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영화

〈설계자〉 등 5월 마지막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설계자

감독 이요섭

출연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이현욱, 탕준상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부실시공의 흔적들

★★☆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는 확실하게 알겠는데, 그 메시지에 과하게 붙들려서 장르적 재미는 놓친 인상이다. 단서를 제대로 뿌리지도 않고 거두려고만 하다 보니 사건의 전말이 하나둘 드러나는 부분에서의 속 시원함도 약하다. 소모되거나 말끔하게 설명되지 않는 캐릭터들, 치밀하지 못해 삐걱거리는 플롯, 감정적으로 앞서가는 음악, 선택과 집중에서의 전략 실패 등 여러 군데에서 부실시공 흔적을 드러낸다.

 


 

드림 시나리오

감독 크리스토퍼 보글리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안 니콜슨, 릴리 버드, 마이클 세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욕망의 시나리오에 동참하시겠습니까 

★★★☆

모든 사람들의 꿈에 내가 나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해시태그 시그네>(2023)로 주목받은 노르웨이 출신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영어 영화 데뷔작으로 이번에도 기발하고 기괴한 상상력이 번뜩이는 블랙 코미디를 선보인다. 평범한 대학교수가 일약 꿈속의 남자가 되어 유명세를 얻다가 악몽의 주인공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통해 인정과 인기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요즘 세태를 풍자한다. <피그>(2020)부터 명배우의 본모습으로 돌아온 니콜라스 케이지가 또 한 번 쥐락펴락하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오늘부터 댄싱퀸

감독 오로라 고세

출연 리브 엘비라 쉬퍼순 라르손, 스툴라 하르비츠, 빌야르 크누센 브야달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춤추는 아이들

★★★

한 소녀가 춤을 통해 희열을 얻고, 상처받기도 하며, 결국은 성장하는 이야기. 노르웨이 영화다. 춤 자체를 스펙터클로 드러내기보다는, 춤을 추는 주인공의 내면과 그의 가족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춘다. 미나 역을 맡은 리브 엘비라 쉬퍼순 라르손의 순수한 연기가 영화의 많은 부분을 이끌고 간다. 춤 소재 영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의 감동적 퍼포먼스를 통해 깔끔하게 영화가 마무리된다. 가족과 함께 즐길 만한, 기분 좋은 가족영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껍데기를 깨려는 힘찬 움직임

★★★

껍데기를 하나 깨고 나오려는 존재의 힘찬 움직임 그 자체를 포착하는 에너지가 좋은 영화다.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대상을 만나고, 그 가운데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며 한 뼘 더 자라나는 성장의 순간을 경험해 본 모든 이들을 향한 토닥임이 있다. 극 중 주인공인 미나의 경우엔 춤이지만, 각자의 경우를 통과하면 내가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택했던 모든 과정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사건의 시작부터 갈등, 관계를 회복하는 결말까지 무난하게 사랑스러운 성장영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따라 하고 싶은 10대 성장 영화 

★★★☆

댄스 크루에 들어간 열두 살 소녀의 춤 도전기.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코미디 영화로 가족, 성장, 우정, 춤 이야기가 골고루 어우러져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다. 주인공과 더불어 친구, 가족, 선생님까지 모든 캐릭터가 전형적이긴 한데, 출연 배우들의 연기와 개성이 이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댄스 경연대회 장면은 예상 가능하면서도 마음 졸이며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원제목이자 아바의 명곡 ‘댄싱퀸’의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찬란한 내일로

감독 난니 모레티

출연 난니 모레티, 마거리타 부이, 실비오 올랜도, 마티유 아말릭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

이탈리아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 난니 모레티의 작품으로, 인생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영화감독 조반니 역을 맡아 직접 출연하는데, 조반니가 연출하는 ‘영화 속 영화’와 모레티가 만든 <찬란한 내일로>는 능수능란하게 그 경계를 오가며 이야기를 뜨개질해 나간다. 조반니 캐릭터의 ‘꼰대스러움’이 어쩌면 이 영화의 유머 포인트, 뮤지컬 요소가 결합되어, 영화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정치적이면서도 능수능란한 코미디. 한국에 대한 설정과 언급도 흥미롭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현재진행형 거장의 밝은 미래 

★★★☆

세계적으로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이 70대에 접어들면 어린 시절을 담은 회고록 성격의 영화를 내놓기 마련이다. 이탈리아의 거장 난니 모레티 감독은 예외인 듯하다. 신작 <찬란한 내일로>에선 아직까지 자신의 생활과 철학, OTT시대에 영화 만들기의 고충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으니 말이다. 극중 영화감독으로 출연해 그가 만든 영화들을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면서 웃음 주기도 빼놓지 않는다. 일면 고집스럽고 꼿꼿한 거장의 시선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향한다. 난니 모레티 감독만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정욕

