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사진 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여름의 끝자락, 완전히 가시지 않은 늦더위를 날려버릴 영화 한 편이 온다. 8월 30일 개봉하는 <타겟>은 중고 거래를 하다가 살인범의 타겟이 된 한 여성의 고군분투다. 박희곤 감독이 중고 거래 범죄 사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현실적인 공포를 형상화한 이번 영화에서 배우 신혜선은 범죄의 타겟이 돼 일상이 서서히 무너지는 수현의 면면을 정확하게 겨냥한다.

<도굴>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신혜선이지만,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주연으로서 작품을 이끌며 호평받은 그 연기력은 이번 <타겟>에서도 명백하게 빛난다. 수현이 수많은 위험에 노출될 때마다 신혜선의 얼굴 위로 드러나는 공포심의 기색은 관객들마저 숨죽이게 한다. 그동안 배우 신혜선의 폭을 목격했다면, <타겟>은 그의 무게감을 절감하게 한다. 비가 쏟아지는 8월의 어느 날, 배우 신혜선을 만나 <타겟>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와는 전혀 다른 쾌활한 에너지로 인터뷰를 채워준 그와의 대화를 아래 옮긴다.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보셨다고 했는데 무섭진 않으셨나요?

제가 찍었을 때보다는 더 무섭더라고요. 근데 제가 찍은 거라서 약간 객관성이 떨어졌는지 그냥 무섭다…, 무서운 건 무서운 건데 ‘저게 저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이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더 봐야 될 것 같아요.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인데 소감은?

벌써 3년이 지났구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났는지 몰랐어요. 체감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드디어 나온다, 이런 생각도 딱히 안 들었었고 엊그제 찍은 것 같은 느낌도 들거든요. 그래서 그냥 나올 때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던 것 같아요.

<타겟>

스릴러를 꼭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원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요. 스릴러도 좋아하고 공포도 좋아하고 여러 가지 장르를 다 좋아하지만 스릴러 장르를 좀 좋아라 했어요. 근데 겁이 좀 많아서 결과를 알고 봐야 되는 스타일이거든요. 결과를 모르면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하면 결과를 아니까, (웃음) 제가 스릴러를 봤을 때 막 심장이 두근거리고 빨리 결과를 알고 싶은 그 느낌을 보는 사람들한테 한번 느끼게 해보고 싶다는 그런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직접 해보니 어떤 매력이 있던가요.

스릴러의 매력…. 스릴러의 매력은 역시나 긴장감이다! 만약 다음에 또 스릴러를 하게 된다면 그런 긴장감을 주는 연기를 더 잘하고 싶어요.

신혜선 (사진 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박희곤 감독님 말로는 만장일치 캐스팅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은 없었는데요. 지금 한번 빨리 해볼게요. (웃음) 만장일치라고 이렇게 얘기하는 거는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 같고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고 기분 좋고요.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있어요. 장르적인 욕심도 있었고 수현이란 캐릭터가 제가 해본 캐릭터들의 캐릭터성과 비교하면, 무색무취에 가까운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그런 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그럼 그 캐릭터에 색을 입히고 싶으셨었나요, 아니면 정말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나요?

평범한 캐릭터 자체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무색무취라고 해도 분명히 수현이만의 색깔과 향기가 있는 친구예요. 다만 <타겟> 자체가 캐릭터의 성향이나 능력 이런 걸로 끌고 가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가 어느 부분에서 긴장감을 줄 수 있는가 하면, 궁극적으로 이 타겟이 내가 될 수도 있다라는 점에서 이 장르적인 재미를 주니까 수현이한테 어떤 큰 색깔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수현이가 안주해있지 않고 겁쟁이가 아닌, 계속 행동을 해 나가는 친구였지만 어쨌든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정말 평범한 친구라는 거였어요. 영웅적이거나 정의감이 있거나 강단이 있거나 이런 느낌의 친구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었던 것 같아요. 누구나 될 수 타겟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거를 좀 보여주려면 이 친구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저랑 비교해서 보면 수현이도 특별한 친구네요. 용감하니까요.

