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리 소신 발언 "일본에서 일어난 일 보여줬어야..."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올해의 성공작을 뽑으라면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오펜하이머>. 크리스토퍼 놀란이 자신의 페르소나 킬리언 머피와 함께 한 <오펜하이머>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기반으로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그렸다. 3시간이란 긴 상영 시간과 (북미 기준) R등급이란 장벽에도 전 세계 9억 달러를 돌파하며 크리스토퍼 놀란의 흥행기를 이어갔다.
이번 영화는 현대 과학사에서 큰 변곡점인 원자폭탄 제조사를 다루기 때문에 공개 전 우려를 사기도 했다. 사극은 아니지만 영화 <이터널스>에서 히로시마 원폭 장면을 묘사하면서 논란을 빚었던 전적이 있기 때문.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면 영리한 방법으로 연출해 이런 논란을 피해 갈 것이란 기대가 컸고, 실제 영화에서도 원폭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뉴스 보도로만 간접 묘사됐다.
다만 이렇게 원폭 장면을 생략한 것에도 의견이 양분됐다. 영화에서 보이듯 원자폭탄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무기에 가까웠고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줘야 했다는 의견과, 영화가 오펜하이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만큼 오히려 필요 없다는 반박이 오갔다.
최근 <오펜하이머>를 언급한 스파이크 리 또한 '원폭 장면을 보여줘야 했다' 쪽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비판은 아니고, 그냥 의견일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연 후, “이 영화가 3시간이나 되는데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 분 더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기화됐고, 방사능에 노출됐다. 놀란에게 권한이 없는 건 아니었을 텐데, 영화 마지막에 두 개의 원자폭탄이 투하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물론 스파이크 리는 “놀란은 훌륭한 영화 제작자”, “이 모든 말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거듭 말하며 <오펜하이머>가 마음에 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시각이야말로 <똑바로 살아라>, <말콤 X>, <블랙클랜스맨> 등 사회적인 시각을 담은 영화를 만든 스파이크 리 답다.
새로운 마틴 루터 킹 영화, 연출은 크리스 록에 총괄 프로듀서 스티븐 스필버그
문제작을 뛰어넘는 영화가 될까. 아카데미 무대에서 윌 스미스와의 충돌로 주목 받았던 크리스 록이 오랜만에 장편 영화 연출에 나선다. 그것도 마틴 루터 킹의 이야기로.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끈 마틴 루터 킹은 여러 영화에서 그려진 바 있다. 크리스 록이 연출할 영화는 조나단 에이그가 집필한 평전 「킹: 어 라이프」(King: A Life)를 바탕으로 한다. 크리스 록은 2014년 <탑 파이브> 이후 10년 만에 장편 영화 연출로 돌아온 것(중간에 TV 코미디 쇼는 연출했다).
이번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기 때문. 물론 총괄 프로듀서가 감독이나 각본가, 프로듀서 이상으로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작품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는 영향이 있기에 이번 마틴 루터 킹 전기 영화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기대하게 한다.
또 이번 영화의 원작 「킹: 어 라이프」는 기밀 해제된 FBI의 정보까지 포함된 평전으로 북미에서도 발간 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그야말로 마틴 루터 킹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반응. 2014년 영화 <셀마>를 뛰어넘는, 사실적이고 강렬한 문제 의식을 제기하는 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나이드는 것, 짜증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르다지만, 모든 사람들이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 세월, 나이다. 한때 최고의 육체미로 칭송받은 아놀드 슈왈제네거 또한 시간을 피해갈 순 없다. 여전히 나이에 비하면 건강한 몸을 가진 그이지만, 그럼에도 그 또한 나이 드는 것이 “짜증난다”고 한다.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형편없다’ 생각하게 돼 웃음이 난다”고 입을 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우람하고 탄탄했던 육체가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왈제네거는 “나이가 들면서 몸매가 점점 더 나빠지는 건 나이 들며 일어나는 일 중 하나”라고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체의) 아주 좋은 형태를 가진 적이 없다. 몸매가 나빠진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을 내비쳤다.
그는 “몇 년 동안 최고의 몸으로 칭송받아왔는데 50년이 지나자 그 자리에 있는데도 그 몸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말하며 “30대, 40대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물론 그가 당시에 비하면 형편없는 몸일 수 있지만, 드라마 <푸바>로 복귀한 그는 여전히 70대 노인이라곤 믿을 수 없는 체력과 몸매를 보여주고 있다. 본인은 아쉬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모든 팬들은 그의 몸매보다 건강한 노후를 바라고 있을 것 같다.
공포 영화 사이에서 고군분투 애니메이션
국내는 추석 연휴로 여러 대작이 극장가를 찾았다. 북미 박스오피스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북미 극장가는 추수감사절 시즌이 성수기라서 (그리고 할리우드 조합 파업의 여파인지) 현재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의 러시는 잠시 멈춘 상황.
그렇지만 북미 극장가에서 놓치지 어려운 구경거리가 있으니 바로 박스오피스를 휘어잡고 있는 <퍼피 구조대: 더 마이티 무비>다. 국내에도 10월 6일 개봉한 <퍼피 구조대: 더 마이티 무비>는 북미에서 9월 29일 개봉했는데, 현재 3천만 달러 가량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3위를 수성하고 있다. 절대적인 수치로는 '이게 놀랄 정도인가?' 싶은데, 같은 날 개봉한 <쏘우 X>가 아직 2,600만 달러 가량에서 머무르고 있으니 분명 호재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될지 미지수. 10월 6일 개봉한 <엑소시스트: 믿는 자>가 거의 5배 가량의 차이(개봉일 1,1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하면서 틈새시장 공략이 어려워졌기 때문. 일단 월드 와이드 성적으로는 제작비 3천만 달러에 준하는 5,800만 달러를 넘었는데, 1편 <퍼피 구조대 더 무비>가 1억 4천만 달러 수익을 올렸으니 조금은 배 아플지도.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