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역사적 브로맨스
★★★☆
‘흑금성 사건’을 충실하게 영화화했지만, ‘실화 영화’의 톤보다는 박석영(황정민)과 리명운(이성민), 두 남자의 관계에 집중한다. 각자 속한 국가와 기관의 대의에 충실해야 하는 그들은, 서로 인간적 호감을 느끼면서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공작>의 드라마는 이 관계를 꼼꼼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감정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쉬리>(1999)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진 이른바 ‘분단 장르’의 흐름 속에서 인상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을 작품이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너무나 인간적인 한국형 정치 또는 첩보영화
★★★
북한의 핵 개발 여부를 알아내야 하는 암호명 ‘흑금성’ 박석영(황정민)은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신분을 세탁하고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북한 권력층에 접근하는 불안한 과정들을 심리적 상황의 묘사와 대화를 통해 밀도 있게 재현한다. 세심한 연출과 출연진의 수준 높은 연기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킨 비결. 조국을 위한 첩보활동이 정치 공작으로 변질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흑금성과 그에 대한 신의와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북의 고위인사 리명운(이성민)의 다소 감상적인 교감은 영화 내내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감을 덮은 아쉬운 장면.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마음을 훔치는 첩보 스릴러
★★★☆
인물들의 말(言)과 눈빛으로 1990년대라는 한국 격동기를 조명하는 스파이 무비. 총성 한발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 영화는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치열하게 탐색하던 이들이 결국 서로의 신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는다. 적 아니면 우정의 관계로 남북을 이해하던 시선을 넘어 한반도는 무엇을 위해 분단 상황을 안고 와야 했는지, 그 안에서 희생된 것은 무엇인지 바라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모든 배우가 든든하게 제 몫을 다하지만, 얼음 같은 서늘함과 군불 같은 따스함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이성민의 연기가 기억에 오래 머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추운 나라에서 온 뜨거운 스파이
★★★
윤종빈 감독은 대한민국 첩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던 대북 공작원 ‘흑금성’을 소환해 그동안 요동쳤던 남북 관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작>은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원작으로 둔 첩보 영화들처럼 차가운 외피를 둘렀지만 영화의 스파이들은 한층 더 뜨겁다. 첩보 활동의 긴박감이나 정치 공작의 정교함보다는 남과 북의 캐릭터들이 가지는 매력과 둘의 화학작용이 더 돋보인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남북 소재 영화의 또 하나의 성취
★★★☆
현실을 영화적으로 전환해 접목하는 윤종빈 감독의 ‘촉’이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영화. 작가적 호기심에서 출발해 흑금성 소재를 영화화하는 과정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다. 평양을 재연한 프로덕션의 완성도는 특히 뛰어나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공작>은 남북 소재 영화 카테고리 안에서 한 단계를 높인 성취를 이루어낸다. 말의 설전만으로 사건의 전개를 이루는 구성도 신선하다. 다만 그 흐름에서 첩보전이 주는 긴장의 강약과 고조가 좀 더 조율됐더라면 흥미가 배가됐을 것 같다. 배우들이 대사를 소화하는 데서 한발 더 나가지 못한 전반부의 아쉬움이 남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호연지기, 살아있네!
★★★★
남북 소재 영화는 이제 좀 물리다 싶다가도 <공작> 같은 작품을 만나면, 아직 분단이라는 테마가 가닿지 않은 흥미로운 지점들이 남았구나, 쪽으로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한국 첩보 장르의 클리셰들을 과감하게 비껴가는 <공작>이 승부를 거는 지점은 화려한 ‘총격전’이 아니라 팽팽한 ‘심리전’이다. 말과 말이 부딪히는 찰나, 시선과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들에서 풍만한 서스펜스가 피어오른다. 배우들의 호연과 치밀한 각본과 리듬감 있는 편집 덕이다. 극 전반에 들러붙은 시대적 공기 또한 농밀하다. 실감 나게 재현된 북한 풍광의 경우 이전 한국 영화들이 밟지 못한 지점까지 과감하게 밀어붙인 미술적 성취다. 물론 이 모든 걸 완성도 높게 조율해 낸 건 윤종빈이란 감독의 야심과 재능이다. 윤종빈의 세계는 점점 더 깊어지고/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