<타겟>

영화에서 본인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장면이 있나요?

범인이 요구하는 돈을 보낼까 말까 하다가 결국 안 보냈더니 마지막 초대남이 왔을 때 그거를 바라보던 표정이 있었거든요. 제가 현장에서 모니터를 하면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그 감정이 제일 잘 보이는 얼굴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슬쩍 말씀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거를 써주셨던 것 같아서 되게 좋았어요.

감독님은 현장에서 어떤 스타일이세요?

감독님은 저한테 맡기셨거든요. 동선이랑 카메라 위치랑 이런 것과 컷 설명해 주시고 제가 질문을 하면 그때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주셨던 분이셨어요. 예를 들면 내가 ‘수현이 근데 얘가 왜 이러는 거예요?’ 이렇게 물어보면은 ‘이런 감정일 거다’ 정도만 얘기해주시고, 그러니까 감정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저한테 강요하지 않으셨어요. 저한테는 어떤 그런 동선이나 감정이나 표현이나 이런 것들에 어떤 제한을 주지 않으셨어요.

그런 부분이 편하셨나요, 아니면 더 어렵게 느껴졌나요?

만약 제가 어려웠으면 감독님에게 ‘이거 못하겠어요 어려워’ 이렇게 했겠지만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현장 세트나 분위기부터 다른 배우분들, 감독님, 다 도움을 많이 주셨지만 저는 오히려 그렇게 해 주시는 게 더 좋았죠.

감독님이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업했다고 했는데, 따로 알고 계신 부분이 있었나요?

저는 사실 실화가 좀 들어가 있었다라는 걸 정확하게 알지 못했어요. 이런 중고거래 범죄가 있다, 혹은 ‘그놈’이 수현이 괴롭히는 방식 중에서 배달 음식을 계속 보내는 거 있잖아요. 그런 유형의 범죄가 있었다라는 건 방송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시나리오 봤을 때 이렇게 괴롭히는 방법은 ‘나도 방송에서 많이 봤었는데’ 했지만, 다른 피해자 여성이 겪었던, (금)새록씨가 연기한 캐릭터가 겪었던 일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건 모르고 있었어요.

(왼쪽부터) 박희곤 감독, 신혜선, 김성균

완성본을 보고, 시나리오나 촬영 중에 생각한 것보다 잘 나왔다 싶은 장면이 있나요?

카체이싱 장면은 제가 안 찍었던 장면이었거든요. 저는 차 안의 상황만 찍었고 카체이싱 장면은 이제 제가 안 찍었으니까 어떻게 나왔는지를 몰랐어요. 근데 저희는 설정상 큰 도로에서 화려하게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좁은 골목길에서 진행되는 거였었기 때문에 찍기도 어려웠을 것 같고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했었는데 되게 스릴 있게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고생하셨다 싶었어요.

후반부에 액션 장면도 있는데.

저는 그거를 액션이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고요. (일동 웃음) 그냥 몸부림 쳤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전에 합을 짜고 그랬었던 것도 없었고 김성균 선배님이랑 ‘그놈’ 배우님이 되게 고생을 많이 하셨었죠. 이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배우 이름을 말하면 안돼서 이렇게 부르지만요, ‘그놈’ 배우님이 저를 괴롭혀야 되니 엄청 조심스러워하셨었어요.

신혜선 (사진 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가장 신경 쓴 장면은 어떤 장면일까요?

가장 신경 쓴 장면…. 제가 처음으로 사기를 당하고 온라인으로 범인을 막 찾다가 “너 딱 걸렸어” 하는 그 장면이 있어요. 그래서 범인하고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장면이 제일 어렵긴 했었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어떻게 해야지 될까?’라는 생각이 가장 많았었어요. 왜냐하면 그 한 장면으로 ‘수현이가 선을 넘었다, 왜 가만히 있는 범인을 건드리나’ 이렇게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제가 그걸 그렇게 찍었던 이유는 그거였어요. 저는 수현이가 그래도 멋있다고 느꼈었던 건 자기가 피해를 당한 거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라는 것 자체가 요즘 시대에 큰 용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또 설령 수현이가 이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어도, 얘를 범죄의 타겟으로 잡는 거는 그 사람이 잘못한 건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납득을 하고 그 장면을 찍었어요.

