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씨네21> 기자
조커의 매력이 아닌 호아킨 피닉스의 위력
★★★☆
여러 의미에서 미친 영화가 나왔다. 어떤 식으로든 관객을 뒤흔든다. 토드 필립스와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라는 위험한 캐릭터의 기원을 매혹적이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더듬어나간다. 기본적으론 자기애적 망상장애를 앓는 한 남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다 의도치 않게 상징이 되어버린 이야기. <택시 드라이버>, <코미디의 왕> 등 영화에 빚을 지고 있는 만큼 내러티브가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여기에 조커라는 캐릭터가 덧씌워지고, 그것이 호아킨 피닉스의 육체를 통해 구현될 때 상상 이상의 폭발력을 갖는다. 아쉬운 건 이게 굳이 조커였어야 할 필요가 그다지 설득되지 않는다는 것. 금방이라도 망가질 것 같은 불안감과 휘몰아치는 에너지는 부정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건 조커라는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호아킨 피닉스를 향해 수렴된다. ‘조커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매혹 대신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로만 기억될 영화.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너무나 매력적이라 오히려 위태로운
★★★★
조커라는 가장 어둡고 위험한 캐릭터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한 남자가 세상의 멸시와 소외의 터널을 지나며 악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호아킨 피닉스의 뒤틀려가는 표정으로 묘사되는데, 다양한 감정이 그의 육체를 통해 드러날 때마다 강렬한 감동에 휩싸인다.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히어로물의 탄생이 반가우면서도 불안한 것은 폭력을 사회의 모순에 정당한 대항으로 받아들일 위험 때문이다. 여러모로 이야깃 거리가 많은 문제작이자, 정체성을 잃고 오락가락하던 DC에 확신을 안겨준 완벽히 DC 다운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가장 파괴적인, 혹은 가장 슬픈 조커 비긴즈
★★★★
조커라는 불가해한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이 접근은 타당하다.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아서(호아킨 피닉스)는 세상이 원하는 질서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맞추려 노력한다. 통하지도 않을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결국 그 역시 예의를 포기한다. 뚜렷한 목적성이 없음은 이 인물을 더욱 두려운 존재로 만든다. 그저 코미디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한 사람이 반(反) 영웅이 되는 역설. <조커>는 그 역설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피닉스의 연기는 삶의 무게가 매달린 발을 질질 끌며 살아가야 했던 외톨이의 폭주를 납득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야 만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어둠 말곤 보이지 않는, 다키스트 시티
★★★★
무엇을 상상하든 <조커>는 상상 이상이다. DC 코믹스 원작을 바탕으로 수도 없이 변주되어온 조커에 토드 필립스 특유의 색깔을 입혔다. 차별과 편견으로 그늘진 도시의 구석, 조커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깨어날 존재의 형상일지 모른다. 숨결 하나까지 조커를 체화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역대급. 조커의 행위에 대한 이해와 설득의 범주를 떠나, 그 변화를 따라가게 만든다. 그동안 코미디 감독으로 재능을 뽐내온 토드 필립스도 다시 태어났고, 조커도 다시 태어났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멱살 잡고 놓아주지 않는 호아킨 피닉스
★★★★☆
<행오버> 시리즈를 연출한 토드 필립스 작품이라니, 소오름. 그러나 <조커>는 일말의 의심 없는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다. 호아킨 피닉스의 얼굴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삐쩍 마른 몸이 기이하게 뒤틀릴 때마다 보는 이의 마음 또한 격렬하게 진동한다. 사회 부적응자에서 조커로 안면을 바꾸는 피닉스의 압도적인 클로즈업은, 배우의 얼굴이 그 자체로 스펙터클이자 스릴이자 예술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단한 기록이다. 왜 아니겠는가. 될 수 있으면 큰 스크린으로 보시라. 트라우마 입은 <택시 드라이버>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를 태워 <코미디의 왕>을 경유하는 듯한 <조커>는 종국엔 호아킨 피닉스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와도 조우하며 단순한 히어로물을 넘어 사회드라마로 영역을 확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쓸어 담는 호.아.킨.피.닉.스. 히스 레저가 남긴 조커 신화에 대적하는 조커가 이토록 빨리 등장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배우 연기가 개연성이고 드라마이고 심장인 작품. (덧. 마블은 ‘조크’에 능하고, DC는 ‘다크’에 강하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