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불신과 방관이 만연한 사회에 비추는 빛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소년 잔혹사 버전 ‘라쇼몽’. 불신과 방관의 풍경이 이어지는 사이, 그 안에서 하릴없이 할퀴어지는 존재들을 책임감 있게 응시하는 영화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는 구조는 일부만을 보고 잘못된 판단에 도달하는 과정을 대부분 촘촘하게 그려내지만, 약간은 인위적인 도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두 소년 배우의 아름다움과 존재감이 이야기를 압도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퀴어와 집단 괴롭힘 등의 이슈에 폐쇄성으로 대응하는 동시대 일본 사회를 겨냥하고 각자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듯한 날카로움은 분명 인상적이다. 화마와 태풍, 악의적 편견과 뜬구름같이 무수한 소문이 지나간 자리엔 어김없이 약동하는 에너지와 희망찬 빛이 들어찬다. 믿어야 할 것은 결국 그런 것뿐이라는 듯이.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당신은 괴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
학교 폭력 사건이 학부모, 교사, 아이의 입장에서 3번에 걸쳐 재구성된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이 되는 전쟁이 벌어지는 학교를 진절머리 날 정도로 세밀하게 담아냈다.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의 실체는 무엇인지, 누구의 잘못인지, 대체 괴물은 누구인지 화살을 돌릴 대상을 찾게 되는데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괴물은 바로 단죄할 대상을 찾고 있는 나였다는 걸 깨닫게 만든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우린 얼마나 타인을 단편적인 것들로 판단하며 살고 있을까
★★★★
<괴물>에 악인은 없다. 같은 사건을 ‘다른 시점/자신에게 주어진 정보 값 안’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있을 뿐. 형식이 곧 서사로 기능하는 영화다. 시점이 바뀔 때마다 감춰진 진실이 하나둘 드러나고, 숨겨져 있던 감정이 피어오르면서 카메라의 눈으로 극을 따라가던 관객을 연신 각성시킨다. 안다고 생각했던 주변인에 대해서도 이럴진대, 생판 모르는 타인을 우린 얼마나 단편적인 것들로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버릴 것 하나 없는 대사와 탄탄하게 구축된 캐릭터와 유려한 구조 등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 자체도 훌륭하지만, 다층적인 폭력이 드리워진 이야기에 따뜻한 감성을 부여하고 인물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부여한 특유의 태도 덕분일 것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거장인 이유
★★★★☆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감독의 연출은 <괴물>에 이르러서 보다 깊은 통찰을 발휘한다. 영화 속 누가 괴물인가를 찾는 관객마저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영화에 압도당할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사카모토 유지의 정교한 각본, 두 아역 배우들을 포함한 출연 배우들의 무시무시한 연기, 사카모토 류이치의 절묘한 음악을 아우르고 조율하는 장인의 솜씨는 완전한 경지에 다다른 듯하다. 인간에게 끊임없이 절망하면서도 끝내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그의 영화가 일종의 구원처럼 다가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싱글 인 서울
감독 박범수
출연 이동욱, 임수정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더니
★★★
기대했던 ‘싱글의 사랑법’은 다소 싱겁다. 싱글의 삶을 지향했던 남자가 결국 관계의 중요성을 절감해 간다는 서사가 새로울 것 없이 결말로 향한다. 정작 더 눈길을 끄는 건, 서툴렀던 첫사랑에 대한 왜곡된 기억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본지보다 부록이 더 흥미롭단 인상도 드는데, 그러거나 저러거나 이소라의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가사는 진리임을 다시금 증명하는 무난한 멜로물.
레슬리에게
감독 마이클 모리스
출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오웬 티그, 마크 마론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
영화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에게 복권 당첨이란 큰 영광을 안겼다가, 1분도 안 돼 그 영광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인생 가장 밑바닥으로 내모는 것으로 문을 여는 영화. 이 엄청난 간극을 끌어안아 캐릭터 안으로 침전하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연기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시작이자 끝이다.
사형에 이르는 병
감독 시라이시 카즈야
출연 아베 사다오, 미즈카미 코시(오카다 켄시)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연쇄살인범의 진실게임
★★★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독특한 설정으로 끌고 나가는 범죄 스릴러. 친절한 빵집 주인 행세를 하며 24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감옥에서 도움을 요청한다. 그가 연락한 상대는 가게 단골손님으로 지금은 법학도가 된 청년.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아웃사이더였던 청년이 연쇄살인범의 부탁을 받아 사건을 조사하면서 겪는 심리 변화와 한 사람이 연쇄살인범이 되는 과정을 주도면밀하게 엮었다. 연기파 배우 아베 사다오와 라이징 스타 미즈카미 코시의 연기 대결, 마지막 반전이 숨 막히는 심리 스릴러의 묘미를 선사한다.
무경계
감독 진재운
출연 남난희, 김복순, 김명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K-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넓히다
★★★
한반도의 국립공원 22곳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한반도의 경이로운 자연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산과 바다,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3부작 방송 다큐멘터리를 합쳐 영화로 만들면서 산, 바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한 연출이 새로운 감흥을 일으킨다. 수려한 영상미 못잖게 자연과 삶을 이야기하는 내레이션이 마음에 와닿는다.
극장판 우당탕탕 은하안전단: 진정한 용기!
감독 정지훈
목소리 출연 김은아, 엄상현, 신용우, 남도형, 이지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모험도, 웃음도, 교육도 블록버스터급
★★★☆
EBS 안전교육 애니메이션 시리즈 <우당탕탕 은하안전단>의 첫 극장판. 은하안전단을 이끄는 대장 철수와 박살 행성의 왕 ‘쿠왕’은 겁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용기 원정대를 꾸리고 은하안전단의 로봇 팀원들이 합류한다. 사막, 열대우림, 북극, 얼음성, 사원 등 익숙한 어드벤처 코스 안에 안전 정보와 안전 수칙을 녹여 쉽고 재미있게 안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위험한 행동과 용기 있는 행동은 다르다는 것이 핵심 주제. 사고뭉치 캐릭터들이 주는 웃음도 크다.
극장판 파워 디지몬 더 비기닝
감독 타구치 토모히사
목소리 출연 카타야마 후쿠쥬로, 오가타 메구미, 에노키 준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비밀과 업그레이드로 승부하는
★★★
<디지몬> 시리즈의 11번째 극장판. <디지몬 어드벤쳐 라스트 에볼루션: 인연>(2020)의 후속편으로 3년 만에 선보이는 극장판이다. 선택받은 아이들의 기원을 다룬 작품으로 인류 최초로 디지몬과 파트너를 맺은 인간 루이와 최초의 디지몬 웃코몬이 새롭게 등장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새 캐릭터들의 높은 비중과 그로테스크한 일부 장면 연출에 반감을 느낄 수도 있다. 디지몬 진화 장면과 한국어 버전 OST만큼은 디지몬 팬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마크로스 플러스 -무비 에디션-
감독 카와모리 쇼지, 와타나베 신이치로
목소리 출연 니시무라 토모히로, 하야시바라 메구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명성과 퀄리티를 확인하라
★★★☆
40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SF 로봇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시리즈. 그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1994년 작 <마크로스 플러스>를 국내 정식 개봉으로 만난다. 4편의 OVA를 재편집한 극장판 버전으로 유명 제작진이 참여해 셀애니메이션의 극치를 보여준다. 로맨스 묘사는 시대에 맞게 재평가되어야 하지만, 전설이 된 고공 전투와 버추얼 아이돌 장면은 여전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