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지금은 ‘웹툰 원작’ 영화가 인기라지만 한때 ‘인터넷 소설 원작’ 영화가 충무로를 주름잡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PC통신 나우누리 게시판에 연재되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와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가 연달아 흥행하며, 자연스레 인터넷 소설은 스크린계 최대 화두로 올라섰죠. 2000년대 초반 10대들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한 ‘귀여니’의 작품들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되었습니다.

‘평범한 여성 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인터넷 소설의 기본 구조.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에서 늘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건 판타지에 가까운 남자 주인공 캐스팅이었습니다. 늘 놀라운 싱크로율로 관객들 깜짝 놀라게 만들던 비주얼 능력자들! 오늘은 한때 인터넷 소설 남자 주인공, ‘인소남’을 연기했던 배우들의 과거와 현재를 한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강동원

<늑대의 유혹>
2004
정태성 역

하나같이 츤데레였던 다른 인소남들과 정반대 성향을 지녔던 태성은 유독 많은 팬을 거느린 캐릭터였습니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낭만적인 꽃미남! 당시 눈에 띄는 신인이었던 강동원이 태성 역으로 캐스팅되었죠. 흠. 이 신내린 캐스팅이 <늑대의 유혹> 흥행 절반을 책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한경(이청아)과의 첫 만남에서 그녀의 우산으로 쏙 들어오던 태성의 모습은 지금도 수많은 패러디를 생산하는 명장면! 강동원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객석에서 소녀들의 탄성이 쏟아졌다는 후문이 있죠.(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습니다만...) 강동원은 <늑대의 유혹>으로 온갖 신인상을 휩쓸며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늑대의 유혹

감독 김태균

출연 조한선, 강동원, 이청아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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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
<가려진 시간>
<골든 슬럼버>

작품마다 늘 새로운 캐릭터로 찾아오는 건 배우 강동원만의 가장 큰 매력이죠. <늑대의 유혹> 이후 현재까지 전형적인 멜로/로맨스 장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단 점이 새삼 놀랍습니다. 꽃미남 로맨스 전문 배우가 될 거란 예상을 깬 그! 이후 사형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작가(<M>), 도사 전우치(<전우치>), 초능력자(<초능력자>) 등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을 소화해왔죠.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감정이입 최고조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극중 몰입을 방해했을 정도! 사제복 비주얼 뽐냈던 <검은 사제들>에선 라틴어 기도문을 외우는 능력을 선보였고, <가려진 시간>에선 몸만 훌쩍 큰 소년을 연기하며 독보적 몽환미를 선보였습니다. 요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1987>에선 이한열 열사로 특별 출연하며 존재감 갑의 모습을 선보이기도. 올해 개봉을 앞둔 <골든 슬럼버>와 <인랑> 또한 충무로의 핫한 기대작입니다. 할리우드의 쓰나미 재난 영화 <쓰나미 LA>에도 캐스팅되었다니, 우리는 열심히 극장에 갈 일만 남았네요!

1987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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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럼버

감독 노동석

출연 강동원, 한효주, 김의성, 김성균, 김대명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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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선

<늑대의 유혹>
2004
반해원 역

어리바리 한경(이청아)을 단번에 ‘찜’해버린 학교 짱 해원. 저돌적이고 직선적으로 한경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해원은 인근 학교 여학생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니는 인기남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논스톱 3>에서 훈훈한 순정남을 연기해 큰 인기를 모았던 조한선이 해원 역에 캐스팅되었죠. <늑대의 유혹>으로 스크린 데뷔를 치른 조한선. 그 역시 강동원과 함께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열혈남아>
<마이 뉴 파트너>
<마차 타고 고래고래>
<돌아와요 부산항애(愛)>

조한선 역시 달달한 로맨스 남자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보단 본인의 개성이 담긴 캐릭터를 꾸준히 쌓아갔습니다. 차기작이었던 <연리지>에선 보다 짙은 감성 멜로를 선보였고, 같은 해 <열혈남아>에선 복잡한 속내를 지닌 조직폭력배를 연기하며 정반대의 매력을 발산했죠. <마이 뉴 파트너>에선 대배우 안성기와 함께 부자 관계로 호흡을 맞추기도! 최근에도 꾸준히 스크린을 찾아오고 있는 그! 작년엔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마차 타고 고래고래>로 스크린을 찾았고요, 1월 17일 개봉하는 <돌아와요 부산항애(愛)>에선 경찰 캐릭터 태주로 관객들을 찾을 예정입니다.

돌아와요 부산항애(愛)

감독 박희준

출연 성훈, 조한선, 윤소이, 공정환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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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

<그 놈은 멋있었다>
2004
지은성 역

드라마 <가을 동화>, <여름 향기>에서 활약하며 아련 멜로 연기 강자로 떠올랐던 송승헌. <그 놈은 멋있었다>는 그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볼 수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송승헌이 연기한 지은성은 싸움도 잘하고 부자인 데다 까칠한 성격에 공부까지 잘하는, 인터넷 소설 남자 주인공의 모든 요소를 지닌 캐릭터였습니다. 故 정다빈이 여주인공 한예원을 연기하며 그와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그 놈은 멋있었다

감독 이환경

출연 송승헌, 정다빈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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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
<제3의 사랑>
<사임당 빛의 일기>
<대장 김창수>

귀여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그 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같은 날 개봉했습니다. 아쉽게도 <그 놈은 멋있었다>는 <늑대의 유혹>의 흥행 기세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죠. 이후 송승헌은 주로 묵직한 작품에서 활약해왔습니다. 군 전역 후 출연한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통해 곧바로 MBC 연기 대상을 수상한 능력자! 최근엔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출연했고, <대장 김창수>에선 지독한 악역 강형식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차기작은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출연하는 전쟁 드라마 <대폭격>(가제)입니다.

