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은 브래드 피트 팬들에겐 축복 같은 달이 될 것 같다. 피트가 주연을 맡은 제임스 그레이의 야심찬 SF <애드 아스트라>,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연이어 개봉한다. 피트의 새로운 주연작일 뿐만 아니라, 2019년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두 영화라 더욱 뜻깊은 일정이다. '브래드 피트 주간'을 맞아 그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모아봤다.

<애드 아스트라> (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아래)

졸업 2주 전 중퇴

브래드 피트는 1982년 미주리 대학교에 입학해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뒤늦게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이 선 그는 졸업을 딱 2주 남기고 학교를 중퇴했다. 그리고 325달러만 손에 쥐고 L.A로 향했다.

치킨탈 알바

아직 배역을 따내지 못하던 당시,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다. 멕시칸푸드 체인 '엘 폴로 로코'에서 치킨 인형을 쓰고 춤을 췄고, 수영장 청소부나 스트리퍼 운전사로 일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스트리퍼가 피트를 유명 연기강사 로이 런던에게 데려간 덕분에 연기에 길을 틀 수 있었다.

사장될 뻔한 첫 주연작

<회색도시>(1988)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프링글스' CF를 찍는 등 점점 얼굴을 알리던 피트는 미국/유고슬라비아 제작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선>(1988)로 첫 주연을 맡았다. 촬영 7주간 그가 받은 페이는 1523달러가 전부였다. 편집을 거의 마칠 즈음 유고슬라비아에서 전쟁이 터지면서 많은 장면들이 사라졌고, 1996년 소실된 영상들을 찾아 이듬해 비디오로 발매됐다.

<분노의 역류>와 <델마와 루이스>

아버지를 이어 소방관의 길을 걷는 형제의 이야기 <분노의 역류>(1991)의 동생 브라이언 역에 키아누 리브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과 함께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 형 스티븐을 연기하는 커트 러셀과 닮았다는 이유로 윌리엄 볼드윈이 캐스팅 된 덕분에 피트는 출세작 <델마와 루이스>(1991)를 작업할 수 있었다. 

<세븐> 속 팔 깁스

데이빗 핀처와 브래드 피트 모두의 대표작 <세븐>(1998)을 촬영하던 당시 팔을 다쳤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촬영을 미루는 대신, 피트가 연기하는 데이빗이 팔을 다쳤다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차질 없이 촬영을 마쳤다.

중국 출입 금지

중국 인민 해방군이 티벳을 공격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 삼은 <티벳에서의 7년>(1997)에 출연한 브래드 피트는 한동안 중국 입국이 금지됐다. 20년이 흐른 2017년, 그는 <얼라이드> 홍보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잘생긴 것도 죄

2002년 피트는 토요타의 새 모델 알티스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말레이시아는 그의 얼굴이 찍힌 광고를 금지시켰다. 피트가 너무 잘생긴 나머지 현지 사람들에게 열등감, 아시안에게 굴욕을 안겨준다 이유에서였다. 

메소드 연기

테리 길리엄의 <12 몽키즈>(1995)에 출연하게 돼 정신병동에 갇힌 제프리 역을 위해 필라델피아 정신병원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캐릭터 구축에 몰두했다. 덕분에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골든글로브를 수상했다.

앞니쯤이야

핀처와 다시 한번 만난 <파이트 클럽>(1999)에서도 열연을 위한 희생은 계속됐다. 피트는 타일러 더든 역을 위해 제 발로 치과의사를 찾아가 앞니를 뽑아버렸고, 촬영을 마친 뒤엔 복구했다. 한편 부모님이 <파이트 클럽>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의도로 영화 속 화학 화상 장면을 미리 보여준 적 있다.

말보단 액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1998)를 본 피트는 가이 리치 감독에게 차기작에 자기를 출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피트는 영국 악센트를 마스터 하지 못했고, 리치는 결국 <스내치>(2000)의 아일랜드 집시 원펀치 미키 역을 맡겼다.

캐릭터와 같은 운명

전쟁 사극 <트로이>(2004)에서 아킬레스를 연기한 피트는 보아그리우스와 싸우는 신을 소화하던 중 그만 아킬레스건을 다치고 말았다. 몇 달을 쩔뚝이면서 촬영을 마치긴 했지만, 그로 인해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오션스 트웰브>(2005) 촬영 일정이 미뤄지게 됐다.

'제작자' 브래드 피트

피트는 2001년 전 부인 제니퍼 애니스톤과 제작사 '플랜 B'를 세웠다. <트로이>를 시작으로 <킥 애스>(2010),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 <월드워 Z>(2013), <셀마>(2014), <문라이트>(2016), <옥자>(2017) 등 우리 시대의 명작들을 남겼다. 

가장 좋아하는 제작 영화

지난 15년간 제작한 작품들 가운데 브래드 피트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앤드류 도미닉 감독의 기묘한 서부극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이다. 3천만 달러의 제작비에 절반밖에 회수하지 못해 그가 제작한 영화 중 가장 낮은 수익을 거두었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도미닉의 또 다른 작품 <킬링 미 소프틀리>(2013)에 또 한번 제작/주연으로 참여했다.

광고 한 편에 50억!

2005년 슈퍼 볼 경기 중에 방영된 '하이네켄' 광고는 피트에게 무려 45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줬다. <세븐>과 <파이트 클럽>의 데이빗 핀처가 연출을 맡았고, 피트가 제작한 <디파티드>의 오프닝을 장식한 롤링 스톤즈의 명곡 'Gimme Shelter'가 사용됐다.

생애 첫 오스카

브래드 피트는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처음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배우가 아닌 제작자 자격으로. 그는 <12 몽키즈>로 조연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과 <머니볼>(2010)의 주연상 후보로 오스카를 노렸던 바 있다.

브래드 피트가 놓친 영화

브래드 피트가 출연할 뻔한 작품은 다음과 같다. <얼모스트 페이머스>(2000), <어바웃 어 보이>(2002), <킥 애스>(2010), <매트릭스>(1999), <아폴로 13>, <슬리피 할로우>(1999),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아메리칸 싸이코>(2000), <쇼생크 탈출>(1994), <디파티드>, <타이타닉>(1997) 등

최고 흥행작

좀비 액션/스릴러 <월드 워 Z>(2013)는 브래드 피트의 커리어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작품이다. 배우와 제작자 모두 마찬가지. 전세계 5억4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출연작 기준) <트로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 <오션스 일레븐>(200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