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코로나로 오랜 시간 겪었던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는 극장가에 스타 감독들의 귀환이 주목받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으며 추석 극장가에 다시 한번 관객들을 불러 모을 전망이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은 예술이 검열당하던 1970년대 유신시절의 영화계를 배경으로, 데뷔작의 성공 이후 걸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욕망과 부담감에 시달리던 김 감독(송강호)이 새로운 결말에 관한 꿈을 꾸게 되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렸다. 꿈에 나온 그대로 추가 촬영을 한다면 반드시 걸작이 탄생할 것이라는 김 감독의 고집, 검열에 부딪혀 촬영을 반대하는 제작자와 꼬여버린 스케줄에 불만을 드러내는 배우들. 온갖 악재로 아수라장이 되는 현장 속에 김 감독은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영화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거미집>

제76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인 <거미집>은 김지운 감독의 초창기 연출작 <조용한 가족>, <반칙왕>과 장르적 면에서 유사한 특성을 띈다. 유쾌하지만 잔혹한 현실의 이면을 담아내는 B급 블랙코미디식 유머가 영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기 때문. 김지운 감독이 앞서 두 작품의 주연을 맡았던 송강호를 <거미집> 주인공 김열 감독 역에 캐스팅한 것도 어쩌면 그러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전작 <인랑>의 큰 실패 후 다시 초창기로 돌아가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작품일 수도 있겠다. 블랙코미디와 송강호라는 카드를 꺼내든 김지운 감독의 수가 과연 이번엔 통할 수 있을까.

한편, 지금 이 순간에도 기대할 만한 국내 스타 감독들의 신작이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분주히 제작되고 있다. <곡성> 이후 8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오는 나홍진 감독부터 <기생충> 이후 차기작을 선보일 봉준호 감독까지 국내 감독들의 신작을 정리해 봤다.

거미집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크리스탈

개봉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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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촬영 현장

나홍진 
영화 <호프> HOPE

<추격자>, <황해>, <곡성> 등 독보적인 긴장감을 선사하는 스릴러의 대가 나홍진 감독이 돌아온다. 2016년 개봉한 <곡성>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신작 <호프>(HOPE, 가제)는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항'에서 미지의 존재가 목격되고, 의문의 공격에 맞서 마을을 지켜내려는 주민들의 필사적인 사투를 그린다. 전남 해남을 주 무대 삼아 보다 큰 스케일의 스릴러물을 선보일 예정. 무엇보다 신작 <호프>는 나홍진 감독의 글로벌 진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시장을 목표 삼아 제작하는 만큼, 국내외 스타 배우들의 초호화 멀티캐스팅으로 제작 단계서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먼저 국내 배우로는 황정민, 조인성 그리고 정호연이 합류했다. <곡성>에서 무당 역으로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변신을 꾀한 황정민이 시골 경찰 범석 역으로 출연해 나홍진 감독과 재회한다. 최근 <밀수>, <무빙>으로 얼굴을 비춘 조인성은 젊은 사냥꾼 성기 역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가 된 정호연이 경찰 성애 역으로 출연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왼쪽부터) <곡성> 황정민, <밀수> 조인성, <오징어 게임> 정호
<파도가 지나간 자리> 마이클 패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

해외 배우로는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통해 부부로 연을 맺게 된 유명 스타 부부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한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엑스맨> 시리즈 에릭/매그니토 역을 통해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쌓은 명품 배우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역시 <대니쉬 걸>, <툼레이더>, <그린 나이트> 등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국내에 얼굴을 알렸으며, <제이슨 본>으로 한차례 내한한 바 있다. 그밖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인드 헌터>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카메론 브리튼, <본즈 앤 올>로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을 받으며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오른 테일러 러셀이 합류해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HBO <동조자>

박찬욱
HBO 시리즈 <동조자> The Sympathizer
넷플릭스 <전, 란>


지난해 <헤어질 결심>으로 칸 국제 영화제 감독상 수상 및 국내 유수 시상식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낸 박찬욱 감독도 분주히 신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차기작은 영화가 아닌 해외 드라마로,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 초반 3편 연출 및 드라마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동조자>는 미국 영문학자이자 소설가인 비엣 타인 응우옌이 집필한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시리즈다. 베트남 전쟁 직후인 1975년을 배경으로 베트남과 미국 사회 내의 풍경과 이면, 미국으로 거주한 베트남 난민들의 이야기를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다뤄낼 예정. 원작자인 비엣 타인 응우옌은 "(<동조자>를) 영상화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박찬욱 감독은 훌륭한 감독뿐만 아니라 뛰어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잘 해낼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다"라며 신뢰를 내비쳤다. 

