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광대 페니와이즈와 일곱 명의 친구들과의 악연을 그린 <그것>(9월 6일 개봉), 이 영화는 '공포 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캐리>를 시작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은 꾸준히 영화화됐는데, 특히 새로운 소재로 '공포'를 빚어내 인상적인 작품이 되곤 했다. <그것>의 페니와이즈처럼, 스티븐 킹이 창조해낸 공포의 산물을 만나보자.

그것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개봉 2017 미국

상세보기

<캐리> - 캐리
<캐리>

<캐리>는 스티븐 킹 개인에게도, 영화사적으로도 기념비인 작품이다. 이 소설 하나가 흥행하면서 스티븐 킹은 전업작가로 전향할 수 있었고 그의 작품 중 최초로 영화화돼 호평을 받았다. <캐리>는 캐리가 억압적인 가정과 폭력적인 학우들에 시달리다가 초능력을 각성하고 마침내 한 마을을 초토화하는, 선악의 구분이 없는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는 일종의 보고서처럼 꾸며진 원작을 성공적으로 각색했다. 사춘기 청소년의 심리와 그를 압박하는 주변 환경, 그리고 극에 치닫는 전개 등 구성이 탄탄한 영화 중 하나이다.

캐리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씨씨 스페이식

개봉 1976 미국

상세보기
2013년, 클레이 모레츠 주연으로 리메이크됐으나 '흑역사'가 되고 만다.

<미스트> - 안개
<미스트>

'안개'는 '스켈레톤 크루'에 수록된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로 2007년에 영화화되고 2017년에 드라마화됐다. 이 소설에선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를 공포의 대상으로 지목한다. 극중 안개에서 각종 생명체가 튀어나오는 것도 무섭지만,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알 수도 없는 안개 자체가 공포 요소로 작용한다. 2007년 영화 <미스트>에선 생명체와 고립된 공동체의 묘사로 B급 괴수물과 스릴러의 재미를 모두 담았으며 소설과 다른 결말로 호평을 받았다. 2017년 드라마는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미스트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출연 토마스 제인, 마샤 게이 하든, 로리 홀든, 안드레 브라우퍼, 토비 존스, 윌리암 새들러, 제프리 드먼, 프란시스 스턴하겐, 알렉사 다바로스, 나단 겜블

개봉 2007 미국

상세보기

<샤이닝> - 오버룩 호텔
<샤이닝>의 오버룩 호텔

스티븐 킹은 1980년에 발표한 '안개' 이전에 1977년 '샤이닝'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의 위험을 그린 바 있다. 휴가 겸 집필을 위해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에 지원한 잭 토렌스는 겨우내 가족과 함께 호텔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잭 토렌스는 집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점차 호텔의 유령에게 세뇌당하고, 결국 광기를 드러낸다. 소설과 영화 모두 이에 대항하는 초능력 '샤이닝'을 가진 대니 토렌스와 딕 할로런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활약보다 잭 토렌스의 광기에 집중한다. 덕분에 스티븐 킹은 원작에 가까운 드라마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따로 제작하기도 했다.

샤이닝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잭 니콜슨, 셜리 듀발

개봉 1980 영국

상세보기
그래도 제일 유명한 건 이 장면일 것이다.

<1408> - 1408호
<1408>

스티븐 킹은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잘 활용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소설가가 등장하고, 그가 공포나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건이 종종 있다. '샤이닝'도 그렇고 '1408'('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수록) 역시 그렇다. 공포 소설 작가가 '투숙한 사람이 한 시간 이내에 죽는다'는 1408호에서 극한의 공포를 겪게 된다는 설정은 셀프 패러디처럼 보인다. 장편인 '샤이닝'이 천천히 옥죄는 공포라면 '1408'은 단편답게 당사자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빠른 전개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영화 역시 94분이란 짧은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달린다. 참고로 1408은 각 숫자를 더하면 13이 되는 번호이다.

1408

감독 미카엘 하프스트롬

출연 존 쿠삭, 사무엘 L. 잭슨

개봉 2007 미국

상세보기

<미저리> - 애니 윌크스
<미저리>의 애니 윌크스

지금까지도 하나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미저리> 또한 스티븐 킹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겨 있다. 애니 윌크스는 스티븐 킹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서 작품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형상이며 애니가 폴에게 먹이는 진통제 노브릴 역시 마약 중독에 빠졌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서술했다. <미저리>의 애니 윌크스는 이후 광적인 집착에 빠진 캐릭터 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예술가·연예인과 팬들의 관계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

미져리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제임스 칸, 캐시 베이츠

개봉 1990 미국

상세보기

<그것> - 페니와이즈
페니와이즈

이제 스티븐 킹의 경험담에서 빠져나와 <그것>을 살펴보자. 이미 1990년대 드라마(국내에는 <피의 삐에로>로 소개됐다)로 제작됐던 <그것>은 스티븐 킹의 소설 중에도 독창적이고 입체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몇십 년마다 나타나 인간을 살해하는 피에로란 설정은 슬래셔 영화의 살인마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여기에 27년 후 다시 만난 '루저스 클럽'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하나의 성장물로 완성시켰다. 초월적 존재인 페니와이즈는 서양인들에게 내포된 광대 공포증을 자극하면서 동시에 경외의 대상을 향한 두려움을 건드린다.

