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뭄바이>

작년 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열병과도 같았던 사랑을 그린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올리버 역으로 엘리오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가져간 배우 아미 해머. 이번에는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벌어졌던 최악의 대규모 테러 속, 한 호텔에서 있었던 실화를 담은 <호텔 뭄바이>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테러단이 점거한 호텔 안에서 목숨을 걸고 아이와 아내를 지켜내려는 남자 데이빗 역을 맡아 공포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더욱 생동감 있게 연기하며 쉽게 잊힐 수 없는 인상을 남긴 그. 재벌 3세에서 연기파 배우가 되기까지, 아미 해머에 대해 알아보자. (사심을 담은 TMI 주의!)


1. 본 투 비 다이아수저 (Feat. 재벌 3세)

아미 해머는 1986826,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아먼드 더글라스 해머(Armand Douglas Hammer), 미국의 유명한 석유 재벌 해머 가문의 3세다. 그의 증조 할아버지인 아만드 해머(Armand Hammer)옥시덴탈 페트롤륨이라는 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석유회사의 회장이었으며, LA에 위치한 해머 뮤지엄도 그의 가문 소유. 증손자인 아미 해머는 가업을 이어받기 보다 연기를 하고 싶어 집안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16살에 학교를 자퇴, 19살에 배우가 되기 위해 독립했다고. 당연하게도 지원은 일절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가문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단역부터 시작해 스스로의 노력으로 주연의 자리에 오른 배우다.

그는 GQ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적 돈이 많다는 것에 대해 어땠냐는 질문에 딱히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랬다. 어머니는 우리가 돈 많은 집 애들처럼 자라게 두지 않으셨다. 그런 경제관념 덕분에 우리가 나쁜 버릇을 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도 갖고 있지 않다며 부모님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냐"라는 물음에 집세를 못 낼 정도로 힘들다면 부모님께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나에게 그렇게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단호히 대답했다.

(좌) 고 아먼드 해머와 아미 해머 (우) LA에 위치한 해머 뮤지엄

출처 / 아미 해머 인스타그램

2. 유년 시절을 섬에서 보냈다.

1993년 케이맨 제도(Cayman Islands)의 한 섬으로 이사가 13살이 되기까지 약 5년 간 그곳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아버지가 설립한 학교인 그레이스 크리스찬 아카데미에 다녔다고 한다. 집안에 있는 TV 시청을 부모님이 엄격하게 금지해 섬에 하나뿐인 영화관을 자주 갔다고. 주로 밖에서 놀았고, 필수과목이었던 필기체 수업을 들어서 필기체를 전문적으로 깔끔하게 잘쓴다고 한다. 그는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이후) 오랜 시간 코코넛을 따며 시간을 보내다 도시의 고된 중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라고 자신의 유년시절에 대해 고백한 바 있다.

출처 / 아미 해머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아미 해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제시 아이젠버그

3. 196cm의 장신이다.

아미 해머는 키가 무려 2m에 달하는 196cm의 장신이다. 발 사이즈는 330mm라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개봉 당시 상대 역이었던 티모시 샬라메가 183cm임에도 불구하고 작아 보여서 많은 관객들이 실제로 티모시의 키가 작은 줄 알았다고(..). 위 사진 속 아미 해머를 제외한 세 사람 중 가장 키가 큰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프로필 상 키는 185cm다. 아미 해머가 러시아 요원으로 활약한 <맨 프롬 UNCLE>에선 168cm인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30cm의 체격 차이를 보이며 많은 여성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덩치 차이 무엇

4. 미드 <가십걸>에 출연한 적이 있다.

2009, 아미 해머가 거의 무명이었던 시절에 인기 미국 드라마 <가십걸>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2008년부터 방영한 <가십걸> 시즌 2의 에피소드 20~24편에서 아미 해머는 세레나(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새 남자친구 가브리엘 에드워드 역을 맡았다. 잘생김은 물론이거니와 다정하지만 느끼한 모습으로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보고 나면 광대가 아픈 건 안 비밀). 세레나의 돈을 어떻게 해서든 뺏어 먹는 치졸한 사기꾼을 연기했다.


