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관련자들의 구속수감 이슈로 요사이 부쩍 핫한(?) 공간이 되어버린 교도소! 누가 어느 교도소에 있네, 어디로 옮겼네, 어디로 가야 하네 하는 말들이 많이 들려오더라고요. 그런 와중 개봉한 <프리즌>을 보니 교도소 안에 별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프리즌>에서 익호(한석규)는 교도소 안에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군림하는 자입니다. 그곳에서 재소자들은 ‘수감’이 아닌, 그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 구현은 무척 현실적이지만 재소자들의 생활은 허구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그동안 한국영화 속 교도소는 어떻게 그려져왔나!
<교도소 월드컵>(2001)
감독 방성웅 출연 정진영, 조재현, 황인성, 김일우, 장두이
교도소와 스포츠의 결합 자체가 신선했던 작품이죠. 유엔인권위원회로부터 교도소 월드컵을 제안받는다는 설정부터가 황당합니다. 원주교도소의 오합지졸 재소자들이 자신의 범죄 이력을 축구 기술로 활용하기도 했죠. 원주교도소에서 촬영이 됐고요. 서대문형무소가 아닌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을 진행한 첫 한국영화입니다. 재소자들이 수감된 수용동은 철문을 다섯 차례나 통과해야 이를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감방 내부 촬영은 금지되었기에 양수리 종합 촬영소에 실제 크기로 복도와 감방을 제작해 찍었습니다.
<광복절 특사>(2002)
감독 김상진
출연 설경구, 차승원, 송윤아
탈옥수들이 간절히 들어가길 원하는 그곳! <광복절 특사>의 오수교도소입니다. 물론 감옥이 좋아서는 아니고 이미 탈옥했는데 자신들이 다음날 광복절 특사로 나가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다시 들어가려 하는 겁니다. 촬영은 전주공업고등학교에 만든 교도소 세트와 서대문형무소에서 진행했다고 합니다. 무석(차승원)이 탈옥을 위해 6년간 숟가락으로 땅굴을 파는 감방 외에는 특별히 교도소 시설에 주목한 장면은 없습니다.
<친절한 금자씨>(2005)
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최민식, 김병옥, 김시후, 오달수
금자(이영애)가 납치 및 살인 누명을 쓰고 13년간 수감 생활을 했던 경주여자교도소입니다. 실제로는 군산교도소의 협조를 얻어 촬영했죠. 운동장 등 바깥 장면만 낮에 촬영이 가능했다고 하고요. 이렇게 핑크핑크한 감옥도 있나 싶을 정도로 예쁘게 디자인되었던 금자의 감방은 세트입니다.
<하모니>(2009)
감독 강대규
출연 김윤진, 나문희, 강예원
복역 중 아기를 낳은 재소자의 사연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죠. 재소자가 출산을 했을 경우 교도소 안에서 직접 아기를 돌볼 수 있는 기간은 18개월까지로 제한된다고 합니다. 교도소 시설 자체보단 ‘교도소’라는 컨셉을 필요로 하는 영화였기에 외부 장면만 청주여자교도소의 협조를 얻어 촬영했고, 내부 장면은 세트로 만들어 썼다고 합니다.
<집행자>(2009)
감독 최진호
출연 조재현, 윤계상, 박인환
<집행자>의 주인공은 재소자가 아닌 교도관입니다. 신입 교도관 재경(윤계상)이 서울교도소에 발령돼 생활하던 중 흉악 범죄자의 사형 집행 결정이 내려져 갈등하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여러 심리적 부담을 겪는 교정공무원들의 실정에 주목해 이슈가 된 작품이죠. 가로 2m, 세로 4m의 사형 집행장 세트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면을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촬영했습니다. 준공 직후 개청 전이라 실제 교도관들이 단역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연기의 디테일을 살펴주기도 했다네요. 특히 보안과 모니터실은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임에도 법무부 특별 허가로 촬영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7번방의 선물>(2012)
감독 이환경
출연 류승룡, 갈소원, 오달수, 박원상
용구(류승룡)가 딸 예승(갈소원)이를 감방 안으로 데려오기 위해 7번방 식구들과 ‘작전’을 펼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 영화입니다. 따뜻하고 서정적인 영화의 무드를 반영해 교도소 감방 7번방도 파스텔톤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는데요. 7번방 식구들 각각의 캐릭터가 느껴지는 소품들도 여럿 눈에 띄었죠. 스산하기까지 한 실제 교도소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충실히 담아낸, 동화 속 비밀기지와도 같은 장소였습니다. 익산 교도소 세트장에서 촬영됐습니다.
<프리즌>
감독 나현
출연 한석규, 김래원
<프리즌>의 교도소는 익호가 제왕처럼 군림하는 곳이죠. 촬영분이 많은 공간이라 리얼리티에 욕심을 낸 듯합니다.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교도소 장면의 대부분은 익산 교도소 세트장과 서대문 형무소에서 촬영이 되는데요. <프리즌>은, 1970년대부터 사용됐고 재작년 이전하기까지 수감 시설로 쓰인 구 장흥교도소를 섭외해 촬영했습니다. 구 장흥교도소에선 첫 촬영된 한국영화입니다. 실제로 쓰였던 곳인 만큼 재소자들이 남겨두고 간 도구들과 생활의 흔적들까지 그대로 남아있어 영화에 소품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최근엔 드라마 <피고인> 촬영지로도 사용됐다고 하네요. 익호의 공간 중에선 원예실이 인상적인데요. 실제로 몇몇 교도소엔 원예 작업장이 있다고 합니다. 원예 노동을 통해 재소자들의 재활 의지를 높이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데요. 실제로는 아무래도 노동의 강도가 세지 않은 만큼 경제사범 등 재소자들 중에서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배정된다고 합니다. 교도소의 제왕인 익호의 주요 공간이 원예실인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교도소는 <옥중화> <피고인> 등 드라마에서도 흥미로운 곳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실제론 범죄를 저질러 수감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우리의 일반적인 생활과 격리돼 있어 드라마틱한 사연을 만들어내기 좋은 까닭인 듯합니다. 언급한 작품들 말고 또 떠오르는 영화가 있나요? 댓글로 의견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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