촬영에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전체적으로 체력적으로 막 힘들었던 시기는 없었고요. 그렇다고 감정 소모가 돼서 힘들었던 신도 없었고…. 에너지를 축적해서 찍을 수 있게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많이 챙겨주셨어요. 가장 주안점을 뒀던 거는 수현이가 일련의 피해를 입는, 괴롭힘을 당하는 그 과정들에서 변하는 그 감정과 감정의 농도 차이를 어떻게 줘야 되는지 제일 신경 썼던 것 같아요.

<타겟>

일상적인 공포가 잘 묻어있는 영화인데, 실제 일상에서 벌어졌다면 가장 무서웠을 장면을 뽑자면?

나갔다 왔는데 수현이 욕실에 물기가 있는 장면이요. 저는 사실은 그 장면이 제일 소름 돋았어요. 이러면 너무 소름 돋을 거 같아요. 집에서 혼자 사는데 컵을 올려놓고 나갔다가 왔는데 컵이 없으면…. 저는 혼자 살진 않지만, 촬영할 때 숙소를 쓸 때가 있잖아요. 분명 오늘 방 청소가 없다고 알고 촬영을 나갔다 왔는데 방 청소가 돼 있으면, 그게 방 청소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 소름 돋을 때가 있었거든요. 그것처럼 나의 제일 편안한 공간에, 나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 화장실에 누군가 왔다 갔다라는 건 비밀번호가 뚫린 것보다 훨씬 무서운 것 같아요. 그래서 수현이의 공포감이 그때가 진짜 극대화됐었던 것 같고. 그전에 물론 누가 찾아오고 이런 것도 무섭지만 어쨌든 집 안에는 침범을 못했단 말이죠. 근데 이제 그 장면을 기점으로 이제 내 집 안에까지 침범했구나가 가장 극대화가 됐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타겟>이 본인의 필모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일단은 저는 이 장르를 처음 해봤고요. 저 개인적으론 그거에도 의미가 있어요. 앞으로 개봉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의미가 있어지겠죠. 보시는 분들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관객분들이 장르적으로 즐겨주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막 감정 이입을 하실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무미건조하게 볼 필요도 없겠지만 이 영화를 보시는 1시간 40분 동안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관객 시사를 봤는데, 임철수 배우가 나오는 어떤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놀라시더라고요.

그 장면도 소름 돋았죠. 근데 촬영은 너무 재밌게 했거든요. (웃음) 철수 오빠가 너무 귀여워서요. 그래서 제가 “나는 철수 오빠 너무 귀여운데 수현이는 왜 그러는 거야” 이랬거든요. (일동 웃음) 근데 화면으로 보니까 오빠가 정말 잘 했더라고요. 영화 안에서 은근하게, 은근히 기분 나쁘게… 그래도 철수 오빠는 너무 귀여웠어요. 성별을 떠나서 누구든 어떤 사람이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크기보다 나한테 훨씬 큰 마음을 가져서 강요를 한다면 불편할 것 같기는 한 것 같아요.

<타겟>

배우로 본인이 많이 노출되는 직업인데, 앞선 장면들에서 공감됐던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사실은 아직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딱히 없어요. 사실 예를 들면 밖에 나갈 때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를 쓰거나 그런 경우도 물론 있죠.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누군가 나를 알고 있다라는 그런 공포감이나 이런 거는 사실은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얼굴을 알릴수록 직업적으로 좋은 거고, 또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라는 거는 검색해 보면 다 알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일적인 걸로 이렇게 노출이 되는 거는 정말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나의 정말 개인적인 사적인 정보 같은 게 만약에 털렸다 그러면 그거는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어쨌든 제가 이렇게 알려지는 직업이라고 할지라도 나의 가장 비밀이어야 되는 사적인 부분은 우리가 지켜주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저희 집 주소라든가 제 전화번호라든가 제 카드 비밀번호라든가 이런 거를 많은 분들이 아시는 건 아니니까 (웃음) 그런 공포는 없는 것 같아요.

