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발연기' 공식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가수 활동과 배우 활동을 다 잡은 능력자 스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초반 연기력 논란을 딛고 점점 연기가 좋아지는 배우가 있는 반면, 연기 데뷔 초창기 때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아 최근까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후자에 해당하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모아봤습니다.


/ 도경수/

많은 SM 출신 배우들이 연기 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그가 연기자로서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다른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기존의 이미지와 비슷한 캐릭터로 연기 도전을 하는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풋풋한 청춘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깊은 사연을 가진 어려운 캐릭터에 도전해왔다는 것이죠.

<괜찮아 사랑이야>

대중들이 그의 연기를 처음 본 작품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였습니다. 그는 심약하고 맑은 소년으로 미묘한 감정 변화는 물론, 루게릭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펼쳐 호평받았습니다. 인물의 표정에 집중하는 클로즈업을 즐겨 쓰는 김규태 감독과 섬세한 대사로 가득한 노희경 작가의 작품임에도 연기력 논란이 일지 않았죠. 심지어 노희경 작가는 대본 리딩 이후 그의 말투가 더 캐릭터에 가깝다 판단해 말투와 캐릭터 성격까지 더 밝게 바꿨다고 합니다.

<카트>

그가 처음 도전한 영화는 <카트>였습니다. 이전에 연기 수업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었지만 이 영화에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습니다. <씨네 21>에서 2014년 주목해야 하는 신인배우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카트>는 마트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묵직한 주제 의식을 가진 영화였는데요. 염정아 아들로 반항기 있는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었습니다. 최근작으로는 <7호실>이 있으며, <신과함께-죄와 벌>, <스윙 키즈>, <언더독>이 개봉 대기 중입니다.


/ 임시완 /

임시완은 소속 그룹인 제국의 아이들에서 연기 활동 멤버로 고려되지도 않았고, 연기 수업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배우가 더 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 연기 생활 초기에는 다소 왜소한 체형 때문에 배역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완벽한 핏을 자랑하는 또래 배우들보다 사실적인 캐릭터 해석과 표현으로 자신만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중입니다.

<해를 품은 달>

그러던 중 오디션을 통해 2012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어린 허염 역할로 캐스팅됩니다. 얼마 안되는 분량이었지만 잘생기고 단정한 선비 이미지에 딱 맞는 비주얼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허염 앓이'라는 단어를 탄생시켰죠. 신인 연기자에게 사극 투는 어색하기 마련인데, 안정된 발성과 발음으로 호평받았습니다.

<변호인>

드라마 위주로 필모를 쌓아온 그는 영화 데뷔작으로 <변호인>을 선택합니다. 억울하게 체포되어 고문을 견디는 연기를 소화해야 했는데요. 통통한 고등학생에서 고문으로 피폐해진 과정을 담기 위해 5kg을 찌우고 다시 10kg을 빼는 것은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온갖 고문 장면을 대역 없이 해냈습니다. 영화는 천만 돌파로 흥행 성공했고, 임시완의 가능성까지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변호인

감독 양우석

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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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려원 /

아이돌 출신 배우의 1세대라고 할 수 있죠. 1세대 아이돌 그룹 해체 또는 탈퇴 뒤 연기에 도전한 배우들이 연기력 부족으로 엄청난 질타를 받는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습니다. 2004년 샤크라를 탈퇴하고 본격 연기 도전을 한 그녀는 영화의 단역, 시트콤의 조연부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았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그녀는 이듬해인 2005년 <안녕, 프란체스카>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큰 주목을 받습니다. 특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의 첫사랑으로 등장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가련한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었죠. 당시 려원의  스타일은 거의 신드롬 급으로 유행했었는데요. 헤어스타일은 물론 패션까지 큰 화제가 되었죠.

<두 얼굴의 여친>

첫 주연 영화는 봉태규와 함께한 <두 얼굴의 여친>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다중인격 캐릭터에 도전했습니다. 툭하면 욕설을 내뱉다가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를 펼쳤습니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는 출세를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는 검사 연기로 호평받고 있습니다. 영화 차기작으로는 <게이트>가 대기 중입니다.

