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오달수 콤비의 코미디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3편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2월 8일 개봉했다. 개별 작품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2010년대 들어 시리즈 영화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한국영화계에 유일한 '현재진행형' 시리즈물로 자리 잡게 된 데 대한 반응도 쏠쏠하다. 때맞춰 한국에서 제작된 시리즈영화가 뭐뭐 있는지 정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리즈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479만
사라진 놉의 딸(2014): 387만
흡혈괴마의 비밀(2018): ???만

흡혈괴마의 비밀

'조선명탐정'은 어느덧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시리즈영화로 자리 잡았다. 동일한 캐릭터/배우, 감독 시스템을 유지한 채 일정 이상의 만듦새와 흥행까지 이어간 경우는 '조선명탐정'이 유일하다. KBS에서 <달려라 울엄마>(2003), <올드 미스 다이어리>(2004) 등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조합된 시트콤을 연출한 바 있는 김석윤 감독은 영화 데뷔작 <올드 미스 다이어리 극장판>(2006)에 이어 내놓은, 설날 연휴를 겨냥한 코미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성공시켰다. 3년 만에 발표한 속편 <사라진 놉의 딸>은 전작보다 평이 나빴지만 387만 관객을 기록하며 시리즈의 명맥을 유지했다. <송곳>(2015)과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 두 드라마를 거친 후 만든 3편 <흡혈괴마의 비밀> 역시 엄연한 시리즈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게 중평. 우당당탕 허당 콤비 김민과 서필의 또렷한 매력, 코미디와 추리극의 적절한 배합, 매번 다른 배우가 맡는 여성 캐릭터의 존재 등은 이젠 '조선명탐정'의 전매특허가 됐다. 설날 시즌이 되면 콧수염 휘날리는 김명민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각시투구꽃의 비밀
사라진 놉의 딸
한지민 / 이연희 / 김지원

타짜

타짜(2006): 568만
신의 손(2014): 401만

타짜

영화 <타짜>는 개봉 전부터 기대가 상당했다. 만화가 허영만의 스테디셀러를,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매끈한 범죄영화를 만드는 재능을 뽐낸 최동훈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니. 좀체 실패가 그려지지 않는 프로젝트였다. 기대는 적중했다. 주인공 고니 역의 조승우를 비롯해 희대의 악역으로 손꼽히는 김윤석의 아귀, 절대적인 팜므파탈의 아우라를 증명한 김혜수의 정마담 등 원작의 그것보다 선명한 캐릭터들이 끌어가는 화투의 세계는 568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타짜>의 성공으로 인해 속편 제작에 대한 소식은 꾸준했지만, 두 번째 편 <타짜-신의 손>은 8년이 지나서야 개봉했다. <과속스캔들>(2008)과 <써니>(2011)의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탑과 신세경을 내세운 <신의 손> 역시 400만을 넘겨 시리즈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돌연변이>(2015)의 감독 권오광의 연출로 제작이 확정된 <타짜 3>는 류준열과 박정민 등이 주인공 도일출 역 캐스팅 물망에 올라 있다.

타짜-신의 손

투캅스

투캅스(1993): 87만 (서울)
투캅스 2(1996): 64만 (서울)
투캅스 3(1998): 12만 (서울)

투캅스

잠시 시간을 90년대로 돌려보자. 다양한 톤의 청춘영화를 연출하던 강우석 감독은 8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트렌드였던 '2인조 형사 장르물'을 한국식으로 풀어낸 <투캅스>로 당대를 주름잡는 흥행 감독으로 발돋움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선후배 형사가 투닥투닥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코미디에 박중훈, 안성기라는 대배우의 호연까지 더해져 당시 역대 한국영화 관객 동원 2위(1위는 <서편제>)를 기록했다. 1992년 <미스터 맘마>부터 연출과 제작을 겸하던 강우석은, 박중훈과 최진실을 캐스팅한 코미디 <마누라 죽이기>에 이어, <투캅스 2>까지 제작했다. 결과는? 역시 성공. 안성기의 자리에 박중훈을, 박중훈의 자리에 액션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김보성을 기용해 시리즈 영화의 시스템을 갖춰 마찬가지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연이은 성공으로 강우석은 1990년대 한국영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다만 '투캅스' 시리즈는 오래가지 못했다. 강우석의 조감독 출신인 김상진이 연출한 <투캅스 3>는 후배 형사에 공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 여성 배우 권민중을 기용하는 나름의 변화를 꾀했지만, 재미도 없거니와 여성 캐릭터를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시켰다는 비판까지 받으며 실패로 남았다. 그리하여 강우석이 다시 만든 형사물이 바로...

