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름 휴가의 잔상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벌써 추석이라니. 유난히 빨리 찾아온 추석 명절이 조금 당황스럽지만, 일단 쉬는 건 무조건 좋다. 오늘부터 나흘간의 연휴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가족과 친척을 만나기도 하고, 미룬 여름 휴가를 이번 연휴에 즐기기도 하며, 또 어떤 분은 긴 휴식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 왁자지껄 떠들어도 또 깊은 사색에 잠겼어도, 결국 심심함은 다가오기 마련. 이런 순간 당신의 친구가 되어 줄 친구가 있다. 리모컨만 누르는 것만으로도 무료함을 달랠 지상파 방송사의 추석 특선영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 방송사 사정에 따라 편성이 바뀔 수 있습니다.


9월 12일(목)

연휴 첫날이다. 아직 한참이나 남은 빨간 날을 어떻게 보낼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즐길 영화를 소개한다. 먼저 마블 최강의 마법사 <닥터 스트레인지>(저녁 7 50, KBS2).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천재 외과 의사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나 강력한 능력을 얻어 최강의 히어로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눈이 지루할 틈 없는 화려한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다음은 <국가부도의 날>( 9 45, SBS)이다. IMF 구제금융에 대한 이야기다. 양극화와 고용불안, 그리고 오늘날 청년 실업의 근원이 된 이 사건은 우리 국민 모두의 기억에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 있다. 고통의 시기를 함께 견딘 당신의 가족과 여전히 불안한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전할 영화다

<국가부도의 날>.
국가부도의 날

감독 최국희

출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개봉 2018.11.28.

상세보기

9월 13일(금)

차례를 지내는 분이라면 아침부터 꽤나 분주했을 것 같다. 정리하고 한숨 돌리는 시간 편안하게 즐길 영화들이 준비돼 있다.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소환할 영화 <너의 결혼식>(12 20, SBS)이다. 첫사랑의 기억이 대체로 아름다운 것은 간직해야 할 것만 선택해서는 아닐까? 지질한 감정으로 질척대지 않는 사랑이 성숙한 어른을 만드는 쿨한 첫사랑 연대기다. 언제부턴가 양자 역학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론이 되었다. 그 양자 역학을 소재로 한 영화가 바로 <앤트맨>(저녁 6, EBS)이다. 자유자재로 몸의 크기를 변화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의 활약과 영웅담에 가족의 관계를 품어 색다른 이야기를 펼친다한국형 첩보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공작>(저녁 7 50, KBS2)도 안방극장을 찾는다. 북한의 핵 개발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실제 첩보 작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세심한 연출과 황정민, 이성민의 수준 높은 연기가 관람 포인트다. <말모이>(밤 8 20, MBC)는 우리말이 금지된 시대, 일제의 감시를 피해 조선어사전을 만들기 위한 분투를 그린 영화다. 우리말을 지키려는 순수한 신념이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표출될 때 감동은 배가 된다. 추석이라면 코미디를 빼놓을 수 없다. <내 안의 그놈>(밤 10 20, SBS)은 사고 후 몸이 바뀐 조폭 출신 건설사 사장 판수와 고등학생 동현, 그리고 동현이 좋아하는 현정과 현정의 엄마 사이에 벌어지는 꼬이고 꼬인 막장 이야기를 담았다. 바디 체인지와 학원물, 조폭 코미디가 뒤섞인 유쾌한 장르 영화다.

<공작>.
공작

감독 윤종빈

출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개봉 2018.08.08.

상세보기

9월 14일(토)

그래도 아직 이틀이 남았다. 벌써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직 달력에 남은 빨간 날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국형 판타지 장르의 결정체, 빼어난 시각효과 등 영화적 찬사 못지않게 흥행 면에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신과함께> 시리즈가 이번 추석 TV를 통해 찾아온다. SBS<신과함께-죄와 벌>(오후 4시 20분), <신과 함께-인과 연>(밤 8시 40분)을 연속해 방영한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듣는 귀인 자홍의 사연과 그와 함께 한 삼차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요소요소에 적절하게 배치된 유머와 감동, 저승과 이승을 화려하게 선보인 볼거리 등 가족 모두 둘러앉아 감상하기에 최고의 선택이 될 것 같다. 실감 나는 카체이싱에 뺑소니 수사팀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얹은 <뺑반>( 9 15, KBS2)은 화끈하고 시원한 속도감을 선사한다.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 역시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마지막은 화성 재난 영화 <마션>( 11 35, EBS)이다. 사고로 홀로 화성에 남게 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다. 그가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동원하는 과학적 지식이 함께 시청하는 어린 자녀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신과함께-인과 연>.
신과함께-인과 연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김동욱

개봉 2018.08.01.

상세보기

9월 15일(일)

믿어지지 않지만 내일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화끈하게 마지막을 달리거나 차분하게 내일을 준비할 모든 분을 위해 준비된 영화는 이것이다. <청년경찰>(오전 10 50, SBS)은 의욕 충만한 두 경찰대생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이 외출을 나왔다 우연히 목격한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활약하는 이야기다. 박서준, 강하늘. 두 대세 배우의 매력 넘치는 케미가 영화의 장점. <증인>( 10 30, MBC)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워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의 이야기로, 이들의 변화를 통해 당신 속에 존재하는 오해와 편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언제부턴가 마동석은 그 스스로 장르가 되었다. <성난황소>( 10 35, KBS2)는 거칠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건실하게 살던 동철(마동석)이 납치된 아내(송지효)를 구하기 위해 직접 악당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마동석의 전매특허 같은 화끈한 타격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영화다. <군도:민란의 시대>(11 15분, EBS)는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에 대항해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의적의 이야기다. 하정우, 강동원이 각각 의적과 악인으로 등장해 조선식 웨스턴 무비의 활극을 펼친다.

<증인>.
증인

감독 이한

출연 정우성, 김향기

개봉 2019.02.13.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심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