두 얼굴의 여친

감독 이석훈

출연 봉태규, 정려원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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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 /

그는 원래 배우를 꿈꿨지만, 아이돌 그룹으로 먼저 데뷔했습니다. 아이돌 출신이지만 신인 배우의 자세로 영화의 단역, 단막 드라마부터 시작했는데요.

<배우는 배우다>

무명 시절 오랜 팬이었던 김기덕 감독에게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낼 정도로 배우로서 열의가 넘쳤던 그! 이에 김기덕이 각본을 쓰고 신연식 감독이 제작한 <배우는 배우다>에 캐스팅되었습니다.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로서 드물게 베드신에 도전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밑바닥부터 최정상의 자리까지 경험한 배우 캐릭터로 성공과 좌절,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습니다.

<갑동이>

드라마 <갑동이>에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등장해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방한 범죄를 저지르는 카피캣으로 등장했습니다. 날카롭고 어딘지 그늘진 얼굴로 이렇게 씩 웃을 때, 에디터도 소름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10월 24일 현역으로 군입대했습니다. 차기작은 좀 더 기다려봐야겠네요.

배우는 배우다

감독 신연식

출연 이준, 서영희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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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호 /

가수의 꿈이 더 강해 가수로 데뷔했지만 원래부터 연기도 하고 싶었다던 그. 연극을 하고 싶어서 연극부로 유명한 세원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정도로 연기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연기자로서 그의 필모를 돌아보면 화려한 아이돌로 돋보이는 것보다 극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감시자들>

첫 스크린 도전은 <감시자들>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민첩한 몸놀림을 가진 능청스러운 성격의 '다람쥐' 역을 맡아 재기발랄한 연기를 소화했는데요. 함께 출연한 정우성, 설경구 등도 각종 인터뷰에서 그가 보여준 배우로서의 성실한 모습과 캐릭터 소화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과장>

대부분의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TV 드라마 연기로 시작하는 것에 반해 그는 영화판에서 기반을 다지고 TV 드라마로 넘어왔는데요. 그의 첫 드라마 데뷔작은 2016 년작 <기억>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최근작 <김과장>에서는 생애 첫 악역 도전으로 호평받았습니다. 그는 여기서 안하무인 갑질 상사 연기를 리얼하게 펼쳤습니다. 늘 착한 청년 이미지가 강했던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었죠.

감시자들

감독 조의석, 김병서

출연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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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끝내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지금부터는 성공적인 연기 데뷔 이후 본격 연기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스타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 혜리 / 

<응답하라 1988> 이전에도 몇 번의 드라마 출연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존재감 없는 역할이거나 흥행하지 못해 화제가 되지 않았죠. 그러다가 <응답하라 1988>에서 딱 맞는 캐릭터 덕선을 만나게 됩니다. 털털하고 사랑스러운 역할로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무척 좋았죠. 그러나 이후에도 비슷한 캐릭터를 맡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습니다. 2018년 개봉 예정인 <물괴>에서는 첫 사극, 첫 스크린 도전을 한다니 연기 변신을 기대해봐도 되겠죠?

/ 류화영 / 

<청춘시대>

류화영은 <오늘의 연애>, <구여친클럽> 등에서 조연부터 시작했는데요. 2015년 첫 주연 시트콤 <옥이네>에서 시트콤 연기를 보여주었고, 이듬해 <청춘시대>에서 대중의 눈에 띄게 됩니다. 여기서 류화영은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로 거침없이 할 말 다하는 사이다 캐릭터로 사랑받았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비극적인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소화했죠. 최근에는 드라마 <매드독>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아직 영화보다는 드라마 쪽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중입니다. 

/ 나나 /

<굿와이프>

나나는 2014년 영화 <패션왕>에 카메오 출연 이후, 중국에서 영화 한 편과 드라마 한 편을 찍습니다. 본격적인 연기 데뷔는 중국이었던 셈이죠. 국내에서의 본격적인 연기 도전작이 바로 드라마 <굿와이프>입니다. 유능하고 스타일리시한 로펌 조사원으로 등장합니다. 전도연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훈훈한 걸크러시 투 샷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죠. 무대에서의 모습보다 오히려 연기하는 모습이 더 매력적이고 잘 어울린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11월 22일 개봉하는 <꾼>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지금까지 연기 데뷔 초기부터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만나보았는데요. 여기에 없는 스타들의 인상적인 데뷔작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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