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만의 매진!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개막작 <7호실> 얘기다. 신하균, 도경수 주연, 이용승 감독 연출의 개막작을 놓쳤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장르영화 팬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 영화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개막작 <7호실>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폐막작 <은혼>

7월13일부터 23일까지 11일간 열리는 부천영화제에는 총 58개국 28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액션, 판타지, 스릴러, 고어, 코미디, 가족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개·폐막작을 제외한 일반 상영작은 7월5일 오후 2시 영화제 홈페이지(www.bifan.kr)에서 예매가 시작된다. 진짜 예매전쟁은 이제부터다.

예매전쟁에 참여할 팬을 위한 가이드를 준비했다. 부천영화제 공식 데일리를 제작하는 <씨네21>의 추천작 20편과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12편 가운데 중복되는 3편을 제외한 29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부디 예매에 성공하시길.


프로그래머 추천작

김영덕 프로그래머 추천작 6편

균열
엘링거 토로드센|아이슬란드2017
<균열>은 아이슬란드에서 날아온 퀴어 스릴러 영화다. 게이 커플이 헤어진 후, 두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슬란드 빙하지대의 차갑고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창백한 얼굴에서 배어나오는 붉은 피처럼 서늘한 분위기의 영화다.

누명
아르파드 소프시츠헝가리2016
헝가리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누명>은 1960년 헝가리에서 실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살인 사건의 범인이 체포되고 종신형을 살고 있는 와중에도 살인은 계속 일어난다. <누명>은 냉전시대 사회주의 동구권의 정치·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과 잘못된 수사를 덮으려는 형사, 고위 권력자들의 이야기가 서로 얽힌다.

하이퍼솜니아
가브리엘 그리에코아르헨티나2016
현실과 가상현실이 뒤섞인다. <하이퍼솜니아>는 배우 밀레나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리허설 도중 최면에 걸린 듯 자신이 연기하는 극 중 인물 랄리가 된다. 랄리는 납치되고 강제 매춘의 폭력을 당한다. 가브리엘 그리에코 감독은 인신매매가 성행하는 아르헨티나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그려냈다.

항문남녀
피터 백미국2016
부천이 아니라면 절대 이런 영화를 볼 수 없다. 에이다와 애런은 정신과 상담을 기다리다 서로 눈이 맞는다. 그들은 상대방의 그곳(이 영화의 원제는 ‘Assholes’이다)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취향존중’이 필요한 이 연인을 지켜보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할 듯하다. 하드코어 장르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을 영화다.

해피 헌팅
조 디이츠, 루이 깁슨미국2017
행복한 사냥? <해피 헌팅>에서 사냥의 대상은 사람이다! 알코올 중독자 워렌은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우연히 인간 사냥을 벌이는 외딴 지역에 들어간다. 그곳에는 인간 사냥꾼들이 모여 있다. 워렌은 그곳에서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그는 그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잠 못 들게 하는 영화1 - 아기의 방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스페인2006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은 스페인 장르영화 마니아에게 ‘전설’로 통한다.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판타스틱 영화의 거장’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아기의 방>은 TV 시리즈 <잠 못 들게 하는 영화>에 속한 작품이다. 저택에 이사 오게 된 부부는 집 안에 누군가 있다고 느낀다. 결국 아기의 방에 모니터를 설치하고 요람 곁에 어떤 존재가 맴돌고 있다고 확신한다. <아기의 방>은 공포영화 마니아가 선택할 정통 호러영화다.


김봉석 프로그래머 추천작 3편

몬 몬 몬 몬스터
구파도대만2017
<몬 몬 몬 몬스터>는 색다른 학원폭력물이다. 불량학생들이 도시에 출물하는 요괴(!)를 생포하고 학대하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주인공은 요괴에게 연민을 느낀다. 동시에 요괴를 괴롭히지 않으면 자신이 더 괴롭힘을 당할 처지다. 한편, 납치된 요괴를 찾기 위해 다른 요괴가 나타나 사람들을 무차별 살육하기 시작한다. 대만의 달달한 첫사랑 영화만 본 관객이라면 한번쯤 색다른 재미에 도전해보시길.

