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가 <흥부전>을 쓴다? 영화 <흥부>의 전략은 고전의 재해석이다. <흥부전>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로 믿는다. 착한 흥부는 복을 받고 나쁜 놀부는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다. 구전 설화인 <흥부전>은 수십 가지의 판본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재해석의 여지도 많아 보인다. <흥부>처럼 고전을 재해석한 영화는 더 있다. 어떤 영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 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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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근현
출연 정우, 김주혁, 정진영
개봉 2017 대한민국
장화, 홍련
감독 김지운 출연 임수정, 염정아, 김갑수, 문근영 개봉 2003년

- 장화, 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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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
출연 임수정, 염정아, 김갑수, 문근영
개봉 2003 대한민국
초간단 원작 줄거리 장화와 홍련은 계모에게 구박을 받다가 억울하게 죽는다. 자매의 영혼은 고을의 관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새로 태어나 행복하게 산다.
영화의 재해석 김지운 감독은 원작에서 계모와 자매라는 모티브 정도만 빌려왔다. 시대도 현대로 바꾸었다. 원귀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원작과 같은 이야기 구조가 아니다. <장화, 홍련>은 뛰어난 미장센, 영화음악 등으로 유명한 영화다. 한국 공포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다.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은 국내에서 <안나와 알렉스: 두 자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전우치
감독 최동훈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개봉 2009년

- 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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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동훈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개봉 2009 대한민국
초간단 원작 줄거리 전우치는 도술을 이용해 선관(仙官)으로 변신한 뒤 임금에게 옥황상제의 명이라며 황금 들보를 바치라고 한다. 임금이 황금 들보를 바치자 전우치는 그것을 팔아 백성을 구제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임금은 전우치를 잡으라 명한다. 우여곡절 끝에 전우치는 서화담에게 굴복하고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는다.
영화의 재해석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는 전우치(강동원)의 도술을 내세운 영화다. 전우치는 그림 속을 들락날락하는 등 다양한 도술을 영화에서 선보인다. 도술 덕분에 영화는 자연스레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다. <홍길동전>이 연상되는, 백성을 위한다는 내용은 영화에서 보기 힘들다. 나쁜 양반, 관리, 임금 대신 영화에선 요괴가 등장한다. 영화 <전우치>는 요괴를 잡기 위한 과정을 그린다. 꽉 짜여진 스토리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전우치>는 꽤 유쾌한 영화다. 특히 사람이 된 개 초랭이를 연기한 유해진과 도사 3인방(송영창, 주진모, 김상호)의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방자전
감독 김대우 출연 김주혁, 류승범, 조여정 개봉 2010년

- 방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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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대우
출연 김주혁, 류승범, 조여정
개봉 2010 대한민국
초간단 원작 줄거리 춘향과 몽룡은 사랑에 빠진다. 몽룡이 서울에 가게 되고 새로 부임한 사또 변학도는 춘향에게 수청을 들게 한다. 춘향은 거부한다. 이때 장원급제한 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돌아온다. 절개를 지킨 춘향과 몽룡은 행복하게 산다.
영화의 재해석 <방자전> 재해석의 핵심은 제목에서 드러난다.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을 통해 최대한 고전에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몽룡도 성춘향도 아닌 방자(고 김주혁)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몽룡(류승범) 대신 방자가 춘향(조여정)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청소년 관람불가의 요소가 첨가된다. 사실 원작의 내용 역시 19금 요소가 다분하다. 참! <방자전>에선 변학도를 연기한 송새벽이 신스틸러였다.
마담 뺑덕
감독 임필성 출연 정우성, 이솜, 박소영 개봉 2014년

- 마담 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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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필성
출연 정우성, 이솜, 박소영
개봉 2014 대한민국
초간단 원작 줄거리 심청은 눈먼 아버지 심학규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자신을 제물로 팔아 인당수에 뛰어든다. 심청의 효심에 감동한 용왕이 심청을 살려준다. 심청은 왕비가 되어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때 놀란 심봉사가 눈을 뜬다.
영화의 재해석 <마담 뺑덕>은 <방자전>보다 훨씬 더 도발적인 재해석을 선보인다. 시대는 현대로 바꾸었고, 주인공은 심청이 아닌 뺑덕이다. 일종의 치정극이 된 영화는 원작의 악녀인 뺑덕이 탄생하는 과정을 담는다. 정우성이 연기한 학규는 지방 소도시 문화센터 강사로 내려가 있는 동안 놀이공원 매표소 직원 덕이(이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복직하게 된 학규는 서울로 떠나며 덕이를 버린다. 이후 학규는 점점 시력을 잃고 8년 뒤 덕이가 세정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앞에 나타난다. 정우성과 이솜은 파격적인 정사신을 소화했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감독 조성희 출연 이제훈, 김성균, 고아라 개봉 2016년
초간단 원작 줄거리 서자 홍길동은 활빈당을 만들어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을 돌본다. 이에 나라에서는 홍길동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홍길동을 잡지 못한 임금은 그에게 병조판서의 벼슬을 내린다. 이후 홍길동은 자취를 감추고 율도국의 왕이 된다.
영화의 재해석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원작 <홍길동전>의 기본적인 설정만 가져왔다. 정의를 지키는 주인공, 활빈당이라는 흥신소 등이 원작과 같다. 시대는 물론 장르도 쉽사리 정의하기 어려운 이 영화는 단편 <남매의 집>, 장편 <짐승의 끝>, <늑대소년> 등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을 담은 작품이다. <홍길동전>을 재해석한 영화로는 이범수, 김수로, 성동일 주연의 <홍길동의 후예>(2009)라는 코미디 영화도 있다. 홍길동의 후손이 현재에도 활약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고전과 관련된 영화들?

-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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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대우
출연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
개봉 2006 대한민국
김대우 감독은 <방저전> 이전에 <음란서생>이라는 일종의 퓨전사극을 선보였다. <음란서생>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인 윤서(한석규)가 음란소설을 접한 뒤 음란소설을 직접 쓰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때 그의 필명이 ‘추월색’인데 ‘추월색’은 1912년 발표한 최찬식의 신소설 제목이다. <추월색>은 결혼을 약속한 정임과 영창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 일본, 영국, 중국 등을 배경으로 한 파란만장 러브 스토리다.

- 쌍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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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유하
출연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
개봉 2008 대한민국
유하 감독의 <쌍화점>은 고려가요의 제목을 따온 영화다. ‘쌍화점’은 성적으로 타락한 고려 사회를 풍자한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유하 감독은 <쌍화점>에서 원 나라의 억압으로 신음하던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고려 왕(주진모)과 호위무사(조인성) 사이의 금기된 사랑을 담아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