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감독 가스 데이비스 출연 데브 파텔, 써니 파와르, 니콜 키드먼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엄마 찾아 7,600km
★★★☆

또 한편의 입양아 가족 상봉 영화. 그러나 그 재회의 매개가 ‘구글어스’라는 점에서 <라이언>은 조금 특별해진다. 구글의 비인간적인 ‘빅브라더 위험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런 인간적인 사연이라니. 물론 <라이언>은 구글 홍보 영화는 아니다. 졸지에 가족을 잃고 호주로 보내진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뿌리 찾기 본능과 대안가족의 미덕 등을 지그시 바라본다. 예정된 수순을 착실하게 밟아가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실화인 이 영화가 지닌 힘이라 지루할 틈은 없다. 제목의 의미가 밝혀지는 라스트 신의 울림도 꽤나 묵직하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단점도 장점도 정석대로
★★★
고향에서 가족들이 아직 자신을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구글어스만으로 고향을 찾은 입양아의 실화. 운 좋게 정상적인 가정에 입양된 아이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의 감동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길을 충실히 따른다. 실종 아동으로 넘치는 인도의 현실을 간간히 짚긴 하지만 서구 중심의 계몽적 시선으로 재단되어 있어 아쉽다. 단점이 분명하지만 서니 파와르와 니콜 키드먼의 호연은 이 실화가 진심을 담은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컨택트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에이미 애덤스, 제레미 레너, 포레스트 휘태커

송경원 <씨네21> 기자
차분히 스며드는 반전, SF와 서스펜스의 논 제로 섬 게임
★★★☆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완전히 다른 풍경을 선보이는 영화. <그을린 사랑>부터 꾸준히 경계와 폐쇄를 화두로 삼았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외계인의 언어를 소재로 소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3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여전히 편협한 구석이 있지만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선의만큼은 한층 선명해졌다. 잔잔하고 차분한 호흡으로 자아내는 서스펜스. 여러 번 뜯어봐도 충분히 흥미롭다.


사랑의 시대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크 출연 트린 디어홈, 율리히 톰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실험적 가족영화
★★★★
원제는 더 콤뮨’(The Commune). ‘공동체라는 뜻이지만 감독이 토마스 빈터베르그라는 걸 감안하면 흐뭇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기대해선 안 된다. [셀레브레이션](1998)이나 [더 헌트](2012)가 그랬듯, [사랑의 시대]의 가족/공동체도 갈등과 분열과 해체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때론 잔인한 감정이 드러나며, 관계의 모순이 뒤엉킨다. 실험적 가족영화. 혹은 가족, 그 이상의 이야기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내가 없는 우리가 가능한가
★★★☆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더 헌트>에 이어 다시 한 번 공동체와 개인의 정서적 충돌을 응시한다. 영화 전반은 이성적, 이상적인 대안공동체의 형성을 그리고 후반부는 구성원 간 치정극에 몰두한다. 얼핏 집단에 관한 성찰에서 흔한 삼각관계로 빠지는 듯 보이지만 실상 그 통속적인 감정으로 인한 민망하고 어색한 상황이야말로 감독이 드러내고자 하는 본질이다. 안나 역의 트린 디어홈의 표정, 행동, 선택들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흔적들이다.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감독 임정하, 전일우, 박형준 출연 이윤혁

이화정 <씨네21> 기자
청년 이윤혁! 멋지고 아름답고 대단했다
★★★
죽음이라는 단어와 필연적으로 상치될 수밖에 없는, 계획, 도전, 미래. 말기암 환자인 27살 이윤혁에게는 예외다. 한국인 최초 뚜르 드 프랑스 완주. 그럼에도 그럴듯한 성취와 기적에 방점을 두지 않는다. 이 영화가 주는 반전이자, 먹먹함의 정체다. 극한의 도전 한가운데, 등을 돌린 윤혁의 침묵이 오래 잔상으로 남는다. 이윤혁이라는, 멋진 청년이 살아 있었다는 걸, 기교 없이, 강요하지 않고 알려준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산다는 것
★★★☆
암 환자의 뚜르 드 프랑스완주기. “멀쩡한 사람도 힘든 지옥의 3,500km 사이클 경기를 암에 걸린 몸으로 해내다니!” 식의 감탄이 영화의 표면적 인상이라면, 그 안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한 인간의 투쟁이 있다.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 그냥 그 모습을 보며 산다는 것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 엔딩으로 치닫는 대목에선, 결국은 눈물 흘리게 된다.


블랙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출연 아미타브 밧찬, 라니 무케르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헬렌 켈러 스토리의 인도 버전
★★★
태어날 때부터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미셸.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소녀에게 세상을 선사하려는 스승 사하이.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을 연상시키는 인도 영화 [블랙], 이미 결론을 알고 보는 신파적 스토리다. 그렇지만 뻔하게 여겨지지 않는 건, 잘 조율된 이미지의 깊이가 지닌 매력. 익숙하지만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는 감동을 지닌 영화다.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감독 폴 앤더슨 출연 밀라 요보비치, 알리 카터, 이준기

송경원 <씨네21> 기자
게임 원작 영화 중 이례적으로 성공한 이유가 있다
★★★
(공식적으로는) 15년의 긴 여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즈의 중심이자 동력인 오리지널 캐릭터 앨리스의 전사(前史)를 자세히 들려주며 드디어 캐릭터를 완성시킨다. 사실 스토리는 액션을 위한 최소한의 동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말이 되는 이야기를 뼈대로 스테이지별로 제공되는 다종다양한 액션이다. 과욕 없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팝콘무비의 정석. 무엇보다 6번이나 반복했음에도 캐릭터의 활력을 유지한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키
감독 파블로 라라인 출연 나탈리 포트만, 피터 사스가드, 빌리 크루덥

송경원 <씨네21> 기자
역사보다 정확한 감정의 클로즈업
★★★☆
케네디 대통령 암살 후 장례를 치르기까지의 시간을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기억과 진술로 재구성했다. 고증과 재현에 방점을 찍는 전기영화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고증은 단지 의상, 배경 등 외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카메라는 재키의 감정에 집중한다.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단언하고 설명하는 대신 격랑이 이는 감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클로즈업. 간결하고 집중력 있다. 실존인물의 그림자를 잡는 대신 스스로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 종종 넘치지만 대체로 강렬하다.


매기스 플랜
감독 레베카 밀러 출연 그레타 거윅, 에단 호크, 줄리안 무어

송경원 <씨네21> 기자
실패를 실패로 남겨두지 않는 긍정의 발걸음.
★★★☆
삶의 우연을 긍정하고 포착하는 영화들이 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 예측할 수 없는 변수까지 기꺼이 떠안는 매기의 걸음걸음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상황을 수습하려 억지를 부리는 것과는 다르다. 에둘러 가는 시간마저 포용하며 매 순간에 충실한 인물들의 태도가 이 난감한 소동마저 귀엽게 만든다. <프란시스 하>에서 이어지는 그레타 거윅의 시간. 입꼬리가 내려갈 틈 없이 흐뭇하다.


다방의 푸른 꿈
감독 김대현 출연 김민자, 김숙자, 김애자

송경원 <씨네21> 기자
여전히 선명한 청춘의 색
★★★
1960년대 미국을 휘어잡은 한국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국대중음악사를 더듬는다. 역사의 주름에 묻혀 미처 알려지지 못했던 진귀한 기록들을 알려주는 친절한 다큐멘터리. 미국 활동 당시 공연무대 영상은 여전히 생생해 보는 재미가 있고, 32곡에 이르는 한국 대중가요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로 되살아나는 기록.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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