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기억하니? 9월의 그날들을…” 올해 당신이 보게 될 가장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로봇 드림〉

추아영기자
〈로봇 드림〉 포스터 (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로봇 드림〉 포스터 (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제76회 칸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인 <로봇 드림>이 3월 13일 개봉한다. <로봇 드림>은 뉴욕 맨해튼에 혼자 사는 도그가 반려 로봇을 만나며 누리는 꿈같은 일상과 우정을 그려낸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장편 콩트르상 부문 대상을 거머쥐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더해 제96회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해외에서 이미 작품성을 입증한 작품이다.


사라 바론의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한 <로봇 드림>은 개와 로봇을 주인공으로 삼아 우정의 이치를 또렷이 짚어낸 원작의 주제를 이어받았다.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은 원작에 대해 “이 이야기는 나를 울고 웃게 했으며, 무엇보다 우정을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존경을 표했다. 제96회 아카데미를 앞두고 의인화한 동물과 로봇으로 우정의 가치를 그려낸 영화 <로봇 드림>을 먼저 살펴보았다.


 

〈로봇 드림〉스틸컷
〈로봇 드림〉스틸컷


뉴욕 맨해튼에 혼자 사는 도그. 콘솔 게임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맥앤치즈와 콜라를 먹으며 TV를 보다가 잠드는 게 그의 저녁 일과다. 자신과 함께할 누군가가 옆에 있기를 바라던 도그는 TV를 보다가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둘이 된 도그의 일상은 180도로 달라진다. 뉴욕의 길거리를 같이 걷고, 공원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함께 춤을 춘다. 로봇은 처음 마주한 풍경에 생경해한다.


여느 날처럼 해수욕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위기의 상황에 처한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로봇이 깨어 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것. 어쩔 수 없이 도그는 로봇을 두고 해수욕장을 빠져나간다. 도그는 그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꾸만 일이 생긴다.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환상적이고도 애잔한 로봇의 꿈
 

〈로봇 드림〉스틸컷
〈로봇 드림〉스틸컷


해수욕장에 홀로 남은 로봇은 반복해서 꿈을 꾼다. 도그에게 돌아가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지만 번번이 좌절되고 마는 꿈을. 로봇은 꿈에서나마 도그를 몇 번이든 반복해서 찾아가지만, 도그는 로봇을 데려오려는 시도를 그친 이후 로봇을 한 번도 보러 가지 않는다. 도그는 그를 대신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 줄 새로운 대상을 물색한다. 친구와 연인, 새 로봇이 로봇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도그는 로봇을 잊어간다. 도그와 로봇의 대조는 로봇의 꿈을 더욱 애잔하게 만든다.
 

윈저 맥케이의 만화 「리틀 네모」
윈저 맥케이의 만화 「리틀 네모」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은 주인공 로봇의 꿈에 그의 영화관을 녹였다. 그는 “영화란 한 편의 꿈을 꾸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로봇의 꿈은 도그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로봇의 바람이 담긴 환상적이고 놀라운 무의식의 표현이다”고 언급했다. 또 감독은 윈저 맥케이의 만화 「리틀 네모」를 레퍼런스로 밝혔다. “윈저 맥케이가 어린 네모를 따라 독자를 데리고 가는 곳이 바로 꿈나라 ‘슬럼버랜드’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예상치 못한 서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로봇 드림>에서 우리의 목표도 같았다. 로봇의 꿈으로 관객들을 놀라움이 끊이지 않는 롤러코스터에 태우고 싶었다”.


그가 사랑한 모든 예술 작품에 바치는 오마주
 

〈로봇 드림〉(왼쪽) / 〈오즈의 마법사〉 스틸컷
〈로봇 드림〉(왼쪽) / 〈오즈의 마법사〉 스틸컷


<로봇 드림>은 곳곳에서 빅터 플레밍 감독의 명작 <오즈의 마법사>(1939)에 대한 오마주를 바친다. 도그와 로봇이 처음으로 같이 본 영화가 <오즈의 마법사>인 것부터 감독의 숨은 팬심이 드러난다. 도그와 함께 도시 곳곳을 누비는 로봇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와 함께 모험을 떠나며 심장을 얻고 마음에 대해 알게 된 양철 나무꾼과 같다. 처음에는 서툴렀던 로봇도 도그와 함께 지내며 여러 감정을 배워 간다. 또 반짝이는 성을 향해 노란 벽돌길이 나 있고, 길 양옆에는 꽃으로 가득 채워진 이미지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에메랄드 시로 향하는 노란 벽돌길을 떠올리게 만든다. 노란 벽돌길을 따라 피어 있던 꽃의 이미지는 일본의 화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렛 플라워>와도 닮아 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동화 「스노우맨」​
레이먼드 브릭스의 동화 「스노우맨」​


<로봇 드림>은 레이먼드 브릭스의 동화 「스노우맨」에도 오마주를 표했다. 「스노우맨」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한 소년이 정성껏 만든 눈사람이 살아 움직이면서 소년과 우정을 쌓는 이야기다. <로봇 드림>에서 도그의 거실 벽면에는 스노우맨을 그린 포스터가 붙어 있다. 또 스노우맨을 닮은 도그가 만든 눈사람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여 도그와 짧게나마 우정을 나눈다.
 

