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체 선정, 최고의 엔딩을 보여준 영화들

*경고!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피엔딩이 좋은가, 새드엔딩이 좋은가. 이건 마치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 묻는 것과 같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좋은 영화의 엔딩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콜라이더’라는 해외 매체에서 영화사에서 기억할 만한 최고의 엔딩 영화 리스트를 소개했다. 그 가운데 우리 모두 알 만한 영화 10편만 골라 소개한다. ‘콜라이더’가 선정한 전체 영화 리스트는 글의 말미에 덧붙인다. 따로 소개하지 않지만 좋은 영화들이 많다. 참고로 순위가 있는 리스트는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엔딩 신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어쩔 수 없다.

싸이코 (1960)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천재다. <싸이코>의 반전을 예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싸이코>의 반전은 영화의 교과서에 실어 마땅하다. 그 유명한 샤워 신을 대부분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도 예능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무서운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날카로운 소음의 음악과 함께 칼을 든 노파가 등장한다. 관객들은 모두 샤워를 하던 여인, 마리온 크레인(자넷 리)을 죽은 범인을 모텔 주인의 미치광이 엄마라고 생각했지만 엔딩에서 진짜 범인이 밝혀진다. <싸이코>는 꽤 오래 전 영화라 어린 영화팬들이라면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싸이코>는 영화 역사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다.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루한 흑백 영화 아니냐고? 지금 나오는 웬만한 스릴러 영화보다 훨씬 재밌다.

The Shower - Psycho (5/12) Movie CLIP (1960) HD

싸이코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안소니 퍼킨스, 베라 마일즈, 존 게빈

개봉 1960 미국

이터널 선샤인 (2004)
간혹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럴까. 추측하건대 이유는 없다. 그냥 그 사람이 좋은 거다. <이터널 선샤인>의 엔딩을 보고 나면 ‘그냥 좋다’라는 말이 납득이 갈 수도 있겠다. <이터널 선샤인>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다소 복잡한 플롯을 갖고 있지만 단순화하면 이렇다. 조엘(짐 캐리)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클레멘타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조엘은 과거처럼 클레멘타인에게 끌린다. 엔딩 장면에서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조엘. 클라멘타인은 말한다. 우리는 또 다투게 될 거라고. 조엘은 답한다. “OK.”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하고 헤어질 거다.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개봉 2004 미국

인셉션 (2010)
열린 결말. <인셉션>의 결말은 명확하지 않다. 여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존재한다. 다른 사람의 꿈 속에 들어가 그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는 설정의 <인셉션>은 <이터널 선샤인>보다 더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꿈의 단계도 여러 가지다. 지금 관객이 보고 있는 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영화 속 캐릭터들도 헷갈린다. 그걸 구분하기 위한 도구로 토템이 존재한다. <인셉션>의 주인공 코브(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난다. 그 기쁨의 순간 코브는 자신의 토템인 팽이를 돌린다. 팽이가 멈추지 않으면 그건 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팽이를 클로즈업한다. 팽이는 계속 돌고 있다. 곧 멈출 것 같은 찰나. 영화가 끝이 난다. 팽이는 멈췄을까.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셉 고든 레빗, 마리옹 꼬띠아르, 엘렌 페이지, 톰 하디

개봉 2010 미국, 영국

세븐 (1995)
<세븐>의 엔딩 시퀀스. 세 명의 캐릭터가 보인다. 신참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와 은퇴를 앞둔 고참 형사 서머셋(모건 프리먼) 그리고 두 사람이 쫓던 연쇄살인범 존 도(케빈 스페이시). 모든 것은 존 도의 계획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성서의 일곱 가지 죄악에 따라 벌어지는 살인의 마지막은 밀스가 완성시켰다. 밀스는 존 도가 아내와 아내의 뱃속에 있던 아기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총구를 겨누는 밀스. 결국 그는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꽉 짜여진 플롯의 완성이다. 여기에 데이빗 핀처 감독은 완벽한 구도의 화면까지 선보인다. 로우 앵글로 총을 쏘는 밀스, 등을 진 서머셋, 그들의 뒤에 있는 송전탑. <세븐>은 스토리도 훌륭하지만 촬영과 미술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영화다.