감독 키시 요시유키

출연 이나가키 고로, 아라가키 유이, 이소무라 하야토, 사토 칸타, 히가시노 아야카, 이와세 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함께 산다는 것

★★☆

제목만 들으면 에로 영화처럼 들리지만 제목인 ‘정욕’(正欲)은 ‘바른 욕망’ 혹은 영화 속 대사를 빌면 ‘품어도 되는 욕망’ 정도의 의미가 될 듯하다. 아니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페티시에 대한 긍정적 표현일 수도 있다. 영화는 다섯 인물을 중심으로, 세 개의 스토리 라인이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후반부에 가면 의외의 방식으로 만난다. 이때까지의 빌드업 과정이 다소 길고 느리다는 점이 <정욕>의 아쉬운 점. 사회적 다양성이나 소통의 가능성 같은 만만치 않은 테마를 다룬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등의 원작자인 아사이 료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다름을 인정 않는 폐쇄성을 겨냥한 균열

★★★

소수자를 배척하고 ‘다른 것’에 폐쇄적인 일본 사회를 겨냥해 균열을 내는 물줄기. 폭넓게는 특정 국가를 떠나 모든 사회 공동체의 보수성을 꼬집는다. 영화는 가장 보통의 가치를 견고하게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 안에서 각자의 이유로 엇나가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진짜 얼굴을 바라보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여러 인물의 사연을 병치하다 보니 하나의 줄기를 따라가며 이입하긴 쉽지 않지만, 인물들의 상황과 무드를 공감각적으로 엮어내는 연출이 인상적인 장면이 더러 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인간의 욕망을 묻다

★★★

이 영화의 제목은 정욕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성적 욕망이 아니다. ‘바른 욕망’이다. 그렇다면 바른 욕망이란 무엇이고, 바르다는 것의 기준은 또 무엇인가. 등장인물들과 관객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 영화가 끝나고도 이어진다.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문제작으로 떠오른 아사이 료의 동명 장편 소설을 옮긴 영화는 남들과 다른 욕망을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침착한 태도로 전개한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이소무라 하야토의 내면연기가 인상적이다.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감독 유호 이시바시

출연 카라타 에리카, 이모우 하루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수고했어 오늘도

★★★

얼핏 보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일본 청년 세대의 프리터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삶의 의미라는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한다. 매일 야근에 지치던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이즈카. 이때 중학교 동창 오오토모를 우연히 만나면서 조금씩 삶의 활기를 되찾고, 남자 동료인 슌스케와도 관계도 조금씩 진전된다. 동정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영화.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2019)로 알려진 카라타 에리카가 주연을 맡은 영화. 그의 사적인 부분도 영화에 반영되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그래도 삶은 나아간다 

★★☆

일과 사람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타인의 온기다. 직장을 그만두고 목표와 희망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공허한 일상을 주변 사람들이 채우기 시작한다. 카타카 에리카가 중학교 동창, 아르바이트 동료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조금씩 일어설 준비를 하는 사회초년생으로 등장한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인물을 차분하게 소화하는 카타카 에리카의 연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 이야기>(2000)에서 대학 초년생을 연기한 마츠 다카코와 비견된다.


 

창가의 토토

감독 야쿠와 신노스케

출연 오노 리리아나, 야쿠쇼 코지, 오구리 슌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야만의 시대를 견디는 동심

★★★

일본의 저명한 방송인이자 평화운동가인 쿠로야나기 테츠코가 쓴 자전적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1933년생인 그는 2차대전 당시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의 ‘토모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주인공 토토의 캐릭터가 지닌 귀여움과 발랄함과 순수함이 감동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에 군국주의로 치닫던 당시 일본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세상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그리고 그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하는 토토의 동심이 뭉클하게 한다. 몸이 불편한 친구 야스아키와의 우정도 감동적인 대목.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 못지않은 시대 고증과 디테일이 인상적인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대를 건너온 애니메이션

★★★

20세기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자 한국에서도 20년 넘게 사랑받은 성장 소설의 고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난다. 방송인 구로야나키 테츠코의 유년 시절 실화가 신에이 동화의 작품으로 거듭났다. 전통을 지닌 제작사 작품답게 고전미가 돋보이고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 동화작가 이와사키 치히로가 원작 삽화로 그린 수채화풍의 토토가 워낙 유명하지만,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나는 토토는 훨씬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원작은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와 전인교육 메시지로 인기를 얻었으나, 1940년대 일본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감안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