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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등 6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하이재킹

감독 김성한

출연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모범적 정공법, 흐릿한 매력

★★★

둘로 나뉜 한반도의 특수한 비극 아래에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이재킹>은 그 사연 중 하나를 건져 올려 스크린에 성실히 빚어낸다. 실화에 상상력을 더해 공백을 채우고, 하이재킹 상황을 리얼타임으로 펼쳐 보이는 방식이다. 국가 이념이 개인의 불행과 부채감으로 이어지던 시대, 한 사람이 인간성을 저버리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끝까지 그것을 지켜내려 하는 과정이 상공에서 교차된다. 만듦새에 있어서 모범적인 정공법을 보여주지만 독자적 매력은 내내 흐릿하다. 캐릭터의 단선적 면모들을 배우들 개인의 능력치로 메워낸 구간이 적지 않아 보인다.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택들, 위기와 해소가 반복되는 구조가 기시감으로 먼저 다가온다는 점도 아쉽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기내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

★★★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두었기에 하이재킹 상황의 긴장감 이상으로 당시의 공기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항공 관련 안전법이 전무하던 때, 승객들은 신분증 확인 절차도 없이 비행기로 돌진하고 빨리 온 순서대로 자리를 선점한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납치 범죄가 횡행했고 분단국가인 한국은 납북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진다. 기내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바깥 영공을 전투기를 동원해 스펙터클하게 이용하고 내부에서도 폭발과 격투, 기장과 납치범의 머리싸움이 진행되면서 박진감을 놓치지 않는다. 아직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와 레드 콤플렉스로 인한 폭력 등 시대의 아픔 역시 짙게 깔린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헌신의 불시착

★★★

대중영화로서 <하이재킹>은 관객이 항공 재난 영화에서 보고 싶어 하는 비행기 액션은 물론 유머까지도 놓치지 않은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다. 1971년이라는 시대 공기도 비행기 안에 잘 태웠다. <1987> 각본을 쓰기도 한 김경찬 작가는 2년 텀을 두고 실제로 일어난 두 차례의 하이재킹 사건을 엮어서, 주인공인 파일럿 태주(하정우)를 ‘역지사지’로 몰고 간다. 이 영화가 두툼해지는 지점도 여기. <하이재킹>은 삶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인간의 선택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큰 결함이라면, 빌런 캐릭터 조형술이다. 범행 동기부터 전사(前史)까지 모든 게 너무 전형적으로 매만져진 터라, 비행기가 종종 맥 빠지게 휘청거린다.

 


프렌치 수프

감독 트란 안 훙

출연 줄리엣 비노쉬, 브느와 마지멜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눈과 귀로 음미하는 사랑의 예술

★★★★

자신이 이주한 나라에서, 그 나라의 가장 각별한 문화 중 하나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 트란 안 훙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면 이 작품은 단순한 ‘요리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프렌치 수프>는 감독이 베트남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프랑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세련된 영화적 방식으로 증명한 결과다. 짧고 빠른 영상의 리듬이 지배적인 시대에 부러 공들여 자세히 들여다보는 요리와 미식의 경험은 특별한 감흥이다. 그것은 사랑의 과정이자, 타인에게 마음을 전하는 가장 궁극의 수단이다. 안온하게 무르익은 사랑의 형태와, 음식이라는 예술을 빚어내는 이들을 향한 예우가 모자람 없이 담긴 영화다. 줄리엣 비노쉬와 브느와 마지멜의 실제 관계를 생각할 때 한층 애틋한 인상을 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시간을 들여 푹 끓여 낸 인생 한 접시

★★★★

미식연구가 도댕(브느와 마지멜)과 요리사 외제니(줄리엣 비노쉬)가 함께 한 20여 년의 세월이 향과 맛, 온기로 전해진다. 지극한 사랑은 한 사람만을 위해 공들인 코스 요리로, 한 마디의 불협화음조차 없는 완전한 소통은 부엌에 함께 선 두 사람의 호흡에서 드러난다. 사랑의 환희와 상실의 아픔, 그것을 극복하는 생의 의지까지 인생의 사계절을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낸 트란 안 훙 감독의 솜씨가 깊은 풍미를 자아낸다. 덕분에 군침 도는 음식의 향연에도 다 보고 나면 허기가 들기보다 소중한 이에게 정성 들여 한 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음식도 인생도 사랑도 이들처럼 정성껏 

