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1세기’로 범위를 한정한 영화 순위를 자주 접한다. 21세기라고 하면 200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다. 이런 리스트가 많아진 건 아마도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 이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이번에 등장한 21세기 한정 영화 순위는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가 선정한 SF영화 25편이다. ‘인디와이어’의 순위에 에디터의 견해를 덧붙여봤다. 국내 미개봉작이 꽤 많다. 전체 순위 가운데 1위부터 20위까지만 설명을 덧붙였다.


25위 평행이론: 도플갱어 살인 (2013)


24위 선샤인 (2007)


23위 프리머 (2004)


22위 더 문 (2009)


21위 어택 더 블록 (2011)


20위 설국열차 (2013)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20위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을 영화를 위한 도구로 어떻게 정확하게 사용하는지 알고 있다”고 썼다.


19위 도니 다코 (2001)

시간여행 SF영화의 외형을 띄고 있는 <도니 다코>가 19위다. 조금은 기괴한 분위기의 영화로 기억한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토끼 가면의 ‘프랭크’가 특히 그렇다. <도니 다코>는 저예산 영화로 드류 배리모어가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다. 제이크 질렌할의 젊은 시절도 볼 수 있다.


18위 인셉션 (2010)

국내에 많은 팬(에디터 포함)을 확보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18위다. 순위가 좀더 올라갔어도 괜찮을 것 같다.


17위 신이 되기는 어렵다 (2013)

‘인디와이어’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된 러시아 연방의 영화 <신이 되기는 어렵다>가 17위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다.


16위 루퍼 (2012)

<루퍼>는 최근 등장한 시간여행 영화 가운데 손에 꼽을 만한 영화다. 시간여행과 살인청부업을 연결한 것과 현재와 미래의 자신이 만나 벌이는 싸움이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15위 엑스 마키나 (2015)

<엑스 마키나>는 SF영화의 단골 소재인 A.I.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 작품이다. <28주 후>, <네버 렛미고> 등의 각본에 참여했던 알렉스 갈랜드의 연출 데뷔작이다.


14위 파프리카 (2006)

곤 사토시 감독의 <파프리카>가 14위다. 현실과 꿈이 뒤죽박죽 섞이는 이 애니메이션은 간혹 <인셉션>과 비교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환상적인 비주얼, 특히 퍼레이드 장면이 인상적이다.


13위 엣지 오브 투모로우 (2014)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일본의 라이트노벨 <All You Need Is Kill>이 원작인 영화다. 같은 날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 영화다. 속편도 제작된다. 최근 속편의 제목이 공개됐다. <리브 다이 리핏 앤 리핏>(Live Die Repeat and Repeat)이라고 한다.


12위 월·E (2008)

픽사 애니메이션 <월·E>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픽사 애니메이션 가운데 SF 장르에 속할 수 있는 작품이 또 없을까 생각해봤지만 <월·E>가 유일한 듯하다.


11위 컨택트 (2016)

외계인이라기보다는 생명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컨택트>는 외계생명체가 등장하지만 그 자체보다는 외계생명체와 접촉한 인간의 이야기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어쩌면 훗날 이 리스트가 갱신될 때 이름을 올릴지도 모를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연출을 맡았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고전인 <블레이드 러너>(1982)의 속편이다.


10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2014)

<혹성탈출> 3부작 가운데 2편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10위에 올랐다. ‘인디와이어’는 <혹성탈출> 3부작을 “할리우드의 가장 영리한 리부트”라고 표현했다. 3편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7월 개봉 예정이다.


9위 마이너리티 리포트 (2002)

필립 K. 딕 소설을 영화화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9위다. 미래를 예측해 범죄를 예방하는 범죄예방관리국이 등장하는 영화다. 2002년 당시로는 신선한 비주얼이 기억에 남는다. 장갑을 끼고 허공에 띄워진 스크린을 움직이는 인터페이스 장면은 이후 자주 인용됐다.


8위 월드 오브 투모로우 (2015)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안젤리나 졸리가 출여한 2004년작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아니다. 돈 헤르츠펠트 감독의 17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8위다. “단편영화가 제공하는 최상급의 완성도를 가진, 역사상 최고의 단편영화라는 극찬을 받은 영화”라고 한다.


