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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누구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세계에 새로운 궤적을 그린〈괴물〉

추아영기자
〈괴물〉포스터
〈괴물〉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만나 새로운 궤적을 그려냈다. 영화 <괴물>은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둘의 변증법을 통해 탄생한 괴물같은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은 일본 최고의 각본가라고 불리는 사카모토 유지와 음악가 고 사카모토 류이치, 세 사람의 만남으로 화제에 올랐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도 수상해 해외에서 이미 작품성을 입증한 작품이다. <괴물>의 순풍은 국내에서도 이어질 듯하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일 당시 예매 오픈 2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으며, 공개 이후에도 실관람자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가 쏟아져 나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은 11월 29일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다. 

 

<괴물>의 미스터리는 마을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 이후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소년 미나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고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학교로 찾아간다. 그러나 학교의 교장 선생님(타나카 유코)을 비롯한 교사 일동은 사건에 대해 미적지근하게 대응한다. 한편, 미나토를 괴롭혀왔다고 추정되는 호리 선생(나가야마 에이타)은 오히려 미나토가 같은 반 친구인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따돌려 왔다고 주장한다.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사오리는 자신이 모르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해간다. 의문의 사건을 다룬 영화는 다른 시선을 가진 인물을 중심에 두고 3부로 구성되었다. 플롯이 진행될수록 미스터리는 중첩되고, 걷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의 소용돌이 속에서 관객들은 ‘괴물이 누구일까?’ 물으며 진실게임에 참여한다.

 

"나도 모르게 누가 나쁜 것인지 괴물을 찾고 있었다.

나는 절대로 쓸 수 없는 플롯이다."

〈괴물〉스틸컷
〈괴물〉스틸컷

오랫동안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의 협업을 염원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괴물>로 소원을 이뤘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그의 작품이 공명하는 부분에 대해서 “접근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같은 소재와 모티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괴물>은 사카모토 유지의 미완성된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데뷔작을 제외하고 매번 자신이 집필한 시나리오를 연출했던 고레에다는 “유지가 쓴 긴 플롯을 읽고 처음 이 영화를 접했다. 플롯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나고는 있는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또 나도 모르게 누가 나쁜 것인지 괴물을 찾고 있었다. 나는 절대로 쓸 수 없는 플롯이다”라고 이번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사카모토 유지의 협업은 3년에 걸쳐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영화 작업이 지연되면서 미완성된 각본을 매만질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 3년 동안 캐치볼을 하듯이 영화의 디테일한 것들에 대해서 조정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스와 호수와 학교에도 함께 가보았고, 배우의 오디션도 함께 보며 공동 작업을 많이 했다.” 둘은 한 작품 안에서 고유의 자장을 형성했다. 1장과 2장은 사카모토 유지의 스타일이 두드러져 촘촘한 플롯으로 극의 미스터리에 관객을 흡인시킨다. 3장에 이르러서는 두 소년의 일상 묘사가 늘어나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스타일이 더욱 묻어났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역 배우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 이유

<괴물>에는 반가운 얼굴이 등장한다. 안도 사쿠라 배우는 황금 종려상을 거머쥔 <어느 가족>(2018)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작업한 이후 <괴물>로 다시 호흡을 맞추었다.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는 싱글맘 ‘사오리’ 역을 맡았다. 또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의 드라마 <마더>(2010)와 <아노네>(2018)에서 등장한 타나카 유코 배우도 교장 선생님 역을 맡아 열연을 보인다.

아역 배우 연출의 대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아역 배우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는 평소 아역 배우들에게 대본을 미리 주지 않고, 현장에서 대사를 알려주며 즉흥 연기를 시키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감정을 연기해야 했기에 즉흥 연기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했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대본을 미리 준다는 것을 전제했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하고 싶었다”

〈괴물〉스틸컷
〈괴물〉스틸컷

<괴물>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제껏 선보여 온 가족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이전작에서 가족 내부의 문제를 통해 일본 사회의 전체적인 문제를 은유해서 비판했다면, <괴물>은 가족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문제를 직유해서 정면으로 비춘다. 1장에서는 싱글맘에 대한 편견을, 2장에서는 교육 행정의 부조리와 교권 추락의 실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3장에서는 영화 전체에 드러난 학교 폭력 문제를 전면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가정 폭력의 문제도 들추어 낸다. 어린 미나토와 요리는 일본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 속에 갇혀 있다.

감독은 자신의 가족 영화에서 일상 묘사에 중점을 둔 이유로 “이전에는 아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를 보고 관객이 공감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두 소년에게 공감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괴물은 누구인가? 일상 속 폭력을 들추다

〈괴물〉스틸컷
〈괴물〉스틸컷

<괴물>에는 제각기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고, 괴물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영화의 주요 공간인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학부모에게 “완전 괴물이야 괴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그들은 은연중에 싱글맘 사오리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학교를 지키기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려 하기도 한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고찰하며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이 말하기의 무능과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고 말했다. 고레에다와 사카모토는 악의 평범성을 사회의 복잡하게 얽힌 여러 관계를 통해 그려낸다. 괴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절된 소통이 아닐까. 영화에서 자신이 괴물인 것을 아는 사람은 미나토 단 한 명뿐이다.

감독은 “영화에는 ‘일반적인’이라는 말, ‘남자는 이러해야 한다’, ‘남자다운’이라는 표현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상처 주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이지만, 그런 말을 듣는 소년들에게는 그 말이 억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결국 누구도 가해를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받게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보여주려고 했다”고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