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의 '루저 클럽'

국내외에서 상당한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공포영화 <그것>은 '성장영화'로서의 가치도 상당합니다. 실종된 동생을 찾으려는 주인공 빌과 각자 다른 두려움을 품고 있는 '루저 클럽' 친구들이 힘을 합치는 모습이 꽤나 감동적이거든요.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선명한 캐릭터를 구현해낸 어린 배우들의 매력 덕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 아역배우들의 활약상을 정리해봤습니다.



제이든 리버허

루저 클럽의 리더, 빌은 행방불명된 동생 조지를 잊지 못한 채 데리 마을의 을씨년스러운 비밀을 파헤쳐나갑니다. 동생을 찾기 위해서라면 친구들의 만류도, 학교 불량배들의 위협도 무릅쓰고 앞만 보고 달려가죠. 제이든 리버허가 빌을 연기했습니다. 다양성영화에 관심 많은 이들이라면 <세인트 빈센트>(2014)에서 빈센트 영감(빌 머레이)과 투닥투닥하며 우정을 쌓는 꼬마 올리버, <미드나잇 스페셜>(2016)에서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주체하지 못한 채 세상으로부터 자꾸만 도망쳐야 하는 알튼으로 분한 리버허를 기억하실 겁니다. 북미에서 지난 6월 개봉한 <쥬라기 월드>(2015)를 연출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신작 <북 오브 헨리>에서는 나오미 왓츠, (<룸>의 잭을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과 호흡을 맞췄죠. 얼핏 연약해 보이는 외모 때문인지, 오히려 그런 이미지를 경유해 용맹함으로 똘똘 뭉친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인트 빈센트
미드나잇 스페셜
북 오브 헨리

베벌리
소피아 릴리스

느긋한 듯 정확하게 던지는 응시와 말 못할 상처를 품고 있는 표정 등 베벌리는 분명 또래들보다는 조숙해 보입니다. 루저 클럽의 홍일점이자 빌과 벤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그녀는 <그것>으로 이제 막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린 소피아 릴리스입니다. <프리다>(2002)를 연출한 줄리 테이머의 연극 <한여름밤의 꿈>(2014)에 참여한 데 이어, 작년엔 암울한 현실을 그린 <37>과 단편 <더 가든>이 나란히 공개되며 남다른 존재감을 알렸죠. 화장실에 숨어 있는 베벌리를 보자마자 "엇, 에이미 애덤스 아냐?" 하신 분들 꽤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제작 중인 TV시리즈 <샤프 오브젝트>에는 에이미 애덤스의 아역으로 출연한다고 합니다.

37


제레미 레이 테일러

똘똘하고 똥똥한 벤은 <그것>의 최강 신스틸러입니다.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자기에게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베벌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 그는 읽자마자 마음이 녹을 듯한 시구절을 써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로맨티스트죠. 책벌레의 능력을 발휘해 데리 지역의 역사를 훑어 마을에 감도는 기묘한 분위기의 연원을 알아내기도 하는 박사님이기도 하고요. 제레미 레이 테일러는 야구영화 <42>(2013)와 마블의 <앤트맨>(2015), <앨빈과 슈퍼밴드: 악동 어드벤처>에 단역으로 참여한 후 <그것>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10월 개봉 예정인 재난SF <지오스톰>에서도 테일러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리치
핀 울프하드

아, 신스틸러 하면 똘똘이스머프 같은 리치도 빼놓으면 섭하죠.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더벅머리 리치는 자신의 장기인 입담을 적극 발휘해 루저 클럽의 작전을 돕고 관객들의 웃음도 끌어냅니다. 따다 따다다다 따발총처럼 쉬지 않고 투덜대는 그를 미워하기란 가히 임파서블. 리치를 연기한 핀 울프하드와 <그것> 사이에는 작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TV시리즈 <기묘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가 스티븐 킹의 원작소설 <그것>에 크게 영향 받은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죠. 울프하드는 뽀얀 얼굴로 누구보다 용감하게 일레븐(밀리 바비 브라운)과 친구들을 돕는 마이크로 활약했습니다. <그것>의 빌과 살짝 겹쳐 보이기도 한 캐릭터죠. 최근엔 밴드 스펜드타임 팰리스의 뮤직비디오에 공동연출/주연으로 참여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Spendtime Palace 'Sonora'

에디
잭 딜런 그레이저

에디는 천식을 앓고 엄마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 매사에 망설이기 일쑤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루저 클럽의 단합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하죠. 하지만 천천히나마 자신의 그늘을 벗어던지려는 에디를 응원할 수밖에 없죠. 짙은 눈으로 나약한 마음을 드러내던 잭 딜런 그레이저는 한국 팬들에겐 낯선 배우입니다. 간간이 TV시리즈들에 작은 역할로 참여한 뒤, 지난 7월 북미에서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하이틴 판타지 <스케일즈: 머메이즈 아 리얼>이 개봉했습니다. 내년 개봉 예정인 <뷰티풀 보이>에선 티모시 샬라메의 아역으로 출연합니다.


스탠
와이어트 올레프

유대교 랍비인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와 그의 서재에 있는 그림의 유령에게 시달리는 스탠은 와이어트 올레프가 연기했습니다.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이름은 낯설지만, 과거 작품 하나가 특히 눈에 띕니다.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엄마가 누워 있는 병원에서 홀로 워크맨 속 10cc의 노래 'I'm Not In Love'를 경청하던 어린 퀼이 바로 올레프였습니다. 차기작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은 상태네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마이크
초슨 제이콥스

살아있는 동물을 죽여야 하는 가업을 못 내켜하는 마이크. 집에서는 가족과의 갈등으로, 바깥에선 흑인이라고 괴롭히는 애들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가 루저 클럽 친구들을 만나며 제 삶에 대한 용기를 내는 아이입니다. 마이크 역의 초슨 제이콥스는 TV시리즈 <하와이 파이브 오>에 2016년부터 출연한 후 <그것>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종종 자기 유튜브 채널에 노래 커버 영상을 올리는데, 실력이 상당합니다.

Chosen Jacobs Covers Ed Sheeran "I See Fire"

헨리
니콜라스 해밀턴

루저 클럽이 꺼리는 건 페니와이즈뿐만이 아닙니다. 자기보다 작은 몸집의 아이들을 시도때도 없이 괴롭히는 헨리 역시 끈질기게 우리의 주인공들을 따라다닙니다. 폭압적인 아버지에 짓눌린 못난 인성이라 해도 도가 지나쳐 당최 정이 붙지 않죠. <터미네이터 2> 속 에드워드 펄롱의 반항아적인 이미지가 물씬한 니콜라스 해밀턴은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트레인저랜드>(2015)로 널리 얼굴을 알렸습니다. 국내 관객들에겐 <캡틴 판타스틱>에서 기괴한 가정의 규율을 거부하고 평범한 생활을 주장하는 넷째 렐리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최근 개봉한 <다크타워: 희망의 탑>에선 제이크(톰 테일러)의 친구 역으로 초반에 잠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캡틴 판타스틱

그것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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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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