투캅스 2
투캅스 3

공공의 적
    
공공의 적(2002): 116만 (서울, 전국 303만)
공공의 적 2(2005): 391만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 431만

공공의 적

강철중. 시리즈뿐만 아니라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강우석 감독은 기존 '투캅스'의 2인조 형사가 이끌어가는 방향을 틀어, 제멋대로 살지언정 불의에는 눈 감지 못하는 강철중과 그에 대적하는 절대 악의 안티히어로의 대결 구도로 <공공의 적>을 만들었다. <박하사탕>으로 괴물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 신인 설경구는 박중훈의 자리를 유감없이 채워, 존속살해 같은 잔혹한 설정의 코미디를 설득하는 얼굴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강철중이 상대하는 조규환 역의 이성재 역시 젠틀하거나 얼뜨기 같았던 이미지를 완전히 덜어낸 싸이코패스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했다. <공공의 적>은 강우석의 최고작이라 회자될 만큼 작품성 역시 크게 인정받았다. 강철중을 멀끔한 검사로 탈바꿈한 속편 <공공의 적 2>는 전작보다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흥행 성적은 더 우세했다. 그리고 다시 3년 뒤, 제작자/감독 관계로 오랫동안 연을 맺었던 장진 감독이 쓴 시나리오로 3편 <강철중: 공공의 적 1-1>을 만들었다. 강철중이 다시 푸석푸석한 형사로 돌아왔기 때문일까, 시리즈 최고 성적에 해당하는 431만 관객을 만났다. 연이어 상승 곡선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시리즈는 10년째 멈춰 있는 상태다.

공공의 적 2
강철중: 공공의 적 1-1

'조폭'의 시대

조폭 마누라

조폭 마누라(2001): 530만
돌아온 전설(2003): 186만
조폭 마누라 3(2006): 170만

조폭 마누라 / 조폭 마누라 3

2001년 추석 극장가. 많은 이들이 <무사>, <러시 아워 2>, <봄날은 간다> 같은 기대작들의 경쟁 구도를 내다봤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얼핏 봐도 '웰메이드'처럼은 안 보이던 <조폭 마누라>였다. 제목부터 단도직입적인 <조폭 마누라>의 기적 같은 성공으로, 2000년대 초반은 한국영화 히트작의 주인공 태반이 조폭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의 풍토가 형성됐다. 폭력이 난무하는 코미디 영화의 범람은 일각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이는 자가증식으로 이어졌다. 멀티플렉스 시스템의 시작과 맞물린 <조폭 마누라>의 성공은 5년 사이 두 속편을 낳았지만 완성도와 장사 측면에서 모두 내리막을 걸었다. 신은경 대신 홍콩 배우 서기를 기용한 <조폭 마누라 3>는 본래의 설정을 모조리 뒤엎은, 유명무실한 3편이었다.


두사부일체

두사부일체(2001): 330만
투사부일체(2006): 610만
상사부일체(2007): 95만

두사부일체 / 상사부일체

2001년 가을의 강자가 <조폭 마누라>였다면, 겨울은 <두사부일체>가 그 자리를 꿰찼다. 조직의 중간보스격인 주인공 계두식(정준호)이 권력을 이어 받기 위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와 사학재단 비리에 대한 비판의 조합은 그럭저럭 신선한 시도처럼 보였다. 두식이 사범대에 진학해 교생 실습을 나온 후의 사건을 그린 속편 <투사부일체>는 전편의 2배에 준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바로 이듬해 시리즈의 설정을 모두 버린 <상사부일체>도 개봉했지만 대중은 등을 돌렸다.


가문의 영광

가문의 영광(2002): 505만
가문의 위기(2005): 563만
가문의 부활(2006): 346만
가문의 수난(2011): 237만
가문의 귀환(2012): 116만

조폭 집안이 엘리트 사위를 얻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김정은을 위시한 로맨틱코미디와 결합돼 조폭영화의 폭력적인 기운을 얼마간 중화시켰다. 2편 <가문의 위기>는 이름만 빌려왔을 뿐 스토리, 캐릭터, 배우 등 모든 설정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아 시리즈의 당위를 획득했다. 김수미, 신현준, 탁재훈이 '가문' 시리즈의 얼굴이 된 셈. 다만 이후 제작을 거듭할수록 시리즈를 향한 비판은 늘었고 관객은 줄어만 갔다. 5편 <가문의 귀환>은 1편의 배우 정준호, 유동근을 10년 만에 불러와 '시리즈의 귀환'을 노렸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달마야 놀자

달마야 놀자(2001): 376만
달마야, 서울 가자(2004): 127만

<달마야 놀자>는 '조폭 코미디' 유행 속에 제작된 영화들 가운데 꽤나 다른 결을 자랑했다. 조폭들이 은신을 위해 절에 잠입한다는 이야기는 조폭 영화 특유의 폭력보다는 깡패와 스님이라는 상극의 인물들이 부딪히며 피어나는 소소한 웃음과 감동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3년 후 조폭 역의 배우들이 교체된 채 속편 <달마야, 서울가자>가 제작되긴 했지만, 이렇다 할 화제를 모으진 못했다.