★★★☆

음식 영화는 보는 이들을 배고프게 만들면 절반은 성공이다. 나머지는 기분 좋은 포만감을 주는 것인데 이 영화는 둘 다 충족시킨다. 19세기 말, 프랑스 요리사와 미식가의 주방으로 곧장 초대되어 프렌치 요리의 항연을 맘껏 즐기다가 이들의 성숙한 사랑에 흠뻑 빠져든다. 트란 안 홍 감독은 <그린 파파야 향기>(1994), 줄리엣 비노쉬는 <초콜릿>(2001)을 잇는 음식 영화 대표작을 남기게 됐다. 연륜 넘치는 감독과 배우가 만나 음식과 인생, 로맨스의 품위를 높인다. 

 


몽키맨

감독 데브 파텔

출연 데브 파텔, 샬토 코플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데브 파텔의 야심작, 아쉬운 뒷심 부족 

★★★

17년 차 연기파 배우 데브 파텔의 장편 연출 데뷔작. ‘청불 액션’에 제작, 각본, 주연까지 맡아 품어온 야심을 펼친다. 인도계 영국 배우인 그가 자신의 뿌리인 인도를 배경으로 인도 신화, 정치, 사회 문제를 히어로 복수극 안으로 끌어와 새로움을 꾀한 점이 인상적이다. 전반부는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장치를 총동원해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다. 다만 초반부터 총력을 기울인 탓인지 후반부는 이야기나 연출 면에서 힘이 달리고 만다. 

 


프리실라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케일리 스패니, 제이콥 엘로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소피아 코폴라’라는 확고한 스타일

★★★

모래성 같은 궁전 속 인형의 삶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해방시킨 여자, 프리실라 프레슬리. <프리실라>의 카메라는 그를 ‘세기의 연인’으로 만들었던 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와의 만남부터 이별까지를 순차적으로 따라간다. 로맨스의 순간보다 찰나의 달콤함이 사라진 이후 한 사람에게 남겨진 길고 위태로운 그림자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주목하려는 시도는 인물을 다루기에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화려함의 이면, 고독과 허무를 영상미의 영역으로 포획하는 소피아 코폴라의 여전한 취향과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둔다면 만족스러울 만한 영화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으리으리한 인형의 집을 나온 프리실라 

★★★☆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새로운 여성 주인공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부인이었던 프리실라 프레슬리다. 프리실라 프레슬리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엘비스와 프리실라의 첫 만남과 결혼 생활, 슈퍼스타의 연인에서 주체적 여성으로 변모하는 프리실라의 성장을 다뤘다. 화려한 비주얼과 스타일로 매혹하고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소피아 코폴라 특유의 연출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스타 커플의 화려한 삶, 독특한 애정 관계의 이면을 들추되 주인공 프리실라를 엘비스의 아내가 아닌 한 여성, 한 사람으로 온전히 이해하도록 이끈다.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감독 이타즈 요시미

목소리 출연 카와이다 나츠미, 오츠카 타케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백화점의 주토피아

★★★

온갖 종의 다양한 동물 손님들이 찾는 북극백화점에서 수습 안내원 아키노가 겪는 각양각색의 사연들이 펼쳐지는 애니메이션. 기승전결의 이야기보다는, 수많은 손님들과의 에피소드가 뜨개질 되듯 엮이며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VIA(Very Important Animal)이라는 표현이 드러내듯,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통해 환경적 위기를 환기시키며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캐릭터들에 안성맞춤인 귀여운 그림체와, 더빙판 성우들의 열연이 애니메이션 특유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꿈꾸는, ‘희망 버전’ <혹성 탈출>