<소셜 네트워크>

5. <소셜 네트워크>의 카메론·타일러 윙클보스 형제

아미 해머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은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다. 교내 엘리트이자 조정선수로 활동, 마크에게 페이스북아이디어의 시초가 된 하버드 커넥션사이트 제작을 의뢰한 카메론·타일러 윙클보스 형제 역을 맡아 12역을 소화하였다. 큰 키와 다부진 체격, 잘생긴 외모와 귀티나는 외양으로 관객들의 눈에 띄며 존재감을 알렸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윙클보스 형제를 연기한 아미 해머를 보는 순간 올리버 역에 캐스팅을 결심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아미 해머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미 해머

개봉 201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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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담아서 한 장 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제이. 에드가>

6. 인생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리고 퀴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 여름날 두 남자의 잔상을 잊기란 쉽지 않다. 눅눅했던 이탈리아의 여름, 내뱉는 숨보다 짙었던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은 많은 시네필들에게 여름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엘리오 역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만큼은 아니더라도 올리버 역을 맡은 아미 해머 역시 그에 못지않은 연기를 선보이며 2018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작품으로 아미 해머는 연기파 배우라는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사실 그가 출연한 퀴어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처음이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제이. 에드가>(2011)에서 실제 FBI 초대 국장인 J. 에드가의 연인 클라이드 톨슨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상대역이었던 J. 에드가를 연기한 배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두 사람이 격정적으로 싸우다 갑자기 키스를 하는 장면은 두 배우들의 팬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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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에드가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나오미 왓츠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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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춤신춤왕? 혹은 뚝딱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말할 때 아미 해머의 현란한 스텝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디스코 리듬에 맞추어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올리버의 모습에 함께 흥을 느낀 관객들이 많을 것. 이 장면과 관련해 유명한 비하인드가 있으니. 사실 이 장면에서 음악은 후반작업으로 깔린 것이라 한다. 실제로 촬영할 때에는 음악 없이 무반주에 춤을 춰야 했다고. 티모시 샬라메는 한 인터뷰에서 “(아미에게) 그날 밤은 가장 비참한 밤이었다 언급했다. 아미 해머는 “밤새 아무런 음악 없이 춤을 춰야 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날이었다. 몸은 춤을 추고 있는데 머릿속에선 정말 싫다(I hate this, i hate this so much)’소리 질러댔다"라며 그날 촬영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무반주의 흥
약간 "내 동년배들 다 이렇게 춘다" 하는 느낌

8. 배트맨을 연기할 뻔했고, 연기할 수도 있다.

밴 에플렉이 배트맨의 자리에서 내려온 지금, 2021625일에 개봉을 확정 지은 DC의 신작 <더 배트맨>(가제)에 출연할 차세대 배트맨 후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바로 아미 해머다. 사실 아미 해머는 밴 에플렉 보다 더 먼저 배트맨 역을 연기할 뻔했다. 2007년 조지 밀러 감독은 <저스티스 리그: 모탈> 연출을 맡아 제작 준비에 한창이었다. 당시 배트맨 역에 캐스팅된 배우가 바로 아미 해머였던 것. 그러나 미국 작가조합 파업으로 제작이 무산, 아미 해머가 연기한 배트맨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인지 현재 아미 해머는 후보들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힌다. 한편, 자신을 둘러싼 배트맨 캐스팅 루머에 대해 아미 해머는 지난 3월 미국의 한 토크쇼에 출연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배트맨 역을) 아무도 제안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에 그는 하지 않았다. (제안이 온다면) 당연히 할 것이다. 누가 배트맨을 하기 싫어하겠는가.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9.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20111130, 미국 서부 텍사스 시에라 블랑카의 한 국경 검문소에서 그는 불심 검문에 걸려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체포 당시 경찰견이 아미 해머의 차에서 0.02온스의 마리화나를 발견했으며 마리화나가 함유된 쿠키 3개를 비롯해 일명 마리화나 브라우니까지 함께 찾아냈다고.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하루 동안 유치장에서 지내야 했으며 1000달러의 보석금을 지불하고 나서야 석방되었다고 한다. 2018년에는 아미 해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체포 당시 머그샷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 보통 머그샷은 평소 모습에 비해 초췌한 모습으로 찍히기 마련인데, 아미 해머의 경우 멀끔하다 못해 훈훈하기까지 하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유명인들의 머그샷. (좌) 안젤리나 졸리 (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출처 / GQ

10. 트랙수트 콜렉터?

