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예상했을까요. 공포영화 <곤지암>이 개봉일 박스오피스 깜짝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꺾어버렸습니다. <곤지암>은 ‘곤지암 정신병원 괴담’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괴담은 그동안 많은 영화에 소재로 활용됐으며, 영화의 인기로 황당한 괴담이 만들어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황당한 괴담들을 살펴봅니다.


괴담 1. 정신병을 앓다 자살한 병원장, 그 뒤로 이유 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경기도 광주시에 폐쇄된 한 정신병원이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음산한 이곳을 둘러싸고 괴소문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병원장이 정신병을 앓다 자살한 뒤로 이 병원의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나간다는 것. 원래 병원이 있던 자리도 사실은 사람들이 많이 죽었던 형무소가 있던 자리다, 땅주인이 죽었다, 귀신이 나온다 등의 소문도 퍼졌습니다. 직원들과 환자들도 기피해 결국은 폐쇄된 채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는 것. 이런 소문은 TV 방송에도 퍼지며, 급기야 2012년 ‘CNN 선정 7대 괴기 장소’로 알려지기까지 되었습니다.
But
이 괴담은 1990년대 중반 폐업한 정신병원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공포 체험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이 영상, 사진 등의 후기를 올리며 더욱 음산한 공간이 돼버렸죠. 최근 <곤지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곤지암 남양 정신병원 폐업은 경영난 때문이었으며, 땅 소유주도 살아있다며 괴담을 일축했습니다.

<곤지암>

영화 <곤지암>은 실제 유튜브에 곤지암 정신병원 공포 체험 영상이 많은 조회수를 차지했던 것을 모티브로 해, 7명의 남녀가 괴담이 얽혀 있는 병원에서 공포체험 생중계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관객들도 마치 함께 체험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1인칭 시점과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이용한 VR(가상현실) 영상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곤지암

감독 정범식

출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유제윤

개봉 2017 한국

상세보기

괴담 2. 초인종 옆 표식의 비밀?

2009년 서울 시내 오피스텔과 원룸 곳곳의 초인종 옆에 의문의 표시가 발견됐습니다. α, β 등의 기호들이 낙서처럼 그려져 있었던 거죠. ‘α는 남자, β는 여자 혼자 산다는 표시다’, ‘누가 살고 있는지도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범죄자들이 범죄 목적으로 표식을 남겼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CCTV도 살펴보았지만, 누가 표시를 남겼는지 찍히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But
여전히 많은 추측으로 남은 사건입니다. 도둑, 강도 등이 남긴 표식이라는 설(범죄자가 흔적을 남길 리 없다는 반박), 신문 배달원이 각 신문사를 표시해 놓은 것이라는 설(배달 카드에 안내가 잘 되어있다는 반박), 종교 집단의 표식, 택배원과 범죄자의 연관성까지 다양한 추측성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러던 중 대구 지역에서 2014년에 초인종 옆에 ‘S’라는 표식을 한 뒤 빈집털이 성공 후 ‘$’ 표시를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죠.(위 오른쪽 사진)

이 괴담은 영화 <숨바꼭질>이 개봉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됐습니다. 주인공이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 ○, △ 등의 의문의 암호를 발견하고, 암호의 의미를 찾아가는 설정으로 활용됐죠.

숨바꼭질

감독 허정

출연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개봉 2013 대한민국

상세보기

괴담 3. 빨간 마스크

‘빨간 마스크’ 괴담은 아마 한 번쯤 어떤 형태로든 접해봤을 것입니다. 그만큼 많이 변형되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죠. 1978년 여름, 기후현 미노카모시에 입 찢어진 여자가 첫 출몰했다는 기사를 지역 신문에서 다루면서 ‘입 찢어진 여자’ 괴담은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마스크를 쓴 젊은 여자가 아이를 붙잡고, “나 예쁘니?”라 묻습니다. 아이가 “예쁘다”라 답하면, 마스크를 벗고 귀까지 찢어진 입으로 “이래도 예뻐?”라고 묻죠. “안 예쁘다”하면 낫(가위, 식칼, 도끼 등으로도 변형)으로 아이의 입을 찢어버린다는 괴담이었습니다. 국내에는 1990년대 유행했으며, 2000년대 초등학생 대상 만화책에 실리며 또 한 번의 유행을 끌었죠.

인기를 끈 괴담답게 일본과 한국에서도 영화의 소재로 사용 됐는데요. <나고야 살인사건>은 ‘입 찢어진 여자’의 도시괴담이 발생한 지 27년 후, 나고야 근처 교외 마을에서 다시 퍼진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소문의 사실 확인을 위해 여자를 기다리던 소년이 갑자기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립니다. <소녀괴담>에서는 정체불명의 빨간 마스크 괴담이 떠돌면서 친구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설정이었습니다.

나고야 살인사건

감독 시라이시 코지

출연 사토 에리코, 가토 하루히코, 미즈노 미키, 야나기 유레이

개봉 2007 일본

상세보기
소녀괴담

감독 오인천

출연 강하늘, 김소은

개봉 2014 대한민국

상세보기

지금까지는 소문으로 퍼지던 괴담을 모티브로 한 영화들을 살펴보았는데요. 영화의 유명세 때문에 역으로 황당한 괴담들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괴담 4. 미니언즈가 나치의 어린이 생체실험의 모티브?

귀여움의 상징인 캐릭터 미니언즈를 두고 너무나 안 어울리는 무시무시한 괴담이 있었습니다. 미니언즈가 나치의 어린이 생체실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설.

그 근거로 위 사진을 들었는데요. 미니언즈의 트레이드마크인 동그랗고 큰 안경이 비슷하긴 합니다. 나치가 유대인 어린이를 생포해 생체 실험을 진행할 때, 이런 기기를 씌운다고 주장했죠. 어린이들에게 나치즘을 세뇌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미니언즈라는 음모론도 덧붙여졌습니다.

But
정작 그들이 증거라 말한 사진은 나치즘이 있기도 전인 1908년 홀 앤 리스(Hall and Rees) 잠수함 대피소 사진이며,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은 잠수 탈출 장비로 밝혀졌죠.

미니언즈

감독 카일 발다, 피에르 꼬팽

출연 산드라 블록, 존 햄, 피에르 꼬팽, 마이클 키튼, 앨리슨 제니

개봉 2015 미국

상세보기

괴담 5. 토토로 괴담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를 바탕으로 한 괴담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 PC통신 시절부터 꾸준히 올라오던 괴담이라고 하는데요. 동생 메이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던 사츠키는 죽음의 신 토토로에게 동생을 만나게 해달라고 합니다. 결국 사츠키도 죽은 셈. 그 이유로 결말의 고양이 버스를 탄 장면에서 메이와 사츠키의 그림자가 없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영화 속 배경이 되었던 사이타마현에서 1960년대 벌어졌던 여고생 엽기 살인 ‘사야마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는 설까지 퍼졌죠.
But
‘토토로가 정말 죽음의 신입니까’라는 팬들의 문의가 많았던지 지브리는 2007년 공식 블로그를 통해 괴담을 해명했습니다. 토토로가 죽음의 신이 아니며, 메이가 죽었다는 설정은 <이웃집 토토로>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결말 장면에서 그림자가 없는 것은 작화 상 필요 없다고 판단해 생략했다고 일축했죠.

이웃집 토토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다카 노리코, 사카모토 치카

개봉 1988 일본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