대장 김창수

감독 이원태

출연 조진웅, 송승헌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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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내 사랑 싸가지>
2004
안형준 역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란 명대사를 남긴 드라마 <로망스>. ‘살인 미소’란 별명을 얻으며 단번에 눈도장 찍은 김재원은 <내 사랑 싸가지>의 남자 주인공 안형준 역에 캐스팅됩니다. 형준은 본인의 외제차에 흠집을 낸 여고생 하영(하지원)에게 현대판 노비 문서를 내미는 인물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하영을 부려먹는 형준은 말 그대로 안하무인 ‘싸가지’ 부자인 캐릭터였습니다. <로망스>로 맑은 미소년 이미지를 쌓았던 김재원의 색다른 변신이 돋보이는 캐릭터였죠.

내 사랑 싸가지

감독 신재호

출연 하지원, 김재원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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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들리니>
<화정>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내 사랑 싸가지>는 김재원 필모의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가 되었습니다.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이후, 김재원은 곧바로 브라운관으로 돌아가 <원더풀 라이프>, <위대한 유산> 등에서 익살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군 전역 이후 황정음과 호흡을 맞춘 <내 마음이 들리니>에선 청각 장애를 지닌 차동주 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요, 이후 <메이퀸>, <화정>,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등 가지각색 장르 드라마 속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를 보이며 승승장구 열일 중! 언제 한번 큰 스크린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내 마음이 들리니

연출 김상호

출연 황정음, 김재원, 남궁민, 김새론, 김여진, 이혜영, 고준희

방송 2011,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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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제니, 주노>
2005
주노 역

인터넷 소설과 함께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 바로 ‘얼짱’이었죠. 김혜성은 데뷔 이전부터 팬카페가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자랑했던 얼짱 출신 배우입니다. 그의 데뷔작은 영화 <제니, 주노>. 이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되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입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15세 동갑내기 커플이 어른들의 눈을 피해 아이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김혜성은 아빠가 된 소년, 주노를 연기합니다.

제니, 주노

감독 김호준

출연 박민지, 김혜성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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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
<글러브>
<매드독>

흥행 성적은 썩 좋지 않았으나 파격적인 소재로 주목을 받은 <제니, 주노>. 인터넷 소설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미모를 자랑하던 김혜성은 이후 <폭력써클>, <소년, 소년을 만나다>, <포화 속으로>, <글러브> 등에 출연하며 소년 연기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그의 인생작으로 손꼽히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죠. 동생 윤호(정일우)에게 눌려 살고, 그 설움을 친구 범(김범)과 함께 풀며, 카리스마 표정 하나로 가족을 평정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모범생 민호! 김혜성이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최근엔 드라마 <매드독>에서 사설 보험범죄 조사팀의 은둔형 천재 온누리로 열연했던 그. 차기작은 어떤 작품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거침없이 하이킥

연출 김병욱, 김창동, 김영기

출연 신지, 김혜성, 박해미, 이순재, 나문희, 정준하, 최민용, 서민정, 박민영, 염승현

방송 2006,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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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

<도레미파솔라시도>
2008
신은규 역

아역 시절부터 눈에 띄는 떡잎으로 주목받았던 장근석. <논스톱 4>, <프라하의 연인>, <황진이>, <즐거운 인생> 등 연달아 히트작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던 그 또한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며 인소남 계열에 합류했습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늑대의 유혹>, <그 놈은 멋있었다>에 이어 세 번째로 스크린화된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 장근석은 음악적 능력이 탁월한 소년 은규를 연기했습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감독 강건향

출연 장근석, 차예련, 정의철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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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미남이시네요>
<너는 펫>
<대박>

<도레미파솔라시도>는 귀여니 소설 원작 영화 중 가장 낮은 관객 수를 기록했습니다. 곧이어 개봉한 그의 주연작 <아기와 나> 또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죠. 같은 해인 2008년, 그의 필모에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 나타납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였죠. 숨겨진 음악 천재 강건우로 분한 그! 미소년 이미지를 와장창 부순 건 물론, 드라마의 한 축을 세우는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며 20대 남성 배우계 정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이태원 살인사건>에서도 용의자와 목격자 사이에 선 피어슨을 연기하며 남다른 연기력을 선보였죠.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로 아시아 전역에 ‘근짱’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순정만화 비주얼로 <메리는 외박중>, <너는 펫>, <예쁜 남자> 등에서 호연을 펼쳤던 그! 최근엔 사극 <대박>에서 파란만장 굴곡진 인생을 사는 백대길을 연기했습니다. 화려한 검술 신은 물론, 살아있는 뱀을 뜯어먹는 장면까지 소화! 새삼 폭넓은 그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죠. 차기작은 안성기, 류승범, 이성재와 함께 출연한 영화 <인간의 시간>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

감독 이재규

출연 김명민, 이지아, 장근석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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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감독 홍기선

출연 정진영, 장근석, 신승환, 오광록, 고창석

개봉 200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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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더 떠올랐습니다. 엄청난 비주얼로 인소남을 소화해냈던 이들, 1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여전히 빛나는 방부제 미모를 지니고 있네요... 에디터에게도 방부제 비결 좀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흠. 오늘의 추억 여행은 여기까지! 리스트에 없어 아쉬운 배우가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