HBO <동조자>
HBO <동조자>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적은 호아 쉬안데, 프레드 응우옌, 또안 르 등 다수의 베트남인과 베트남계 미국인이 출연하며 산드라 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요 인물로 활약한다. 무엇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박찬욱 감독과 같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을 뿐만 아니라, 극 중에서도 1인 5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배우 한 명에게 인물 5개가 주어지다 보니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마다 완전히 다른 인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가능한 능력자가 많지 않은데, 할 수 있는 배우가 캐스팅된 게 기뻤다"라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넷플릭스 <전, 란> 대본 리딩 현장. 출처 / 넷플릭스

그 외에도 박찬욱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을 통해 국내 팬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전, 란>은 사극 무협 액션으로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 선조의 최측근 무관이 적이 되어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 역에는 박정민, 몸종 천영 역에는 강동원, 선조에는 차승원이 캐스팅됐다. 박찬욱 감독이 오랜 시간 공들여 직접 각본을 집필했으며, 연출이 아닌 제작과 각본으로만 참여한다. 


<기생충> 촬영 현장 속 봉준호

봉준호
영화 <미키 17> Mickey 17
제목 미정의 애니메이션


국내뿐만이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은 무엇일까. <설국열차>, <기생충> 등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사회 내 계급과 부조리를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담아내며 극찬을 받은 바 있던 봉준호 감독은 이제 카메라를 돌려 지구 밖의 또 다른 세계를 응시하려 한다. 영화 <미키 17>이다. <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가 집필한 원작 소설 「미키 7」를 각색한 영화로,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 니플하임의 개척과 식민지화를 위해 복제인간-'익스펜더블'로 불린다-인 미키 반스가 파견되고 그곳에서 여러 번의 죽음을 겪으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미키는 죽음을 맞이할 시 새로운 숫자를 부여받아 다시 복제되며, 전임자의 기억을 가진 채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주인공 미키 반스 역은 <굿타임>, <더 라이트하우스>, <테넷>, <더 배트맨> 등 탄탄한 필모를 쌓아가며 할리우드 감독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로버트 패틴슨이 맡았다. 그 밖에도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등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설국열차>와 <옥자>에 이어 다시 한번 할리우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고.

<미키 17> 티저 예고편

<미키 17>은 지난해 8월 런던에서 크랭크인 해 오는 12월 크랭크업 및 후반 작업에 들어갔다. 투입된 제작비만 해도 약 1억 5천만 달러, 한화로 약 1,990억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옥자>, <기생충>으로 합을 맞춘 정재일 음악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함께한다. <미키 17>은 한차례 티저 예고편을 공개함과 동시에 북미 개봉일을 2024년 3월 29일로 확정한 상황. 국내에서는 동시 개봉 또는 조금 더 이른 3월 중순에 개봉할 것으로 추측되지만 할리우드 작가 파업으로 인해 개봉일이 변경될 확률도 적지 않다. 한편, <미키 17>은 지난 6월 극비리에 이루어진 내부 스크리닝 테스트에서 대다수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재밌으면서도 동시에 영리하게 정치적이며, 액션은 덜 중요하지만 날카롭고 스릴 있다"라며 영화에 대한 호평을 남겼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탐구는 <미키 17>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또 다른 차기작으로 심해를 다룬 애니메이션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미정의 심해 애니메이션은 2018년부터 봉준호 감독이 준비해온 또 다른 프로젝트라고. 이전형 포스크레이티브 파티 대표는 "2021년 국내외에서 투자 피칭을 했으며 현재는 메인 캐릭터, 환경 디자인을 끝냈다. 감독님과 6~8개월 카메라 워크를 잡고 프리 비주얼 작업을 할 예정이다"라며 "내후년엔 애니메이팅을, 그다음 해엔 렌더링에 들어갈 것이다. 빠르면 2025년, 늦으면 2026년 개봉이 목표"라고 전했다. 


