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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마약 제조 농아, 〈D.P.〉탈영병 등.. 작품 속 유난히 눈에 띄는 배우 김동영

김지연기자

평범한 얼굴로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 배우, 김동영. 길 가다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얼굴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는 가공할 만한 존재감을 뽐낸다. 특정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기에, 배우 김동영은 공시생부터 탈영병, 농아 등의 다양한 배역을 아우르며 선과 악, 장난스러운 캐릭터부터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캐릭터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그래서 김동영은 ‘작품에 잘 스며드는’ 배우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권상우 아역, <짝패>(2006)의 이범수 아역, "얌마 도완득!"이라고 완득이를 부르던 <완득이>(2011) 유아인 친구 등으로 시작한 필모그래피는 어느새 <독전>, <소년들>, <거미집> 등 굵직한 영화의 주요한 조연으로 빼곡하게 가득 찼다. “어떤 역할이든 모든 걸 다 도전해 보고 싶다”라던 김동영은 2004년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의 단역으로 데뷔한 이래 벌써 20년 차(반 아이들 중 한 명으로 출연한 <내 마음의 풍금>(1998)까지 치면 26년 차)가 되었다. 그래서 김동영이 출연한 작품 중, 인상 깊은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독전>(2018) <독전 2>(2022) 농아 마약 제조 기술자 ‘만코’

(*<독전> 1편에서는 김동영이 맡은 배역은 ‘동영’, 이주영은 ‘주영’ 역으로 표기됐으나 <독전 2>에서는 ‘만코’와 ‘로나’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농아 남매를 연기한 배우 이주영과 김동영. 사진=배우 김동영 인스타그램 @kimdongyeong88
농아 남매를 연기한 배우 이주영과 김동영. 사진=배우 김동영 인스타그램 @kimdongyeong88

김동영은 <독전>에서 배우 이주영과 남매로 출연했다. 그들은 수화로 소통하는 농아 남매로, 마약 제조 기술자다. 그들이 서로에게 수화로 욕을 하며 투닥투닥 하는 모습은 진한 장르물 속 현실 남매를 방불케 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김동영은 농아 연기를 하기 위해 이주영과 함께 수화 센터를 다녔고, 찰진 대사의 ‘핑퐁’을 주고받기 위해 위해 하루 열다섯 시간 동안 수화를 맞춰본 적도 있다고. 덕분의 둘의 케미는 관객들에게 웃음은 물론, 공포감과 위압감까지 전달하며 ‘세상에 없던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김동영은 1편에 이어 <독전 2>에도 다시금 등장해 강렬한 한 방을 남겼다. <독전 2>는 한국 최초의 ‘미드퀄’ 작품으로, 1편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공백의 시간에 서사를 입혔다. 전편의 농아 남매가 진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인지 어김없이 다시 등장해 '핑퐁'을 주고받는 농아 남매는 역시나 충격적일 만큼 강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김동영은 ‘만코’를 연기하며 수화로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그는 ‘허투루 연기하거나 관객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갖고 임했고, ‘만코’ 캐릭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덧입히며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해나갔다. 그는 “(농아 남매는) 제대로 교육을 안 받은 사람이니까 동선도 거칠고 팍팍 힘이 들어가게 표현했다”라고 밝혔다. 덕분에 그가 연기한 만코는 생동감이 넘치고 개성 있는 씬 스틸러가 되었다.

 


<D.P.> 최준목 탈영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1화 ‘꽃을 든 남자’가 주인공 준호(정해인)가 D.P에 입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며 시리즈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에피소드라면, 2화 ‘일장춘몽’은 시리즈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주요한 에피소드다. 배우 김동영은 이 에피소드에서 D.P.조가 추적하는 탈영병 ‘최준목’ 역을 맡아 시리즈를 끝까지 정주행할지, 혹은 그만둘지를 고민하는 시청자들에게 단단한 쐐기를 박았다. 어디 가지 말라고, 시리즈를 끝까지 봐야만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군대의 이면과 부조리를 짚어내고자 하는 드라마의 핵심은 그가 연기한 최준목 탈영병으로부터 서서히 드러난다. 최준목은 군대에서 코를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쓴 채로 물고문을 당하는 등, 군대 내 가혹행위로 인해 탈영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그저 ‘편하게 자고 싶다’라는 작은 소망조차 도무지 이룰 수 없는 군대의 현실. 지하철 의자를 침대 삼아 잠드는 최준목의 모습에서는 드라마가 전하는 묵직한 진심이 와닿는다. 회차의 말미에 최준목이 엄마와 통화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탈영병이라는 신분 뒤에 가려진 개인의 사연과 군대의 구조적인 모순에 포커스를 두고자 하는 드라마의 지향점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밀정>(2016) 의열단원 '허철주', <거미집>(2023) '조감독'

배우 김동영은 영화 <밀정>(2016)에서 김지운 감독의 선택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밀정>에서 의열단원 ‘허철주’ 역을 맡았는데, 그는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을 우직하게 지키며 시대극에 잘 녹아들었다. 한편 김동영은 <밀정>에 특별출연한 배우 이병헌과는 <내 마음의 풍금>(1999)에서 선생과 제자로 짧게 만난 적이 있는데, 이병헌에게 그 말을 꺼내니 신기해했다고 한다.

 

〈거미집〉에 출연한 배우 김동영. 사진= 배우 김동영 인스타그램 @kimdongyeong88
〈거미집〉에 출연한 배우 김동영. 사진= 배우 김동영 인스타그램 @kimdongyeong88

김동영은 <밀정>에 이어 <거미집>으로 다시 한번 김지운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영화를 만드는 영화답게 그가 맡은 배역은 ‘조감독’으로, 이리저리 쩔쩔매지만 또 어찌어찌 해내는 현실 직장인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그는 감독 ‘김열’(송강호)과 오랜 세월 함께 일을 했다는 설정으로, 지칠 대로 지쳤지만 결국 영화 ‘거미집’(영화 속 영화)을 무사히 마무리하기 위해 배우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 촬영이 중단될 것 같은 순간마다 기발한 순발력과 위기 대처 방법으로 ‘어찌저찌 해내기는 하는’ 그의 모습은 <거미집>의 큰 재미 요소다.

 


<소년들>(2023) 누명을 쓴 소년 ‘권창호’

<소년들>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소년들의 실화를 토대로 사회의 부조리를 재조명하는 작품이기에,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소년들’이다. 그중 소년들의 현재 모습을 연기한 배우 김동영과 유수빈, 김경호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화의 감동을 책임졌다. 그들은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건드렸는데, 그중 김동영의 진중한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김동영이 연기하는 청년이 된 소년 ‘권창호’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형사들에 대한 적대감을 지니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담담하고 묵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현실에 순응하는 듯하면서도 우직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전달하는 그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에 큰 파괴력을 전했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