세븐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개봉 1995 미국

소셜 네트워크 (2010)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한 편 더 소개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과거에는 하버드 대학생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재에서는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내용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영화의 엔딩, 변호사에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I'm not the bad guy)라고 말하는 주커버그. 홀로 남은 회의실에서 주커버그는 대학 시절의 옛 연인 에리카(루니 마라)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친구신청을 한다. 주커버그가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누르는 사이, 비틀스의 노래 ‘Baby, You're a rich man’이 흐르기 시작한다. 세계적인 갑부가 됐지만 주커버그는 쓸쓸해 보이기만 한다. 데이빗 핀처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에리카와 관련된 장면으로 완성했다. 데이빗 핀처다운 구성이다.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미 해머

개봉 2010 미국

비포 선셋 (2004)
<비포 선셋>은 <비포 선라이즈>의 속편이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비엔나에서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렇게 9년의 시간이 흘렀다. 제시는 <비포 선라이즈>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작가가 됐다. 파리에서 열린 제시의 출간 행사에 셀린느가 참석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재회했다. 30대가 된 두 사람은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9년 전 그랬듯이 쉴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바라본다. 셀린느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 셀린느는 제시와의 추억을 담은 노래 ‘Waltz for a night’를 들려준다. 제시는 곧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노래를 들은 제시는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은 9년 전 그때로 돌아갔다. 셀린느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다. “그러다가 비행기 놓치겠어(Baby, you’re gonna miss that plane).” 이 대사와 함께 영화 끝난다. 제시는 비행기를 탔을까. 그 대답은 <비포 선셋>의 다음 영화 <비포 미드나잇>에서 확인해보시길.

비포 선셋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개봉 2004 미국

라라랜드 (2016)
<라라랜드>의 결말. 많은 이들이 이 결말을 기억하고 있을 거다. 배우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헤어졌다. 유명한 배우가 된 미아는 남편과 우연히 세바스찬이 운영하는 재즈바에 가게 된다.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 영화는 과거로 돌아간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스쳐 지나갔던 영화의 초반 장면이다. 여기서 반전.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키스한다. 영화는 두 사람이 계속 연인이었다면 어땠을지 보여준다. 세바스찬의 연주가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 멀리서 마주보고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이 결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거의 장면을 비틀어서 보여주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연출은 인정해야 한다.

라라랜드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개봉 2016 미국

식스 센스 (1999)
이 영화를 빼놓고 반전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아, 이보다 더 유명한 영화가 있긴 하다. 뒤에 등장할 예정이다. <식스센스>의 반전은 지금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믿는다.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소년(할리 조엘 오스멘트)과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사실 말콤이 귀신이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말콤은 충격을 받는다. 관객도 충격을 받는다. 처음부터 말콤은 귀신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 말콤은 아내와 이별한다. 잠든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아내 역시 그에게 이별의 인사를 전한다.

식스 센스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브루스 윌리스

개봉 1999 미국

위플래쉬 (2014)
<라라랜드> 이전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 <위플래쉬> 역시 압도적인 엔딩을 보여줬다. 지독한 교육방식의 플렛처(J. K. 시몬스)가 지휘하는 공연에서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멋대로 드럼 솔로 연주를 시작한다. 앤드류의 쏟아지는 땀, 화면을 꽉 채울 정도로 클로즈업된 드럼, 스피커에서 쉴 새 없이 울려퍼지는 드럼 소리. 약 5분 간 이어지는 앤드류의 연주는 관객들이 숨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이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말 숨이 콱콱 막혀올 정도였다. <위플래쉬>는 극장에서 재개봉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극장의 큰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 전율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위플래쉬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

개봉 2014 미국

유주얼 서스펙트 (1995)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반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역시 콜라이더가 선정한 베스트 엔딩 영화다. 이 영화 빼고 엔딩을 얘기하면 섭섭할 것 같긴 하다. 절름발이 로저 ‘버벌’ 킨트/카이저 소제를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는 <유주얼 서스펙트>로 단숨에 스타 배우가 됐다. 지금은 성추문으로 나락에 떨어지긴 했지만 그의 연기력은 탁월했다. 특히 엔딩 신에서 절름발이 버벌이 멀쩡하게 걷기 시작하며 카이저 소제로 변신하는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아마도 지구상의 수십 억명이 이 영화의 반전을 알고 있겠지만 알고 봐도 <유주얼 서스펙트>는 재밌는 영화다.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 찾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