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만우절(4월1일)은 극장 체인의 이벤트 경연장이 된 듯하다. 올해 만우절은 마침 토요일이라 극장가의 만우절 이벤트가 더욱 화제가 됐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혹시나 모르고 지나치신 분들을 위해 각 극장 체인별 만우절 이벤트를 정리해봤다.


CGV

인정할 건 인정하자. 만우절 이벤트는 CGV가 갑이다. CGV는 극장가 만우절 이벤트의 선두주자다. 올해 대박난 만우절 이벤트를 보기 전에 그들의 과거를 살짝만 돌아보자.

위 이미지는 2016년에 CGV에서 진행한 만우절 이벤트다. 군복, 교복, 히어로 복장을 하고 극장에 오면 할인을 해준다는 내용이다. 이런 형태의 일종의 코스튬 이벤트는 차태현, 전지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가 기원인 듯하다. 요즘도 대학생들 만우절 되면 교복 입고 학교 가는지 모르겠다.

CGV는 1960~70년대풍의 만우절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점점 퀄리티가 높아지는 듯하다. 쓸데없이 고퀄이라고 하던가. 에디터 개인적으로 올해 만우절 포스터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건 4월12일 개봉 예정인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다. 장르를 바꾼 부분에 점수를 많이 주겠다.

이제부터가 진짜 만우절 이벤트, 본 게임이다. CGV는 2017년 만우절을 위해 4개의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 아래 사진만 봐도 대략 어떤 내용인지 느낌이 올 거다. ‘깔맞춤 요금제’는 옷 색깔을 맞춰 입고 오면 할인을 해준다는 내용이고, ‘AI 인공지능 씨파고’는 7000원의 가격에 CGV가 개발한 ‘씨파고’가 골라준 영화를 본다는 내용이다. ‘CGV 숙박업 진출’은 침대가 있는 특수관의 할인 이벤트를 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뉴스는 ‘팝콘 나무 재배 성공’ 뉴스다. 할아버지 사진이 시선 강탈이다. 자세히 보기로 하자. 

어째서 일본 느낌이 나지.

‘팝콘 나무 재배 성공’ 뉴스는 “CGV가 세계 최초로 팝콘 나무 재배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핵심은 이거다. 고객이 팝콘 통을 가져오면 그 통에 팝콘을 준다는 얘기다. 친절하게 예시를 보여주기도 했다. 

‘노인정’의 센스

양은냄비, 후라이팬, 냉장고 김치통, 세숫대야 등을 누가 갖고 올까 싶었다. CGV 페이스북지기의 드립은 설마설마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트럭까지 등장할 줄이야.
상식을 벗어나면 ‘노인정’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사람들은 김치통을 가지고 CGV로 달려갔다. 들어갈 때는 김치통이 부끄러웠을지 몰라도 나올 땐 자신의 김치통이 별거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거다. CGV 페북지기는 상식을 벗어난 통에 대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제보 받은 사진을 모아봤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쪼렙’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신들의 낮은 레벨에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저 많은 팝콘과 함께 나초도 주문한 중급 레벨의 관객 되겠다. 가정용이 아닌 업소용 통을 가져와야 초급을 벗어날 수 있다.

매점 담당 ‘미소지기’들이 신이 났다. 

고렙 등장이다. 아이스박스를 가져왔다.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암튼 택시 위에 붙어 있는 통 가져온 사람도 있었다. 택시등인가? 저 아크릴 통은 제작한 건가? 골판지 김치통은 확실히 제작한 거다.

여기서부터는 만렙이라고 봐야 할까. 비옷을 입고 계신 아주머니의 포스가 상당하다. 이미 상식은 사라지고 있다. 위의 CGV 공지사항에서 이런 건 ‘노인정’이라고 했는데 CGV는 노인 공경을 잘한 건가 못한 건가. 저 눈삽은 CGV 직원이 팝콘 담아줄 때 썼던 건가? 수줍게 김치통 뚜껑 닫고 계신 분은 쪼렙 아니냐고? 오른쪽 옆에 있는 캐리어에 주목하자.

이분들은 초고수 신급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저 장독대에 팝콘 준 거 맞나? 통배권 단련할 때 쓰는 물건인 것 같은데. 고 김수환 추기경 도자기도 눈에 띈다.

트위터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이번 이벤트를 소재로 그림을 그려 올린 트위터 사용자도 있었다. 메가박스 통을 가져간 사람도 있었다. 이미 위에서 한번 봤지만 캐리어에 팝콘을 담아 오기도 했다. 그런데 저 가방에서 팝콘 냄새 안 빠지면 어쩌지. 오지랖 발동.

CGV가 팝콘 이벤트로 난리가 난 와중에 메가박스에서는 어떤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을까.


메가박스

메가박스에서는 ‘메가박스가 속아준다!’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고모 누구나 청소년이라고 우기면 청소년 요금으로 할인해준다는 내용이다. 직접 이 이벤트에 참여한 기자의 포스트를 보면 꽤 즐거운 이벤트가 됐던 모양이다. 일부분을 발췌했다.

40대로 추정되는 어떤 부부는, 너무나도 뻔뻔하게 "청소년인데요!" 라고 말했다. 이벤트를 알고 있지만, 그 부부의 영화표 구매를 돕던 한 '메아리'는 웃음이 터졌다. 남편 되시는 분은 여기에 "제가 나이에 비해 노안이라서 그렇지, 청소년 맞습니다"고 한 마디 덧붙여 매표소 사람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실제 기자가 발권할 때는 별 얘기가 없었던 듯하다. 드립력이 부족했던 걸까. 에디터가 갔어도 ‘메아리’는 아무 말이 없었겠지.

40대 부부와 메가박스 직원인 ‘메아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롯데시네마에서는 어떤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을까.


롯데시네마

그렇다. 롯데시네마는 4월1일 거짓말처럼 생을 마감한 장국영 특별전을 열었다. ‘씨네플레이’ 장국영 포스트를 쓸쩍 넣어본다.

홈페이지에서 아래와 같은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오프라인 이벤트가 아니라서 특별히 더 소개할 내용은 없다.


이상 2017년 만우절 극장 이벤트를 살펴봤다. 역시 ‘관록의 선두주자’ CGV가 만우절 이벤트의 승자가 아닐까. 올해 대박났기 때문에 이벤트 담당자는 내년에 더 참신한 걸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장난 아닐 것 같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도 분발해주길 바란다. 참고로 2018년 만우절은 일요일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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