〈환상의 마로나〉(왼쪽) / 〈라라랜드〉 스틸컷
〈환상의 마로나〉(왼쪽) / 〈라라랜드〉 스틸컷


영화의 중반부에 들어서 도그가 새 로봇 틴과 함께하고, 로봇이 너구리 라스칼에 의해 새 삶을 얻는 플롯은 강아지 마로나가 세 명의 주인을 만나 다른 삶을 사는 이야기를 그려낸 <환상의 마로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로봇 드림>은 각자가 다른 사람의 곁에 머무는 행복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라라랜드>의 현실적인 결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1980년대 뉴욕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로봇 드림〉스틸컷
〈로봇 드림〉스틸컷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로봇드림>의 뉴욕은 지금은 사라진 쌍둥이 빌딩이 우뚝 서 있어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봇드림>은 인터넷이 생기기 이전 세계 문화의 수도였던 시절의 뉴욕을 재현했다. 도그는 1970~8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ab 콜라를 마시고, 당대 씨네필의 성지인 ‘킴스비디오’의 비디오를 빌려서 영화를 본다. 원작에서는 공간적 배경이 특정 도시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에 반해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은 과거 뉴욕에서 10년간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에 뉴욕을 향한 애정과 경의를 담아냈다. 감독은 “<로봇 드림>은 뉴욕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우리는 진정한 시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는 도그와 로봇의 걸음에 맞춰 시종일관 발랄하고 다채로운 뉴욕의 풍경과 리듬을 그려낸다.
 

〈로봇 드림〉스틸컷
〈로봇 드림〉스틸컷


아울러 감독은 “영화 속 뉴욕은 프로타고니스트이기도 하지만 안타고니스트이기도 하다”고 언급하며 뉴욕을 하나의 등장인물로 지목했다. 이는 해수욕장에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로봇을 집으로 데려가려는 도그의 모든 시도가 뉴욕의 도시 규율에 의해 가로막히는 영화 속 상황을 연상시킨다. <로봇 드림> 속 뉴욕은 자크 타티 감독의 영화 속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은 도시처럼 생생하게 존재한다.

 

뉴욕의 활기찬 분위기를 구현한 사운드와 음악
 

〈로봇 드림〉스틸컷
〈로봇 드림〉스틸컷


<로봇 드림>은 대사가 없는 만큼 사운드와 음악의 역할이 중요한 영화다. 영화는 사이렌 소리와 자동차 소리를 비롯하여 혼잡하고 온갖 소리로 꽉 차 있는 ‘소리의 정글’ 뉴욕을 고스란히 재현하면서도 좀처럼 지루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다. 이에 더해 보는 관객이 그 시공간에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까지 안긴다. 이렇게 <로봇 드림>의 사운드 디자인이 입체적인 데에는 감독과 전작 <아브라카다브라>(2017)를 함께한 사운드 디자이너 파비올라 오르도요(Fabiola Ordoyo)의 역할이 컸다. 실사 영화에서는 현장음이 기본을 잡아 주지만,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사운드 디자이너가 모든 소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비올라를 비롯한 사운드 팀은 80년대 뉴욕의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오래된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파헤치며 사운드스케이프를 구성했다.
 

〈로봇 드림〉스틸컷
〈로봇 드림〉스틸컷


<로봇 드림>에는 당대 디스코 음악 열풍을 일으킨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대표곡 ‘September’(셉템버, 9월)가 연신 흘러나온다. ‘September’는 1970-80년대 뉴욕의 활기찬 분위기를 구현하며 영화 전반에 사랑스러운 느낌을 배가한다. 또 곡의 중독성 강한 멜로디 라인은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머릿속에서 음악과 함께 영화의 장면을 자동으로 떠오르게 만든다. ‘September’가 영화의 주요 사운드트랙이 된 이유는 노래의 가사 첫 마디에 있다. ‘Do you remember?(기억나니)’ 로 시작하는 곡은 영화의 메인 테마인 기억을 담고 있다. 도그와 로봇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함께 춤을 출 때 나오는 음악 ‘September’에는 그들의 추억이 담겨 있다. ‘September’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반복 등장하며 스토리의 핵심 요소로 바뀐다.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은 “‘September’를 듣는 한 우리는 그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인생에서 우리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큰 유대감을 형성한다. 영화 <카사블랑카>에 파리와 ‘As Time Goes By’가 있다면, <로봇 드림>에는 뉴욕과 ‘September’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