<스탠 바이 미> / <드림캐처>

<그것>과 유사한 작품으로 '스탠 바이 미'와 '드림캐처'가 있다. 둘 다 '모종의 사건을 겪은 후 다시 만난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특히 '드림캐처'는 초능력을 나눠가진 네 명의 친구가 나이가 든 후 공포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는 전개로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도 영화가 있으니 세 영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일 것이다.

피의 피에로

감독 토미 리 월리스

출연 해리 앤더슨, 데니스 크리스토퍼, 리처드 마저, 아네트 오툴

개봉 1990 미국

상세보기

<쿠조> - 세인트버나드
<쿠조>

스티븐 킹의 작품이 다소 초월적이고 영적인 공포를 자주 그리지만 <쿠조>의 세인트버나드처럼 현실적인 공포 또한 존재한다. <쿠조>는 광견병 걸린 개가 인간을 공격하는 내용인데, 견종이 하필 영화 <베토벤>으로 잘 알려진 세인트버나드다. 물론 <쿠조>가 소설과 영화로 <베토벤>보다 먼저 나왔지만, 뒤늦게 찾아본 관객이면 세인트버나드를 광견으로 표현한 것에 충격받을 만하다. 피를 한껏 뒤집어쓰고도 어딘가 맹한 그 표정을 보면 거대한 맹수 못지않은 공포가 따라붙는다. 

쿠조

감독 루이스 티그

출연 디 월리스

개봉 1983 미국

상세보기

<옥수수밭의 아이들> - 아이작
<옥수수밭의 아이들>의 아이작

때때로 아이들의 성장기를 그렸던 스티븐 킹이지만 '옥수수밭의 아이들'에선 살인 공동체를 꾸린 아이들을 담는다. 신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아이작이 이들을 세뇌시켰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꼬마 아이들이 벌이는 살인은 유명 살인마들의 그것만큼 잔인하게 다가온다. 속편과 TV 단막극으로 이어지다 2011년에 리메이크도 됐으나 사이비 종교를 다루고 있는 만큼 난해한 부분이 있어 그다지 인기를 모으진 못했다.

옥수수밭의 아이들

감독 프리츠 키어쉬

출연 피터 호튼, 린다 해밀턴

개봉 1984 미국

상세보기

<런닝 맨> - 살인 경기
<런닝 맨>

스티븐 킹의 상상력은 전천후다. 그가 느끼는 공포는 초자연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실체가 있는 무언가에 담기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인 기능에 포함되기도 한다. <런닝 맨>에는 '런닝 맨'이란 프로그램이 등장하는데, 일종의 배틀로얄이다. 도전자는 5명의 죄수와 싸우게 되고, 승리하면 감면과 특별 휴가가 주어지지만 패배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영화에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을 맡아 액션성이 짙지만 원작 소설은 스티븐 킹답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지적한다.

런닝 맨

감독 폴 마이클 글레이저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개봉 1987 미국

상세보기

<셀> - 폰 사이코
<셀>의 폰 사이코의 수장인 래기디

'런닝 맨'이 너무 판타지 같다면? 그렇다면 '셀'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핸드폰이 보편화된 2000년대에도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았던 스티븐 킹은 핸드폰이 없는 주인공이 활약하는 이야기를 떠올렸고 그것이 곧 <셀>이 됐다. 핸드폰으로 퍼지는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셀'은 좀비 장르를 자신만의 패턴으로 재해석한 소설에 가깝다. 핸드폰 전파로 뇌가 포맷된 '폰 사이코'들 사이에서 생존해야 하는 일행의 이야기를 다룬다. 2006년에 나왔으나 10년이 지나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지금, 어쩌면 더 잘 어울리는 소설이기도 하다. 사무엘 잭슨과 존 쿠삭이 주연을 맡은 영화도 있으나 워낙 엉망이라 흑역사 취급 당하고 있다.

셀: 인류 최후의 날

감독 토드 윌리엄스

출연 존 쿠삭, 사무엘 L. 잭슨, 이사벨 퍼만

개봉 2016 미국

상세보기

<다크 타워> - 크림슨 킹
마이클 웰란이 그린 크림슨 킹

영화가 '폭망'했음에도 마지막으로 '다크 타워' 시리즈를 지목한 건 지금껏 언급한 '어둠'이 이 시리즈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은 이 시리즈가 자신의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멀티버스이자 중추임을 인정했다. 총잡이 롤랜드의 다크 타워를 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다크 타워'는 멀티버스(다원 우주)답게 스티븐 킹의 다른 작품과도 세계관을 공유한다. 몇몇 소설은 이 '다크 타워 시리즈'를 읽어야만 이해가 갈 정도로 깊은 관계가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배후에는 크림슨 킹, 붉은 왕이라는 초월적 존재가 있음을 암시한다.

최후에 살아남은 총잡이의 고독, 세상에 뻗어나가는 어둠의 세력, 이성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존재 등 방대한 분량과 세계관이 '다작의 제왕' 스티븐 킹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다만 영화에선 크림슨 킹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의 수하인 '검은 옷을 입은 남자'만 나왔는데, 속편조차 미지수여서 당분간은 크림슨 킹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다크타워: 희망의 탑

감독 니콜라이 아르셀

출연 이드리스 엘바, 매튜 맥커너히, 톰 테일러

개봉 2017 미국

상세보기

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