무늬만 시리즈일 뿐

여고괴담

여고괴담(1998): 68만(서울, 전국 약 150만)
메멘토 모리(1999): 15만(서울)
여우계단(2003): 178만
목소리(2005): 51만
동반자살(2009): 65만

여고괴담

'여고괴담' 역시 한국의 시리즈영화로 자주 언급되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같은 이름의 기획으로 제작됐을 뿐 시리즈로서의 유기성은 전혀 없다. 다만 '여고괴담'이라는 기획이 남긴 가치는 선명하다. 이 시리즈가 한국 공포영화 양산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고 있고, 한때 시리즈가 신인 여성배우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는 점. 영화마다 배우, 감독, 이야기, 톤 등이 전혀 달랐던 것처럼 흥행 역시 제각각이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한 시리즈라는 테두리 안에서 감독들이 매번 변화를 시도해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나가려 한 의지가 나름 엿보이기도 한다.

메멘토 모리
여우계단
목소리
동반자살

동갑내기 과외하기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494만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2(2007): 56만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김하늘, 권상우 두 배우의 매력이 절대적이었다. 때마다 허둥대지만 그게 너무 귀여운 김하늘과 무심하고 막돼먹은 한편 의외의 정감도 있는 결정적으로 몸이 좋은 권상우의 케미는 한국 로맨틱코미디 가운데 으뜸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4년 후에 제작된 속편엔 그들이 없었고, 결과물은 곤두박질쳤다.


엽기적인 그녀

엽기적인 그녀(2001): 488만
엽기적인 그녀 2(2016): 77만

<엽기적인 그녀> 속 스무 살의 전지현이 내뿜는 에너지는 대체 불가능이다. 그런데 무려 15년이 지나, 전지현의 자리에 중국 배우 빅토리아를 데려다 놓고, '그녀'가 비구니가 되어 사라졌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속편이라니. 안일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기획이었다.


국가대표

국가대표(2009): 849만
국가대표 2(2016): 71만

초기작 <오! 브라더스>(2003)와 <미녀는 괴로워>(2006)를 연달아 성공시킨 김용화 감독은 세 번째 영화 <국가대표>로 무려 849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저력을 발휘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인물들이 경험하는 갈등, 그게 해소되는 감동, 스포츠영화의 미덕인 박진감까지 제대로 살려 '한국 대중영화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국가대표 2>는 겨울 스포츠라는 점 외에는 닿는 게 전혀 없다는 점을 떠나 개별 영화로서의 만듦새부터 아쉬웠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더>, <곡성> 등에서 카메라를 맡았던 홍경표 촬영감독이 담아낸 후반부의 경기 시퀀스들도 단점을 메우긴 역부족이었다.  


to be continued
신과 함께

올해엔 예년보다 훨씬 많은 속편들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먼저, 애초 2부작으로 제작을 진행했던 '신과 함께'가 마동석이 합류하는 두 번째 편 <인과 연>으로 전편을 능가하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캐릭터 자체가 밋밋했던 차태현의 자리에 지금 한국영화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인 마동석이 온다는 것과 원작 만화에서 '이승편'에 대한 반응이 더 좋았던 걸 떠올려보면 전망은 상당히 밝은 편이다.

탐정: 더 비기닝

2015년 추석 시즌에 개봉해 260만 명을 만나며 선전한 <탐정: 더 비기닝> 역시 부제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광수, 김동욱 등의 배우진을 보강해 작년 6월에 속편 제작을 시작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2016)의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편 '탐정' 시리즈의 권상우는 정우성 주연의 <신의 한 수>(2014)의 프리퀄 <신의 한 수: 귀수>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올해 상반기 중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우치 / 베를린

<아바타>와 함께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최동훈 감독의 판타지 <전우치>(2009)는 작년 7월 속편을 위한 트리트먼트 공모전을 열어 제작 소식을 알렸다. 화려한 캐스팅과 액션으로 716만 명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3) 속편은 표종성(하정우)이 아내의 복수를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으로 가는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열>의 시나리오를 썼던 황성구 작가가 각본을 맡는다고 한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