잘 날 없는 요즘이지만,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SU)는 점점 더 갈 길이 멀어만 간다. 이번에 공개하려던 <크레이븐 더 헌터>가 배우 조합 여파로 또 개봉일을 미룰 수밖에 없으니까. 소니 픽처스는 스파이더맨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대여해주고, 대신 빌런이나 관련 히어로 캐릭터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며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확장시켜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나마 <베놈> 시리즈는 흥행이라도 했으나 <모비우스>가 처참한 완성도로 놀림거리가 되며 <크레이븐 더 헌터>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작품 선구안이 꽤 좋은 애런 테일러존슨이 주연을 맡아 동물적인 신체 능력을 가진 세르게이 크라비노프, '크레이븐 더 헌터'를 연기한다. 코믹스에서도 스파이더맨에게 가장 위험한 적 중 한 명이니 제대로만 묘사한다면 SSU의 도약까지 꿈꿔볼 만하다.
하지만 배우 조합 파업으로 <크레이븐 더 헌터>는 개봉을 한참 미루기로 결정했다. 현재 발표한 개봉일은 2024년 8월 30일. 원래대로라면 이후 개봉할 <마담 웹>, <베놈 3> 개봉일보다도 더 뒤다. 그러나 앞선 두 작품 역시 배우 파업의 여파로 촬영을 중단한 상태라서 <크레이븐 더 헌터>가 SSU의 신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참고로 덧붙이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속편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도 현재 개봉일이 미정이다. 이쪽은 배우 파업의 여파로 대사를 녹음하지 못해 제작 중단 상태라는데, 그것 외에도 2편 제작 당시 애니메이터들에게 고강도 작업을 지속적으로 강요했으며 사실상 3편은 조금도 제작되지 않았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개봉 연기가 이미 기정사실화됐던 바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