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올드 오크
감독 켄 로치
출연 데이브 터너, 에블라 마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슈크란, 켄 로치
★★★★
번복하길 바라지만, 켄 로치 감독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공언한 작품.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미안해요, 리키>(2019)에 이은, 영국 북동부 지역을 배경으로 한 3부작의 마지막이다. 1980년대 대처리즘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은 그곳, 지금은 시리아에서 온 난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사진을 찍는 소녀 야라와 ‘올드 오크’라는 펍을 운영하는 TJ가 만나 마을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 영화가 엔딩에 내세우는 ‘용기’ ‘연대’ ‘저항’은 어쩌면 첫 장편 <불쌍한 암소>(1967)부터 마지막 영화까지 56년에 달하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요약하는 단어들일 듯. 그의 영화는 여전히 현실을 담아내고, 여전히 마음을 움직인다. 슈크란, 켄 로치. 당신의 영화로 먹먹했고, 가슴 아팠고, 감동했고,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슈크란’은 시리아어로 ‘고맙다’는 뜻)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여전히 믿고 싶은 말, 연대와 희망
★★★★
오랜 시간 노동자들의 현실과 노동 시장의 비인간성을 비추었던 ‘블루칼라의 시인'의 마지막 인사는, 세상의 모든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힘으로 향한다. 때론 보이지 않는 희망 때문에 고통스럽더라도, 혐오 대신 우정을 발휘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도, 폐허에서 다시 흙을 그러모으듯 내일을 함께 다져가는 일. 지속적인 절망을 품은 채로 조금씩 회복하려는 끈질긴 노력만이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 그 무엇일지 모른다. 연대와 저항을 통한 공동체의 재건.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이상적으로만 느껴지는 이 가치들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믿고 싶어진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슈크란, 켄 로치!
★★★☆
기존 켄 로치 영화에서 줄곧 탄압받아 온 ‘노동자 계급’이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난민’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다. 을과 을의 대립. ‘악덕 자본가 VS 노조’라는 고전적 의미의 대결 구도보다 암울하다. 약자들의 싸움으로 이득 보는 건 누구인가. 더 나빠진 세상 속에서 켄 로치는 연대의 추억을 소환한다. 그리고 희망한다. 그 과정에서 다소 작위적인 해결을 선보이긴 하지만, 우리 시대 약자들이 디딘 땅을 돌아보게 하는 노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뜨겁다. 켄 로치의 잠정적 은퇴작. 슈크란(‘고맙다’의 시리아어), 켄 로치.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거장의 마지막 외침
★★★★
켄 로치 감독은 마지막 작품에서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쉽고 친절하게 짚어준다. ‘용기, 연대, 저항’. 영국 북동부 폐광촌을 배경으로 주민들과 시리아 난민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와 공존의 길로 나아가는 모습은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오래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주인공 TJ의 일침 섞인 대사들은 현실 명언에 가깝다. 적어두고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할 말들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거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슈크란, 켄 로치 감독님.”
라이즈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
출연 마리옹 바르보, 메디 바키, 프랑수아 시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먹고 춤추고 사랑하라
★★★☆
무대에서 부상을 입고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된 발레리나의 이야기. 주인공 엘리즈는 새로운 관계, 새로운 관심사, 새로운 경험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통해 새로운 삶에 도달한다. 단조롭거나 다소 침울할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은 캐릭터와 디테일을 통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발레리나를 그만두고 요리 일을 하다가 우연히 접한 현대무용을 통해 다시 무대에 서게 되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주인공’의 서사는 진부하지만 공감과 위안을 준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삶의 다음 기회를 믿는 모두에게
★★★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어쩌면 한쪽 구석에서는 삶의 또 다른 기회가 펼쳐지고 있을지 모른다. 인생의 ‘다음 챕터’를 믿는 모두에게 전력을 다해 날아오를 수 있는 힘을 쥐여 주는 작품. 무난한 성장 영화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한 가운데, 무용 영화로서의 특장점이 빼어나다. 발레와 현대 무용이라는 장르, 무대와 연습실 등의 공간을 넘나들며 모든 움직임의 생동감을 탁월하게 포착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넘어져도 일어날 힘을 주는 영화
★★★☆
위기의 발레리나가 주인공이고 오프닝 타이틀부터 초반부까지 감도는 긴장감 때문에 <블랙 스완>(2010) 류의 심리 스릴러 아닐까 싶었는데 웬걸. 역경을 딛고 성장해 나아가는 청춘을 응원하는 밝고 유쾌한 프랑스 영화다. 춤과 예술, 꿈, 사랑, 가족, 시대의 메시지가 된 ‘꺾이지 않는 마음’까지 자유롭게 엮는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의 연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춤과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주연배우 마리옹 바르보의 실력도 출중하다. 삶을 긍정하는 기운이 가득해 힘들 때마다 찾아보고 싶은 영화다.
킹덤 3: 운명의 불꽃
감독 사토 신스케
출연 야마자키 켄토, 요시자와 료, 하시모토 칸나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4편으로 가는 관문
★★☆
18년째 연재 중인 하라 야스히사의 전쟁 역사 만화 <킹덤> 시리즈의 세 번째 실사판. 전반부는 원작 8권에 해당하는 영정의 과거 이야기와 암상인 시카의 에피소드, 후반부는 11~16권에서 다룬 진나라와 조나라의 격전을 그렸다. 인기 캐릭터 왕기 장군의 본격적인 활약과 주인공 신이 이끄는 특수부대 비신대의 임무 수행 장면이 볼거리다. 호화 캐스팅으로 캐릭터들이 막강해진 만큼 균형 잡힌 배치 전략이 절실하고, 대규모 전투 장면 연출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 보인다. 4편을 예고하는 킷카와 쿄지, 오구리 슌 등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든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감독 안노 히데아키
출연 오가타 메구미, 하야시바라 메구미, 미야무라 유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전설의 극장판
★★★☆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혁명을 일으킨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TV 완결판이자 구 극장판. 논란이 일었던 TV판의 마지막 2화를 다시 만들어 완결을 매듭지은 작품이다. TV시리즈가 남긴 의문을 해소하면서 잔인하고 폭력적인 묘사, 난해한 전개로 또 다른 충격파를 안긴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집념, 독창적 상상력, 실험적 연출이 응집해 일으키는 파급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무티: 주술 살인
감독 조지 갤로
출연 모건 프리먼, 콜 하우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잔혹한 오컬트 영화
★★☆
오컬트 영화의 판타지 요소와 현실적인 범죄 스릴러가 만난 영화. 여기에 신체 훼손의 하드고어 이미지가 결합되었다. 흑마술사와 기업가와 형사와 대학교수라는, 좀처럼 섞이기 힘든 캐릭터의 조합을 통해 독특한 톤의 장르 영화가 만들어졌다. 중반부까지 나름 긴장감을 지니고 진행되다가 후반부에서 무너지는 게 조금은 아쉽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느슨하다 못해 맥 빠지는 스릴러
★★
아프리카 흑마술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소년 소녀를 대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살인마를 잡으려는 형사들과 수사를 돕는 교수의 이야기인데, 시작부터 주요 캐릭터들의 균형이 맞지 않아 몰입이 쉽지 않다. 각본과 연출이 부족한 탓에 교수를 연기한 명배우 모건 프리먼의 존재감이 빛나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흑마술과 광신에 대한 묘사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불쾌감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