7위 그녀 (2014)

아내와 별거 중인 남자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인공지능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를 사랑하게 된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는 외로운 현대사회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6위 디스트릭트 9 (2009)

<디스트릭트 9>은 두루 호평받은 작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인종 분리 정책)을 외계인에 덧씌운 영화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디스트릭트 9>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나 <엘리시움>과 <채피>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5위 업스트림 컬러 (2013)

‘인디와이어’ 답다고 해야 할까. 23위에 랭크된 <프리머>의 셰인 카루스 감독의 독립영화 <업스트림 컬러>가 5위다. 이 영화는 2014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적이 있다. 네이버의 해당 영화 페이지에 업데이트돼 있는 소개글을 보면,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인물과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는 난해한 서사구조 때문에 심층의 의미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고 썼다. 이 영화가 국내 개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스트림 컬러>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본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4위 괴물 (2006)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무려 4위다. 20위의 <설국열차>보다 한참 높은 순위다. 흔히 SF영화라고 하면 우주, 미래 사회 등이 연상돼서 그랬을까. SF영화라고 미처 생각 못했다. ‘인디와이어’는 “<괴물>의 성공으로 <설국열차> <옥자>를 연출할 수 있었다”고 썼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를 특히 사랑하는 것 같다.


3위 언더 더 스킨 (2013)

‘인디와이어’는 <언더 더 스킨>처럼 ‘지루한’ 영화를 높은 순위에 올려놨다. <언더 더 스킨>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영화다. 외계인이 아름다운 지구 여인 로라(스칼렛 요한슨)의 탈을 쓰고 있다.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있는 스틸 사진에는 19금 딱지가 붙어 있지만 에로틱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시각적으로 매우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SF영화의 장르적 서사와는 전혀 접점이 없다.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위해서라면 볼 만한 영화다. 다만 지루하다는 건 어쩔 수 없다.


2위 이터널 선샤인 (2004)

이 영화가 이 순위에 올라도 되는 걸까. 로맨스, 멜로영화라고 생각했던 <이터널 선샤인>이 무려 2위에 올랐다.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이기에 SF영화라고 불러도 좋겠다. ‘인디와이어’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시적 영상 감각과 함께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찰리 카우프만의 각본을 중요하게 언급한다.


1위 칠드런 오브 맨 (2006)

기자와 평론가들은 늘 <칠드런 오브 맨>을 사랑한다.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에도 이름을 올렸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이 영화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다. 인류는 더 이상 새 생명을 만들어낼 수 없다. 임신을 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때 기적과도 같이 임신한 흑인 소녀가 나타난다. 인류의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영화 후반부 총성과 아기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롱테이크 장면이 압권이다.


나름대로 총평을 해보려 한다. ‘인디와이어’의 순위를 살펴보면 독립영화 지향의 매체 특성이 많이 반영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독립영화가 순위에 많이 올랐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괴물>이 각각 20위, 4위에 오른 것도 특이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2046>
<유로파 리포트>
<몬스터즈>
<인터스텔라>
<A.I.>

‘인디와이어’는 기사 말미에 특별언급한 영화들을 소개했다. 왕가위 감독의 <2046>, 나초 비가론도 감독의 스페인 영화 <타임 크라임>, 세바스찬 코르데로 감독의 <유로파 리포트>, <고질라>,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몬스터즈>,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천년을 흐르는 사랑>,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솔라리스>, <인터스텔라>, <A.I.>, 파노스 코스마토스 감독의 <비욘드 더 블랙 레인보우>, 나카지마 켄지 감독의 <클론은 집으로 돌아온다> 등이다.

<프로메테우스>

문득 해외 네티즌의 의견이 궁금했다. 해당 기사의 댓글을 살펴봤다. ‘인디와이어’의 독자들은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프로메테우스>, <엘리시움>, <오블리비언>, <아바타>, <맨 프럼 어스> 등이 순위에 들어야 했다고 썼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순위에 오른 것에 대해 반박하는 댓글도 있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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