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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 매력은 솔직한 것”〈댓글부대〉손석구

이진주기자
〈댓글부대〉손석구(출처=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댓글부대〉손석구(출처=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손석구가 기자로 돌아왔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댓글부대>는 대기업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로 판명 나 ‘기레기’로 전락한 임상진(손석구)이 해당 기사와 관련해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의 범죄 스릴러다. 영화는 십여 년간 기자 생활을 했던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총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 '여론조작'이라는 예민한 소재를 다룬 만큼 영화 <댓글부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우들에게도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손석구는 담담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솔직함이 매력인 배우 손석구, 그와의 대화를 전한다.

〈댓글부대〉
〈댓글부대〉

영화 <댓글부대>의 연출을 맡은 안국진 감독은 독특한 연출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안국진 감독에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심정은 어떠했나.

맞다. 안국진 감독님은 굉장히 독창적인 분이다. 제안을 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나를 개성 있게 보았기 때문에 제안을 하신 게 아닐까 싶어 기뻤다. 그리고 첫 만남을 가졌는데 의외의 면모가 있는 분이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 등 안국진 감독의 작품들은 사회적인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다룬다. 그래서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촬영장에서는 디테일을 중시하는 감독이다. 그런 모습이 참 좋았다. 배우로서 안 감독의 OK 사인에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영화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 「댓글부대」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과 영화는 후반부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어떻게 받아들였나.

영화의 대본을 받고 나서 소설을 접했다. 영화는 각색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그래서 거의 다른 작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다만,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영화의 것이 같다고 본다.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상업 영화로서 표현의 한계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도 각색과 연출 과정에서 감독님이 같은 주제를 가져갔다는 게 굉장히 스마트하다고 생각한다.

 

극 중에서 기자 역을 맡았다. 기자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영화를 준비하면서 기자에 대해 공부한 것은 90% 이상이 감독님이 미리 했던 취재를 통해 들은 것이다. 때문에 적어도 이 <댓글부대> 세계에서는 맞을 것이다. 몇몇 기자분을 만나거나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기도 했다. 그간 특정 직업인을 연기하며 항상 느끼는 것은 ‘사람은 다 똑같다’이다. 직업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 때문에 ‘기자’라는 전형적인 모습에 집착하지 않았다.

〈댓글부대〉손석구(출처=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댓글부대〉손석구(출처=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렇다면 본인만의 캐릭터 설계 포인트가 있나.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큰 설계를 해두고 촬영을 하며 계속 수정을 한다. 캐릭터들의 충돌로 드라마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캐릭터 설계를 시작할 때 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할법한 사람으로 설정한다. 그것이 관객과의 밀당이다. 영화 <댓글부대>의 임상진이라는 인물은 지극히 평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이야기에 공감해야 결말에서 각자의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상진을 적당한 허세와 야망 그리고 사명감이 있는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

 

작품 초반에 긴 내레이션이 특징적이다. 기존의 손석구가 보여주었던 연기 톤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다양한 버전으로 내레이션을 했다. 사회 고발 다큐에서 나올 법한 톤이나, 뉴스의 보도 형식, 친구와 담소 나누듯 편안한 톤까지 여러 방향으로 녹음을 했다. 그런데 한쪽으로 컨셉이 치우치는 순간 듣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정보 전달이 잘 되는 방향으로 택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포커스가 ‘팀 알렙’(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 부대)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 더 드러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텐데 그걸 누르고 관객들이 잘 따라올 수 있게 연기를 했다. 이런 부분을 염두 했나.

영화 <댓글부대>에 관객들이 몰입하게 되는 순간은 ‘팀 알렙’이 등장할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애피타이저와 같이 관객의 입맛을 돋아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곧 맛있는 음식이 나올 거야’라는 기대를 심어준 다음, 식당에서 나갈 때 잘 가라고 인사해 주는 정도이다. 그 안은 팀 알렙이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맡은 비중은 매번 다르지만 대중에게 크게 각인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몇 년에 한 번 정도라면 충분하다. 자칫 관객들을 지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부대〉팹택 역의 홍경(왼), 찡뻤킹 역의 김성철, 찻탓캇 역의 김동휘(오)
〈댓글부대〉팹택 역의 홍경(왼), 찡뻤킹 역의 김성철, 찻탓캇 역의 김동휘(오)

‘팀 알렙’의 멤버 찡뻤킹 역의 배우 김성철, 찻탓캇 역의 배우 김동휘, 팹택 역의 홍경 등과의 호흡은 어떠했나.

김성철은 정말 연기를 잘한다. 영화 <올빼미>에서부터 느꼈다. 홍경은 매우 동물적으로 연기하는 배우이고 김동휘는 그만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줄 안다. 각자 자신의 매력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은 무엇인가.

솔직한 것이다.

 

간혹은 솔직해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좀 억울했을 수도 있는데…

그걸 억울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미디어의 코어를 알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발짝 떨어져서 보는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미디어의 코어는 무엇인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잘 활용하면 굉장한 힘을 얻는다.

 

만약 실제 기자 생활을 한다면 어떤 분야를 취재하고 싶나.

종군기자가 되어 전쟁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 이라크에서 군 생활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군인들을 많이 보았고 그 현실을 겪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면들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실체를 파는 기자가 되면 어떨까 싶다.

〈언프레임드-재방송〉
〈언프레임드-재방송〉

2021년에는 영화 <언프레임드-재방송>으로 연출에 도전했다. 앞으로도 연출로서의 활동 계획이 있나.

감독에 엄청난 뜻을 두지는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연출 공부를 한 분들만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배우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연출적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영화 <언프레임드-재방송> 연출 경험이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배우들은 아무래도 작은 것에 함몰되기 쉽다. 그러나 연출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하등 중요하지 않다. 이것을 깨닫고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촬영을 했는데 굉장히 자유로웠다.

 

얼마 전 유튜브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해 ‘2년 안에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연극을 병행하는 이유가 있나.

재밌으니까 하는 것이다. 지난해 했던 연극 <나무 위의 군대>의 극장은 LG아트센터로 약 300석 규모의 소극장이었다. 이번에는 대극장에서 해보고 싶다. 나는 대중 예술가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많은 관객분들에게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영화 <댓글부대>에 대해 설명한다면.

멀리서 보면 웃기고, 가까이서 보면 무서운 영화이다. <댓글부대>를 보면서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댓글을 쓰는 가해자로 생각할 수도, 댓글의 피해자라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기자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도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시각이 있다는 점이 웃기다. 한편으로는 각자의 정답이 있지만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댓글부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현실 밀착형 작품이다. (원작 소설 「댓글부대」은 2010년대 초반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이렇게 사회 고발성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작업하는 것은 의미가 남다를 듯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영화가 많지 않다. 먼 미래나 먼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본다. 그 ‘무언가’는 관객의 몫이다. 어느 정도 사회적 기능을 하는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영화라는 매체의 위상을 높이고 영화 산업이 정체되지 않기 위해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