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자신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한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관람하기 위해서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015년 발표한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 및 제39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포함 5관왕을 기록한 작품이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가 이복 여동생 스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며 가족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그려냈다. 또한,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카호, 히로세 스즈 등 당대 일본의 톱스타들이 참여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특히 국내에서 호평받았는데, 개봉 보름 만에 관객 수 5만 명을 돌파하며 다양성 영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영화가 무대화되는 만큼 연극의 출연진에도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배우 한혜진·박하선·임수향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스타들이 참여해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네 자매 중 첫째 ‘사치’ 역에 한혜진과 둘째 ‘요시노’ 역의 임수향은 첫 연극 도전이다. 배우 한혜진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브라운관을 넘어 무대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이유에 대해 ‘훌륭한 원작 영화이기에 용기를 내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치, 요시노, 치카 그리고 스즈 네 명의 자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무대화해 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감동했으며 또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오는 17일 개막하는 연극 <옆집사람> 역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염지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 <옆집사람>은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제40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해 제26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제21회 뉴욕아시안영화제, 제4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받으며 염지호 감독은 첫 장편영화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작품은 5년 차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찬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험 접수비를 빌리기 위해 예정에 없던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가 만취한 찬우가 다음 날 낯선 원룸에서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린 채 죽어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영화는 원룸촌을 배경으로 층간 소음, 고독사, 개인주의 등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지난해 10월 초연을 마친 연극 <옆집사람>은 원작의 탄탄한 만듦새를 바탕으로 신선한 무대 구성과 참신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초연 당시 원작 영화의 연출을 맡은 염지호 감독과 출연 배우 오동민이 연극을 관람하며 만족스러운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염 감독은 “영화보다 더욱 가볍게 각색되어 관객들이 작품에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으며 배우 오동민은 “원작을 유지하며 연극적 창의력이 잘 더해졌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호평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에 돌입하는 연극 <옆집사람>에는 배우 유일한, 김호창 등이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더한다.

정소민, 채수빈, 김유정,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 등 탄탄한 연기력과 인지도를 두루 갖춘 배우들이 선택한 영화 원작의 연극도 있다. 지난 1월 개막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이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공연한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평소 무대에서 보기 힘든 배우들의 출연으로 개막 전부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같은 초호화 캐스팅이 가능했던 이유는 원작 영화 덕이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그 해 골든 글로브 4관왕,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4개 부문 및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 등을 휩쓸며 영화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사랑에서 탄생했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1593년 영국의 런던, 열정을 잃은 가난한 신인 작가 ‘윌 셰익스피어’가 연극 오디션에 남장하고 찾아온 귀족의 딸 ‘비올라’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가난한 귀족 ‘위섹스’와 정략결혼을 앞둔 ‘비올라’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괴로워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집필한 작품이 희대의 역작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것이다.
촉망받는 작가 ‘윌 셰익스피어’ 역은 최근 넷플릭스 <내 이름은 마더>(2023)에 출연한 조셉 파인즈가, 남장을 하며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는 배우 ‘비올라’역에는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마지막으로 할리우드 은퇴를 시사해 화제를 모았던 기네스 펠트로가 맡았다.

영화 <셰익스 피어 인 러브>를 연극화한 작품은 2014년 7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이 올라온 뒤 미국, 일본 등 각국으로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초호화 캐스팅과 더불어 고가의 티켓 가격이 논란이 되었다. 국내 연극 중 최초로 10만 원대를 넘어선 11만 원으로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OP석, 1층석 기준) 스타 캐스팅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제작진은 “공연을 보신다면 가격을 납득할 것”이라며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22명의 출연진으로 일반 연극보다 참여 배우가 많은 점, 많은 무대 전환 장치 등을 이유로 들며 ‘가격이 아깝지 않은 연극이라는 평을 듣겠다’는 다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많은 소설, 웹툰(만화), 연극(희곡) 등이 영화화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소설 원작)과 <강철비>, <신과 함께> (웹툰 원작) 그리고 <살인의 추억>, <왕의 남자> (연극 원작) 등이 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원작들은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더욱 풍성하게 전달되곤 했다.
한편, 영화가 타 장르의 원작이 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야기’라는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지만 그 외에도 촬영 기법과 특수 효과, 편집술 등이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작 비용과 시간의 비효율성이 영화 원작으로 하는 데에 방해 요인이 된다. 그럼에도 풍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서사와 연출, 생생한 배우의 연기 등 영화만이 가진 매력을 바탕으로 영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중은 예술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방식을 계속해서 재정의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