나는 변태다
안자이 하지메일본2016
부천영화제는 늘 금기에 도전하는 영화를 상영한다. <나는 변태다>는 비주류 포크 가수로 살아가면서 결혼도 하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가 보여주는 본성, 변태력의 폭발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여죄수 사소리1 - 701호 여죄수 사소리
이토 순야일본|1972
스틸 사진 속 여인의 얼굴이 예사롭지 않다. <701호 여죄수 사소리>는 배신한 연인을 살해하려다 감옥에 갇힌 사소리가 강간과 폭력을 겪은 뒤,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만화 원작의 이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 영향을 준 영화 <수라설희> 등 ‘여성 잔혹 복수극’의 원조격인 영화다.


모은영 프로그래머 추천작

어둔 밤
심찬양한국2017
<어둔 밤>은 ‘할리우드 키드’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영화 감상 동아리 ‘리그 오브 쉐도우’의 멤버들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제목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Dark Knight)에서 차용한 <어둔 밤>(Dark night)다.

반도에 살어리랏다
이용선한국2017
교수, 배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애니메이션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배우가 되고 싶은 시간강사 오준구의 삶을 그린다. 배우 오디션과 교수 제안을 동시에 받은 오준구는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지지만 모든 것이 꼬이고 만다.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한 재치 넘치는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려행
임흥순한국2016
부천에 공포, 고어물만 있지 않다. <려행>은 <위로공단> 임흥순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다. 탈북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의 여정을 픽션과 판타지가 뒤섞인 독특한 형식으로 보여준다. 말하자면 <려행>은 시(時)적 다큐멘터리다.


<씨네21> 추천작

버드샷
미카일 레드필리핀, 카타르2016
마야는 삼림보호구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필리핀 독수리를 의도치 않게 사냥한다. 경찰은 수사에 나선다. 야생동물의 죽음에 대한 수사는 인근에서 벌어진 버스 실종 사건과 얽힌다. <버드샷>은 한 소녀가 거대한 범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고독한 생존기다.

어쩌다 암살클럽
아틸라 틸헝가리2016
휠체어를 탄 암살자라니. 전직 소방관 루파조프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다. 그는 세르비아 갱단으로부터 암살 의뢰를 받는다. 만화를 그리면서 살아가는 20대 청년 졸리카와 바바가 루파조프의 계획에 합류한다.  <어쩌다 암살클럽>은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영화다.

검은 숲 속으로
질 마르샹프랑스, 스웨덴2016
때론 가족이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법이다. 가족 심리 스릴러 <검은 숲 속으로>는 스웨덴에 혼자 살고 있는 아빠와 함께 캠핑을 떠난 톰과 벤의 이야기를 담았다. 숲 속에서 아빠는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탈출을 시도한다. 형제의 불안한 시선이 만든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영화다.

미트볼 머신: 고도쿠
니시무라 요시히로일본2017
부천의 열혈 팬들은 이미 <미트볼 머신: 고도쿠>를 예매 리스트에 추가했을 듯하다. 암에 걸린 중년의 샐러리맨은 암세포 덕분에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외계 생명체를 물리쳤다. 돌연변이가 됐지만 여전히 인간의 의식이 남아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돌연변이들과의 전쟁이다. <미트볼 머신: 고도쿠>는 2005년작 <미트볼 머신>의 리메이크 영화다. <미트볼 머신> 역시 이번 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된다.

68 킬
트렌트 하가미국2017
딱 봐도 가짜임을 알 수 있는 피와 오버스러운 신음소리로 우스꽝스러운 섹스. 트로마는 골 때리는 엽기영화를 주로 제작한 미국의 독립 스튜디오다. 이곳에서 배우와 작가로 활동한 트렌트 하가의 연출작 <68 킬>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한다. 이성적 사고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필요하지 않다. 그야말로 미친 영화이기 때문이다. 93분간 미칠 준비가 된 사람은 예매를 서둘러야 할 거다.

블랙 할로우 케이지
사드락 곤살레스 페레욘스페인2017
가족 드라마와 판타지 장르를 SF로 봉합했다. 장르가 뒤섞인 <블랙 할로우 케이지>는 숲 속 외딴 집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녀 앨리스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어느 날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미스터리한 장치를 발견한다. 이후 앨리스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데이브 미로 만들다
빌 워터슨미국2017
제목 그대로다. 아티스트 데이브는 거실에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 미로를 만든다. 데이브는 자신이 만든 미로에 갖히고 친구들은 실종된 데이브를 찾기 위해 미로로 들어간다. 종이로 만든 2800제곱미터의 세트 안에서 스톱모션, 인형극, 착시효과를 이용한 코미디, 스릴러 호러가 뒤섞여 있는 영화다.