아미 해머는 트랙수트로 SNS 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동안 그의 인스타그램에 그가 트랙수트만 입은 사진이 올라왔기 때문. 이에 대해 그는 한 토크쇼에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프레스투어 당시 무려 14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투어를 다녔다(촬영 기간은 고작 6주였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트랙수트가 보여서 그냥 트랙수트가 있었지생각하다가 갑자기 반항심 같은 게 들었다. 마치 선생님을 싫어해서 파자마를 입고 다니며 반항하는 고학년 학생들처럼 말이다. 계속 프레스투어를 다니며 영화에 대해 말하고 다녀야 한다면 편안해지고 싶었다.”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자리에서 트랙수트에 대해 은퇴를 선언했는데, 아미 해머가 더 이상 입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갑자기 많은 브랜드들에서 무료로 트랙수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키가 큰 그를 위해 몇몇 브랜드에선 커스텀 트랙탑을 제작해주기까지 했다). 현재 그의 옷장엔 70벌의 트랙수트가 있다고 한다.

빨간색 트랙수트 아미 해머 모음.jpg 출처 / 아미 해머 인스타그램
출처 / 아미 해머 인스타그램

11. 4차원 반전 매력

아미 해머는 보통 부잣집 도련님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4차원에 가까운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아미 해머가 출연하는 토크쇼나 그의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조금만 찾아보아도 알 수 있다(실제로 그는 꽤 헤비한 인스타그래머이자 트위터리안이다). 사방으로 뻗친 머리를 한 트위터 프로필 사진 하며, 수술 전 모습까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 걸 보면 범상치가 않다. 위의 머그샷이나 트랙수트만 보아도 대충 유추 가능하지 않은가.

아미 해머의 성격을 인지하고 있는 팬들조차 경악한 사건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미 해머의 인스타그램에 한 영상이 업로드됐다. 궁금함도 잠시, 재생한 영상 속에서 그는 다름 아닌 셀프 삭발(!)을 하고 있었으니. 심지어 그가 셀프 삭발을 한 건 미국 유명 토크쇼의 백스테이지였다. 삭발에 가까운 반삭을 한 그는 곧바로 토크쇼에 출연했고, “왜 머리를 깎았냐"라는 사회자의 물음에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머리가 싫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여기(대기실)을 왔는데 머리가 지겨워져서 밀었다"라고 대답했다. 몇 달 뒤 다시 토크쇼에 출연해 친구들과 한 다이어트 내기로 벌칙 수행을 한 것이라고 밝히며, “하지만 나 말고 아무도 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말했다.

(좌) 셀프삭발 동영상 캡처 (우) 그 결과..
(좌) 현재 트위터 프로필 사진 (우) 수술 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사진

12. 사랑꾼이다 (I was car...)

, 여기까지 아미 해머 소개서를 읽은 독자들에게 한 가지 아쉬운 말을 전해야겠다. 대다수의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그 역시 이미 결혼한 품절남이라는 사실! 그것도 10년째 아내를 향한 사랑을 쉬지 않고 보여 주는 사랑꾼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심심치 않게 그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챔버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녹터널 애니멀스>의 톰 포드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아미 해머를 영화에 캐스팅 한 이유로 해머 뮤지엄 갈라 행사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저녁 내내 아내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그녀와 사랑에 빠져 있었는지, 그들의 모습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밝혔다.

처음 그가 엘리자베스를 보고 첫눈에 반했을 땐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3년 동안 마음을 숨기고 친구로 지내던 끝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아미가 당당하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신과 데이트를 하자고 고백했다고. 결국 둘은 2008년 사귀기 시작해 2년간의 연애 끝에 2010년 결혼에 골인, 아미 해머와 엘리자베스 챔버스는 현재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해머 부부는 매년 자신들의 사진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한다고 한다.

해머 가족의 크리스마스카드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