<지옥> 스틸컷. 출처 / 넷플릭스
<지옥> 스틸컷. 출처 / 넷플릭스

연상호
넷플릭스 <지옥> 시즌 2
넷플릭스 <선산>

소처럼 일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장르의 귀재, 연상호 감독은 최근 OTT 플랫폼을 통해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 자신만의 염세적인 세계관을 녹여내며 '연니버스'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2024년에도 역시 연상호 감독의 '연니버스'는 끊임없이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시즌 2로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옥>은 지난해 9월 넷플릭스 글로벌 팬 이벤트 '투둠'을 통해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팬들의 기다림에 부응했다. 구체적인 시놉시스는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시즌1의 엔딩으로 미루어 보아 시연을 받은 박정자(김신록)와 정진수(김성철)이 부활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릴 것으로 추측된다. 

<지옥> 스틸컷. 출처 / 넷플릭스

주요 인물을 연기했던 김현주, 김신록, 양익준이 시즌1에 이어 다시 한번 출연을 결정했으며,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유아인을 대신해 김성철이 새진리회의 교주 정진수 의장 역으로 출연한다. 또한 양동근이 김현주와 함께 비밀단체 '소도'를 이끄는 리더로 캐스팅됐으나 개인 사정으로 불발되면서 배우 홍의준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게 됐다. 그와 함께 문근영이 '햇살반선생' 역으로 새로운 화살촉의 리더 역으로 출연해 연기 변신을 꾀한다. <지옥> 시즌2는 2024년 공개를 목표로 현재 제작 중이다.

출처 / 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은 뛰어난 연출력을 지닌 감독이자 동시에 유능한 각본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옥> 시즌2와 더불어 넷플릭스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의 기획과 각본을 맡아 팬들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선산>은 작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으며 불길한 일들을 연쇄적으로 겪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한국인의 뿌리가 있는 '선산'이라는 소재를 한 가족의 비밀스러운 가족사와 연관시켜 예측 불허의 스토리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선산>은 <부산행>, <염력>, <반도>까지 조감독으로 호흡을 맞춰온 민홍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옥>과 <정이>를 통해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불리는 김현주가 선산의 상속자 윤서하를 연기하며, 박희순이 예리한 감각을 가진 형사 최성준으로 출연한다. 성준의 후배이자 반장인 박상민 역엔 박병은이 캐스팅됐다. 또한, <더 글로리>로 주목받고 있는 박성훈이 양재석 역으로 합류해 신스틸러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영화 <하얼빈> 포스터

우민호
영화 <하얼빈>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충무로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 두 편의 작품을 더해 '욕망 3부작'을 완성시켰다. 주로 유신정권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권력을 쥔 자들의 탐욕과 파멸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았으며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제4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치 첩보물에 강점을 지닌 우민호 감독은 이제 시대를 거슬러 안중근 의사를 통해 일제강점기 시대를 조명하려 한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조국과 떨어진 하얼빈에서 일본 제국에게 빼앗긴 대한 제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 액션 대작이다.

<마약왕> 촬영 현장 속 우민호 감독

<하얼빈>은 우민호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연출 영화로, <남산의 부장들> 이후 2년 10개월 만의 복귀작이다. 안중근 의사 역에는 배우 현빈이 캐스팅돼 시대를 빼앗긴 자의 외로움, 목숨을 건 독립운동과 거사를 앞둔 투사의 의지, 고뇌를 통해 폭넓은 감정 연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그와 함께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안중근의 독립투사 동지 우덕순 역에는 배우 박정민이 출연을 확정 지었다. 그 밖에도 <내부자들>, <마약왕>으로 호흡을 맞춘 조우진이 독립군 동지 김상현 역을, 독립군 공부인 역엔 전여빈이 캐스팅됐다. 배역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정우성이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하얼빈>은 지난해 11월 크랭크인해 몽골과 라트비아 로케이션을 거쳐 올 3월 촬영을 마무리했다. 현재 후반 작업 중이며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