데스 콜
알렉시스 바이스브레트, 데미안 메이스미국2016
장난 전화 함부로 하지 말자. <데스 콜>은 장난 전화를 걸고 그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던 브래디와 샘이 자신들에게 걸려온 장난 전화를 끊어버린 뒤 일어난 끔찍한 일을 보여준다. <데스 콜>은 장르영화의 규칙에 충실한 작품이다.

일로순풍
청몽홍대만2016
한 명의 고객을 위한 스페셜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도우는 택시를 탄다. 택시 기사가 문제다. 지나치게 손님에게 관심이 많다. 결국 두 사람은 마약 거래에 엮이게 된다. <일로순풍>은 인간적인 캐릭터 묘사가 돋보이는 새로운 스타일의 갱스터 무비다. <노면주차>라는 영화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청몽홍 감독의 신작이다.

먹거나 먹히거나
폴 슈레이더미국2016
출소하자마자 납치 청부를 의뢰받은 세 전과자들이 있다. 골치 아픈 일을 피하고 싶은 트로이(니콜라스 케이지)와 범죄자 시절을 그리워하는 디젤(크리스토퍼 매튜 쿡), 악마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매드 독(윌렘 데포)은 다시 한번 대박을 노려보기로 결심한다. <먹거나 먹히거나>는 <택시 드라이버>와 <성난 황소>의 각본가로 명성을 떨친 폴 슈레이더의 신작이다.

킬링 그라운드
데미안 파워호주2017
외딴 지역으로 캠핑을 떠나온 한 커플. 그들은 이미 자리를 잡은 텐트 하나를 발견한다. 사람의 흔적은 없다. 묘하게 신경 쓰이는 분위기를 느낀 그들은 길을 쓰러진 아이를 발견하고 불길함에 휩싸인다. <킬링 그라운드>는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든 완성도 높은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980~90년대 B급 호러영화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우리 삼촌
야마시타 노부히로일본2016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오버 더 펜스>의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신작이 부천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삼촌>은 돈도 못 벌고 연애도 못하는 구제불능 시간강사 삼촌(마츠다 류헤이)의 변모를 조카 유키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앳 스테이크
크리스토 다마르 알람인도네시아2017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아들과 친구들은 은행을 털기로 마음먹는다. <앳 스테이크>는 한국영화 <써니> 혹은 <파수꾼>의 정서와 묘하게 겹치는 인도네시아의 성장영화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춘의 끝을 지독스럽게 보여준다.

관종
로버트 모클러미국2017
<관종>은 ‘SNS가 이렇게 무섭다’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다. 키야는 이른바 ‘관종’(관심종자)이다. 그녀는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 찍은 비디오를 SNS에 올려 일약 스타가 된다. 우쭐해진 그녀는 선을 넘는 상황을 연출하기에 이른다. 극단으로 치닫는 주인공의 심리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동정의 밤
로베르토 산 세바스티앙스페인2017
동정을 떼기 위한 밤은 악몽에 가깝다. 새해맞이 파티에서 어떻게든 동정을 면해보려던 니코는 중년의 여인을 만나 그녀의 아파트로 따라간다. 니코는 그곳에서 죽기보다 더 힘든 고생을 겪는다. <동정의 밤>은 더럽고, 불쾌하고, 폭력적이면서 동시에 슬프고 안쓰러운 영화다.

소울 메이트
증국상중국, 홍콩2016
<소울 메이트>는 <나의 소녀시대>의 향수와 <첨밀밀>의 회한이 느껴지는 애틋한 드라마다. 고등학생인 치위에(산드라 마)와 안셩(저우동위)은 함께 자란 절친한 사이다. 모범생 치위에와 말괄량이 안셩의 우정은 지아밍과의 만남으로 어긋나고 만다. 주연 산드라 마와 저우동위는 금마장상 여우주연상을 함께 수상했다.

제일브레이크
지미 헨더슨캄보디아2016
태국에 <옹박>, 인도네시아에 <레이드>가 있다면 캄보디아에는 <제일브레이크>가 있다. 암살 위협을 받고 있는 범죄자 ‘플레이보이’를 다른 감옥으로 옮기는 임무를 수행하던 경찰 특수부대원들은 죄수들의 폭동에 휘말린다. 여기에 플레이보이를 살해하려는 여성 범죄조직원들까지 감옥에 들어오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제일브레이크>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감옥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