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집 애들은 빨리 큰다던가.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 뼘은 더 자란 듯한 모습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21일 오전, <괴물>의 두 주역,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와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가 국내 취재진들을 만났다. 이날의 기자간담회는 마치 거대한 공동육아의 현장인 것처럼, 두 배우의 말 하나하나에 주의를 집중하고 그들을 기특해하는 어른들의 미소로 가득했다.

현재 <괴물>은 국내 누적 관객 수 30만 명을 넘겼고, 21일 기준 금주 개봉작 <노량: 죽음의 바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제치고 압도적인 좌석판매율을 기록하며 '역주행'을 이루고 있다. '몬스터버스터'(<괴물>+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할 정도. <괴물>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기인 아역 배우 디렉팅이 빛을 발한 가운데, 2009년생 쿠로카와 소야와 2011년생 히이라기 히나타에게 <괴물> 흥행에 대한 소감을 직접 들어보았다.

지난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팬들을 만났어요. 두 달 만에 한국에 다시 오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쿠로카와 소야(이하 소야) 도쿄는 12월에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 서울은 도쿄랑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추워서 깜짝 놀랐어요.
히이라기 히나타(이하 히나타) 저는 교토에 살고 있는데, 교토도 추울 때는 굉장히 추워지는 편이라서 추위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에 와보니 너무 추워서 얼어붙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관객분들께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관객분들의 따뜻한 목소리를 듣고 나니까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어제부터 서울에 와서 한국 팬들을 만나고 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한국 팬이 있나요?
소야 어제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입구에서부터 굉장히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계셨어요. 너무 깜짝 놀랐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기뻤어요.
히나타 많은 분들이 볼 하트를 해달라고 말씀해 주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히나타는 볼 하트를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미나토와 요리에 대해서 각자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해요.
히나타 처음 각본을 읽었을 때, 요리는 왠지 붕 뜬 느낌이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항상 즐거워 보이는 식으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야 미나토는 굉장히 생각이 많고, (주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디에든 그런 사람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미나토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완성된 영화 <괴물>을 보고, 본인 연기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나요?
히나타 굉장히 많은 아쉬움이 남아요. 셀 수 없이 많을 만큼.
소야 저는 사실 모든 장면이 아쉬워요. 현장에서는 감독님께 “한 번 더 하면 안 될까요?”라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영화가 굉장히 훌륭하게 나와서, 지금은 후회가 없습니다.

한국에 와서 먹은 음식 중 기억에 남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히나타 어제 저녁으로 스태프분들과 다 같이 돼지갈빗집에 갔는데요. 거기서 꽃살이라는 것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습니다.
소야 네 저도 그 고깃집에서 나온 계란찜이 너무 맛있어서요. 집에서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괴물>에 캐스팅되었을 때,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히나타 (소야가) 굉장히 잘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좌중 웃음)
소야 (히나타를 봤을 때) 대본에서 읽었던 요리가 그대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딱 맞아떨어지는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제가 히나타를 가끔씩 요리라고 부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히나타가 화를 냅니다.
히나타 나 화 안 냈어!

<괴물>은 괴물이 누구인지 찾게끔 만드는 영화에요. 두 배우는 괴물이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소야 저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괴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 다른 배우분들 모두가 저한테 굉장한 자극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정말 다들 대단한 괴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히나타 저도 모두가 엄청나고 대단하기 때문에, 모두가 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괴물>은 어른들의 편견에 관해 질문하는 영화이기도 해요. 두 배우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요.
히나타 굉장히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소야 저는 아직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밝히길, <괴물> 촬영 전 모든 배우들이 LGBTQ 교육을 받았다고 했는데요. 두 배우는 어떻게 교육을 들었나요?
소야 전문가 선생님이 직접 강연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이 LGBTQ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배웠습니다.
히나타 그리고 실제 LGBTQ이신 분들도 만났어요. 이럴 때는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듣고 깨닫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른들하고 촬영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요.
소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현장에서는 모든 분들이 저를 아이가 아니라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해 주시고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래서 저도 (감독님이나 스태프분들과) 여러 가지 상의를 한 적도 있고요.
히나타 모든 어른들이 굉장히 다정하게 대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말을 걸거나, 이야기를 하기 편했습니다. 다양한 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일을 하다 보면 친구들과 같이 못 놀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아쉬운 건 없나요.
히나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다 보면 근처에 항상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그 할머니가 저랑 친구가 되어서, 할머니 댁에 가기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소야 학교 친구들이 제가 일(배우)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거리가 멀어진 점이 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늘어나지는 않는데, 예전부터 친했던 친구들은 저를 변함없이 대해주기 때문에 그 친구들과 잘 놀고 있습니다.

실제로 <괴물> 촬영 중, 히나타와 소야가 싸우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왜 싸웠나요?
히나타 실제로 많이 다투었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굉장히 여러 번 싸웠다는 사실 자체는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사이좋게 지내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면 싸운 거를 잊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고레에다 감독님은 어쩌면 저희가 현장에서 싸운 상태였다는 것을 모르고 계셨을 수도 있어요. (사회자 “오늘 이걸 보시면 알게 되실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소야 저희가 다투게 된 건 정말 사소한 일들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조수석이 좁네, 안 좁네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서로 말다툼을 했습니다. 그런데 히나타는 제가 고민이 있을 때, 저에게 말을 걸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친한 친구로 지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고레에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저희가 싸웠다는 것을 아셨을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웃음을 짓고 계셨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두 배우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것인가요.
소야 저는 미나토와 요리가 함께 하교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미나토가 요리에게 “오늘 미안했어”라고 하면서, 운동화 한 짝을 요리에게 빌려주잖아요. 그래서 두 명이 모두 신발을 한 짝식 신고 콩콩콩콩 뛰어가는 부분을 제일 좋아합니다.
히나타 저는 마지막 엔딩 신을 좋아합니다. 밝은 미래가 있을 것 같은 장면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굉장히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한 마디를 전한다면.
소야 한국에서는 지금 <괴물>이 상영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안 보신 관객분들은 영화관에 가셔서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또 이미 보신 분들은 여러 번 영화관에 가서 다시 보시게 되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훌륭하고 깊은 의미가 숨겨진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한 번 더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히나타 많은 분들이 <괴물>을 응원해 주셔서 기쁩니다. 이 영화는 정답을 맞히고 싶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여러 번 다시 보면 새로운 발견도 하게 되고,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많을 것 같아요.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