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요즘 한국에서 스타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해외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고, 몇몇 스타들은 이 등용문을 통해 대중에게 사랑받기 시작했다. 해외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발굴한 스타 중 영화 관련 독특한 사연이 있는 사례를 모았다.
켈리 클락슨 & 저스틴 구아리니
<프럼 저스틴 투 켈리>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발굴한 최고의 스타라면 시즌 1의 우승자 켈리 클락슨일 것이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프로그램 첫 번째 우승자로 기록되며 일약 스타로 거듭났다. 이제는 TV 토크쇼의 진행자로도 승승장구하며 6년 넘게 <켈리 클락슨 쇼>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그가 정말 잊고 싶어 하는, 그리고 그의 팬들조차 쉬쉬하는 작품이 있는데 2003년 영화 <프럼 저스틴 투 켈리>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아메리칸 아이돌> 1회 우승자 켈리 클락슨과 준우승자 저스틴 구아리니가 출연했다. 두 사람이 주연으로 나온 이 로맨스 코미디 뮤지컬 영화는 플로리다에서 우연히 만난 '켈리'(당연히 켈리 클락슨)와 '저스틴'(역시 저스틴 구아리니)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둘 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준우승을 차지한 능력자이지만 연기는 사실상 초보였고 영화는 엉망진창이었기에 영화는 온갖 혹평을 받았다.
다만 이 두 사람을 마냥 욕하면 안되는데, 이 영화 출연이 <아메리칸 아이돌> 출연자들에게 걸려있는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켈리 클락슨은 가수 데뷔 후 일이 없을 때 단역 출연 등을 찾아보곤 했었지만, 어디까지나 생계를 위한 것이었고 연기에 큰 뜻이 없었기에 제작진 측에 '출연 계약은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심지어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지원자가 있었기에 그에게 양보하는 것도 제안했지만 결국 계약 때문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게 원치 않게 출연한 영화가 '근 25년 중 최악의 뮤지컬 영화'로 뽑히고 IMDb 평점 1.9점을 기록하는 등 온갖 수모와 비판까지 이어졌으니 켈리 클락슨과 저스틴 구아리니에겐 무척 아픈 손가락일 듯. (그래도 때때로 목소리 출연이나 특별 출연은 하고 있다).
판타지아 바리노
<컬러 퍼플>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3의 우승자 판타지아 바리노는 프로그램에 등장할 때부터 화제였다. 한참 젊은 나이에도 미혼모로 생계를 꾸려가는 모습과 소울이 한가득 담긴 테크니컬한 가창력은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우승자가 된 후 음반 발매에 이어 브로드웨이 무대에도 데뷔하는 등 바쁜 생활을 이어가며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2023년 출연한 영화 <컬러 퍼플>은 그에게도, 팬들에게도 의미가 깊다. <컬러 퍼플>은 그가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 앨리스 워커의 동명 소설은 198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했고, 200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재해석됐다. 판타지아 바리노는 2007~2008년 브로드웨이 공연과 2009~2010년 북미 투어 공연에서 셀리 역으로 출연했다.
그렇기에 그가 2023년 영화판에서 다시 셀리 역으로 돌아온 건 당시 무대에서 그의 셀리를 못 본 팬들에겐 선물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판타지아 본인은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심사숙고했단다. 그 시절 갑작스럽게 스타가 된 그는 산업에 완전히 녹아들기 어려웠고, 그런 변화를 맞이한 자신과 셀리를 연기하는 무게를 동시에 짊어져야 했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 그래서 처음에는 이 역을 다시 해야만 할까 고민했지만, 블리츠 바자울레 감독의 비전을 듣고 출연하게 됐다. 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컬러 퍼플>의 대표 넘버 '아임 히어'(I'm Here)를 40번 넘게 불러야 했다는데, 그동안 그가 겪은 세월과 셀리의 서사가 만나 한층 더 깊은 결을 내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니퍼 허드슨
<드림걸즈>


사실 판타지아 바리노가 우승한 시즌 3는 그 못지 않게 스타가 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제니퍼 허드슨은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3에서 7위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발성을 토대로 청중을 휘어잡는 가창력을 입증했고, 곧바로 영화 <드림걸즈>의 에피 화이트 역으로 캐스팅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즌 우승자 판타지아 바리노도 해당 캐릭터 오디션을 봤으나 배역을 받지 못했단다.
여성 3인조 그룹 '슈프림스'의 이야기를 극화한 <드림걸즈>에서 제니퍼 허드슨은 노래 실력은 훌륭하지만 그룹 내 입지는 디나 존스(비욘세)에게 밀리는 에피 화이트 역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비욘세, 제이미 폭스, 에디 머피라는 걸출한 주연 배우들 사이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영화가 공개된 후엔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로 입소문을 탔다. 극중 에피 화이트의 인생이 극적인 것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제니퍼 허드슨의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영화 전체를 압도할 정도로 강렬했다. 마침내 그는 그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고작 7위'를 준 <아메리칸 아이돌>이 도리어 재평가를 받기도.
앨런 리치슨

마지막은 조금 뜻밖의(?) 오디션 출신 배우를 소개한다. 앞선 스타들이 현재도 '가수'로서 열일하고 있다면, 이 사람은 출연 당시나 현재나 배우로서 활동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현재 프라임비디오 오리지널 <리처>에서 '잭 리처'로 압도적인 피지컬과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앨런 리치슨은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3에 참가했다. 상위 87명 안에 들어 본선 무대를 밟긴 했지만 광탈하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그는 <아메리칸 아이돌>이 악의적인 편집으로 자신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드라마 <스몰빌>에 아쿠아맨으로 캐스팅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닌자터틀>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행보를 이어갔다. 그리고 <DC 타이탄스> 등 애로우버스, 앞서 언급한 시리즈 <리처>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등에서 눈도장을 남기며 현재는 할리우드 최고의 상남자형 배우로 완전히 뿌리내리고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