장난 전화 같은 건 오지 않나요?

장난 전화는 안 왔어요. 그 보이스피싱 문자는 받아봤어요! 불과 어제요. 무슨 문자가 왔는데 갑자기 ‘아빠 나야 나 핸드폰 잃어버려서 이 번호로 연락 줘’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아빠라고 나한테?’ 이랬죠. 근데 저만 받은 게 아니라 주변에 받은 사람이 많이 있더라고요. 저희 스태프의 아버지도 그 문자를 받은 거예요. 내가 진짜 아빠였으면…. 그런 문자에 당할 뻔한 사람들도 많을 거란 말이죠. 그 친구네 아빠는 어떻게 하셨냐면 이 보이스피싱범을 골려주려고 “알았다. 근데 첫째 둘째 셋째 중 누구냐” 이렇게 물어보셨던 거예요. 그랬더니 보이스피싱범이 “셋째, 아빠!” 하고 답장한 거죠. 그랬더니 그 아버지가 “근데 우리 집엔 셋째 애가 없는데 어쩌냐” 이렇게 되셨던 거예요. 가끔씩 보이스피싱 골려먹는 그런 영상 같은 것도 있잖아요. 항상 그렇게 사이다면 참 좋겠지만….

<타겟>은 현실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잖아요. 혹시 영화를 촬영하면서 바뀐 일상이 있을까요?

사실 영화 찍고 난 다음에 변한 일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평상시에도 겁이 좀 많아서 문단속이랄지 이런 거 좀 많이 신경 쓰는 편이긴 하거든요. 그래서 영화 때문에 바뀐 건 없었어요. 저는 원래도 그랬기 때문에. (웃음) 저는 가족들이랑 같이 살니까 혼자 사는 것보다는 (그런 공포가) 덜하죠. 그래도 저 혼자 있을 때 벨소리가 울린다던가 하면 무서워요. 세상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 훈훈한 일도 많지만 또 흉흉한 일도 많으니까 긴장을 늦출 수가 없잖아요. 제가 모르는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있는 거니까요.

<타겟>을 이런 영화다 라고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런 영화다… ‘현실 밀착’? 이건 너무 뻔하잖아요. 오늘만 현실 밀착을 몇 번을 얘기했는지 모르겠어요. (일동 웃음) 그러면 무섭지 않지만 무서운 영화 해야 되나? 그게 너무 별론가? 무서운데 무섭지 않은 영화!

대놓고 무서웠던 거 같은데요. (웃음) 비슷한 질문이긴 한데 <타겟>에 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타겟>의 또 다른 제목…. 원래 가제는 <오픈 더 도어>였어요. 그거 빼고 다른 걸 붙인다면…. “너” 이런 거? 괜찮나? <You>(한국명 너의 모든 것)라는 드라마가 있어서. 아니면 “그놈” 할게요.

<타겟>

<결백>을 촬영할 당시엔 보상 심리로 일을 해오고 있다는 말을 하셨어요. 그때부터 시간이 좀 흘렀는데, 그 마음은 채워지셨나요?

이게 밑빠진 독인지 뭔지 채워지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너무 쉬었어요, 제가. 너무 나태하게 살아가지고. 20대 중반까지 나태하게 살았었어요, 데뷔하기 전까지. 그렇기 때문에 그 보상심리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보상 심리라는 건 한 2배 정도는 더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한 25년 나태하게 살았으니까 한 50년은 부지런하게 살아야 되지 않나. (웃음) 근데 요즘 체력이 점점 떨어지긴 하더라고요. 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체력이 딸리면 어떡하나 싶은데 딸리더라고요.

