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 자회사 된다

스튜디오 지브리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올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7월 14일 현지 개봉한 스튜디오 지브리는 9월 21일(한국시간) 닛폰 텔레비 이사회에서 자회사가 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닛폰 테레비(니혼tv)는 이사회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으로 결의하고, 지브리 이사진 또한 이에 찬성해 닛폰 테레비의 자회사가 된 것.

시대를 풍미한,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제작사가 민영 방송국의 자회사가 된 것이 다소 충격적일 수 있으나 사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존속은 이전부터 불안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제작사를 대표할 차세대 감독 발굴에 실패하면서 흥행력이나 작품성이나 매번 과거 전작들과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실제로 2014년에 사내 제작팀을 해산한 전적이 있는 데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방식 대신 3D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도전한 바 있기 때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절 하지 않던 스튜디오 지브리가 넷플릭스와의 스트리밍을 체결한 것도 결국 “이것으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일 정도였다.

닛폰 테레비 임원 스기야마 미쿠니(왼쪽), 스튜디오 지브리 대표 스즈키 토시오

그러나 이번 건을 지브리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보긴 이르다. 닛폰 테레비는 이전부터 스튜디오 지브리와 호의적인 관계를 맺은 방송국으로 유명하다. 한때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디자인한 캐릭터를 상징으로 썼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황금시간대에 방영하는 등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

실제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 이사이자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는 “경영은 (닛폰 테레비에) 맡기고, 지브리는 제작에 몰두할 것”이라고 이번 발표의 취지를 요약했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 <코쿠리코 언덕에서> 등 연출)에게 경영을 승계하려 했으나, 고로 본인이 거절했으며 스튜디오 지브리는 한 사람이 짊어지기엔 너무 큰 존재가 돼 이렇게 결정하게 됐노라 설명했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당장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은퇴한다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차기작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으니 어쩌면 '닛폰 테레비 산하 스튜디오 지브리'의 1번 타자가 미야자키의 신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매드하우스' '타츠노코 프로덕션' 등 닛폰 테레비의 자회사가 된 후 외압 없이 꾸준히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있으니 스튜디오 지브리의 새로운 장이 열리길 바란다.


이거 맞아? <더 마블스>의 들쭉날쭉 제작비

<더 마블스> 포스터

작가, 배우 조합 파업으로 잠시 쉼표를 찍는 할리우드 영화계. 10월 개봉작을 대거 연기한 가운데, 11월을 여는 <더 마블스>에 눈길이 쏠렸다. <더 마블스>는 2019년 <캡틴 마블>의 후속편으로 캡틴 마블, 미즈 마블, 모니카 램보가 함께 힘을 합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캡틴 마블>, 그리고 드라마 <완다 비전>과 <미즈 마블>을 연계한 이번 영화는 최근 평가가 하락세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도약점이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최근 관심받는 뉴스는 <더 마블스> 입장에서 썩 달갑지만은 않을 듯하다. 근래 영화팬들이 <더 마블스>에 주목하고 있는 건 '제작비' 부분이다. 최초에 보도된 <더 마블스>의 제작비는 약 1억 3천만 달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치고는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마블 영화 기준으로는 오히려 평균보다 낮은 정도.

<더 마블스>

그런데 9월 21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현재 <더 마블스>의 제작비는 2억 7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나마 영국에서의 촬영으로 지원금을 받아 2억 2천만 달러로 삭감할 수 있었다고. 이 정도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등과 나란히 하는 규모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과 전체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제작비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 <더 마블스>가 기존의 속편들처럼 규모를 키우기엔 TV 시리즈와의 연계나 <캡틴 마블> 이후 5년 만의 속편이란 점 등 장벽이 다소 있는 영화인 점을 놓쳐선 안된다. 개봉 전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더 마블스>의 손익분기점은 최소 6억 달러 이상으로 예측한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바비>, <오펜하이머> 등로 북미 극장가가 활성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체적으로 침체기인 상황. 과연 <더 마블스>는 예상 못 한 결과로 놀라움을 안겨줄지, 예상되는 결과로 안타까움을 남길지.


전설이 된 B급 <톡식 어벤저> 리부트 스틸컷

1985년 <톡식 어벤저>(왼쪽), 2023년 리부트판

1등이 아니면 뒤에서 1등을 하라고 했던가. 확실히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못 만들어서 전설로 남은 영화들이 있다. B급영화계의 전설과도 같은 제작사 '트로마'에서 만든 전설과도 같은 영화 <톡식 어벤저>(1985)가 대표 사례. 툭하면 양아치들한테 무시당하기 일쑤인 청소부 멜빈이 화학물질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얼굴이 무너진 괴물이 되지만, 이후 초인적인 신체로 '톡식 어벤저'가 돼 활약한다는 내용. 이 <톡식 어벤저>는 컬트로 추앙받으며 시리즈화됐고, 오프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코믹북, TV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모습을 보였다.

1985년 <톡식 어벤저>

이렇게 지금까지 인기인 '전설'답게 할리우드에서 현재 <톡식 어벤저> 리부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작품은 'B급'이었던 원작과 달리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B급 같은 A급' 영화가 될 전망. 당장 주인공 캐릭터를 피터 딘클리지가 맡았고, 일라이저 우드가 톡식 어벤저를 괴롭히는 빌런으로 출연한다. 이외에도 제이콥 트렘블레이, 케빈 베이컨, 줄리아 데이비스 등이 혼신의 B급 연기를 보여줄 예정. <루스에게 생긴 일>을 연출한 마콘 블레어가 연출한다.

일라이저 우드의 변신이 특히 화제.

이번 영화의 핵심 포인트는 피터 딘클리지가 맡은 윈스턴이 톡식 어벤저가 된다는 점과 저예산 영화가 아니란 점이다. 원작의 '괴롭힘당하던 약자가 강자가 된다'는 콘셉트를 피터 딘클리지의 존재로 보다 시각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또 정확한 예산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초 제작 착수 당시 1억 달러가량을 들인다고 했으니 분명 B급 영화에서 표현 못 한 사실적인 묘사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운맛'을 넘어서 '방사능맛'을 보여줄 <톡식 어벤저>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