보상 심리가 가장 강한 건 아녀요. “나 그냥 너무 쉬었어. 그래서 더 안 쉬어도 돼.” 이런 얘기하다 보니까 그냥 보상심리 얘기가 나왔었던 거고. 사실은 아직 하고 싶은 역할도 너무 많고 안해본 것도 너무 많고. 제가 평상시에 딱히 취미도 없고 이렇게 쉬는 때는 정말 안 바쁘거든요. 그래서 하는 것도 없고 취미도 없고 뭐 이렇기 때문에 내 인생이 재밌다라는 느낌은 못 받아요. 근데 보상 심리 아니면 대리만족하는 것처럼 촬영을 할 때 되게 바쁘게 다양한 경험도 해보는 게 또 즐거운 것 같아요. 저는 부지런 하고 바지런 떠는 사람에 대한 로망이 있거든요. 저는 노력을 하는 것도 귀찮아서 안 하겠지만, 노력을 해도 이렇게 바지런 떠는 사람이 못 되더라고요. 부지런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맨날 제가 그리는, 제가 꿈꿔온 나의 미래는 되게 부지런한 사람인데.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꼭 이불 정리를 해야 되고 밥을 먹으면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고. 또 계획적으로 해가지고 공부도 하고 어디 가서 목공도 배워보고 이런 취미도 많고 이렇게 잘하는 것도 많은 그런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저는 그걸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작품을 하면서 그냥 맛만 보는 거지만 거기서 이제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연기의 궁극적인 재미는 뭘까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있어서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단지 ‘연기하는 게 좋아’ 이걸로 시작했지만 이제 이 일을 계속해 나가야 되고 계속 내가 열정을 가져야 되는 힘을 길러야 되는데 그거의 원천이 되는 이유는 이제는 딱히 한 가지라고 정의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대본도 글이잖아요. 모든 매체의 시초는 글이잖아요. 이 글이 우리를 거쳐서 실사로 움직이게 되는 거고, 최종적으로 시청자나 관객분들이 봐주시는 건데 이 분들은 이 글을 못 보고 나만 이 글을 본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 얘기를 잘 전달을 해줘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 대본을 보고 ‘이거를 진짜 잘 전달해 주고 싶다’ ‘이 대본에 나온 이 감정을 공감하셨으면 좋겠다’ 해서 이걸 이렇게 연기했을 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봐주시는 분이 공감해 주실 때 즐거움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험을 계속하고 싶어요. 서로 떨어져 있지만 멀리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이 그 글을 공유하는 듯한 그 느낌.

신혜선 (사진 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드라마계에서는 자리를 잡았지만, 영화로는 아직 필모를 쌓아가고 있어요. 두 분야에서 다르게 가져가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영화고 드라마고 진짜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항상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나만 생각할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주변 상황들을 봐야 되는 것들도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저는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 내가 해보고 싶은 걸 다 경험해봐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캐릭터적인 연기의 매력이 있고 영화는 또 영화대로 장르를 도전해 볼 수 있는 그런 매력이 있어요.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을까요?

큰 사건 없고 초능력이나 이런 거 없고 그냥 휴먼 드라마 같은 그런 캐릭터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지금 마침 하고 있어요. 12월 많이 기대해 주시고요. (일동 웃음) 지금은 공포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진짜 귀신 나오는 그런 공포 영화 있잖아요. 제가 공포 영화를 되게 좋아하는데 잘 못 보거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경험해 보고 싶어요. 공포 영화를 좋아해서 찾아는 보는데 보고 나면 잠을 못 자요. 근데 또 봐요. 근데 잠을 잘 자야 될 때는 이제 못 보죠. 왜냐하면 자다가 깨요. <기담>이라는 영화 아세요? <기담>을 고등학교 때 극장 1열에서 봤거든요. 기절할 뻔했거든요, 너무 무서워서. 아니면 <장화, 홍련> 같은 영화도 좋고요.

마지막으로 <타겟>을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소개하신다면?

극장에 와서 봐야 되는 점은 혼자 보는 것보다 여럿이서 같이 보는 게 좋잖아요. 다른 분들의 리액션도 같이 호흡하고. 몰입도는 극장에서 볼 때 확실히 다르니까요. <타겟>은 현실 밀착적인 얘기라서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날 법도 하다 싶은 이야기니까 극장에서 같이 본다면 스릴감이나 공포감을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는 1시간 40분, 이 안에서는 이게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얘기다라는 공감을 가지면서 보시면은 재미있게 보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