★★★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뒤바뀐, ‘희망 편 <혹성 탈출>’이라 하면 과한 비유일까. 인간 직원이 동물 고객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화점이 배경이다. 신입 안내원의 고군분투 성장사인가 했던 영화는 주요 고객 대부분이 인간에 의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금 더 묵직한 메시지를 길어 올린다. 조금 과하게 느껴졌던 백화점 직원들의 손님 환대(물론, 일본은 서비스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가 멸종 동물에 대한 ‘인간의 참회’인가 싶어지는 것도 이 지점에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오랜 기간 함께한 지브리 스튜디오 작화 감독 출신 이타즈 요시미의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볼거리, 즐길 거리, 생각거리 다 있는 애니메이션 

★★★☆

동물 고객들을 응대하며 정식 직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화점 신입 안내원의 성장기. 동물을 고객으로 모시는 인간 직원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멸종 동물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해 작품에 개성을 더하면서 의미까지 던져준다. 귀엽고 유쾌한 동물 애니메이션이라고 단정 짓기엔 작화, 캐릭터, 메시지의 수준이 높고 뛰어나다. 주목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이타즈 요시미의 장편 데뷔작으로 애니메이터 출신 감독의 남다른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소룡-들

감독 데이빗 그레고리

출연 이소룡, 여소룡, 하종도, 거룡, 양소룡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아류의 미학

★★

정작 이소룡(브루스 리) 자신은 단 네 편의 영화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수많은 ‘짝퉁 이소룡들’이 나오는 아류작들은 수백 편에 이른다. 브루스 라이, 거룡, 여소룡, 양소룡, 흑룡, 브루스 로, 브론슨 리…. 1970년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아이콘이었던 이소룡의 대중문화적 파워와 그 영향력을 ‘아류’라는 키워드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동시에 ‘이소룡 닮은꼴’로 살아야 했던 그들의 애환과 사연과 진짜 삶을 보여준다. 이소룡 팬이라면 물론 구미가 당기겠지만, 영화 제작의 황금기였던 시대의 단면을 접하는 재미도 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소룡 아류의 역사

★★★☆

제목에 주의할 것. 전설적인 액션 스타 이소룡에 관한 다큐멘터리이긴 하지만 ‘가짜 이소룡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이소룡 아류 배우들과 아류작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소룡 사후에 이소룡 신드롬에 편승해 쏟아져나온 ‘브루스플로이테이션’ 장르를 흥미롭게 파헤친다. 가짜 이소룡을 연기했던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증언하는 촬영 뒷이야기인 만큼 재미를 보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1970년대 홍콩 영화 산업의 그늘과 홍콩 액션 영화의 역사와 자연스레 이어지는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소룡 키드’ ‘홍콩영화 키드’들에게 감흥을 줄 만한 자료 역할을 한다.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감독 조은성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재개발 vs. 재생

★★★

오래된 건물은 허물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 ‘국룰’인 대한민국에서, 도시 재생의 가치를 통해 낡은 건물들이 문화적 가치를 지니게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의 배경인 인천의 원도심 지역인 중구의 사례는, 충분히 기록할 만하다. 올드한 하드웨어에 새로운 문화적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킨 여러 시도들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이 결코 모순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열적 구성이 조금 장황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좀 더 짜임새 있는 구조가 아쉽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재개발 광풍과 인구 감소 시대에 전하는 이야기

★★★

욕망과 집착과 의견 충돌이 뒤엉킨 재개발 열차가 대한민국 국토를 실시간으로 달리며 과거 흔적을 지우고 있는 가운데, 다큐멘터리 <오래된 미래의 도시>는 그 사라져가는 것들에 깃든 가치를 돌아본다. 인천의 원도심 중구를 통해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모색하는 영화는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인 일본 쿠라시키와 오노미치도 직접 취재해 주제에 대한 해상도를 높였다. “재개발 얘기한 국회의원들은 그때 (선거에서) 다 붙었어요.” 경동율목 최해숙 주택 조합장의 인터뷰에서 도시의 미래가 정치인들의 선거전에 얼마나 휘둘리고 있는가도 확인할 수 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오래된 도시에 희망을 말하다

★★★

인천의 원도심 중구를 배경으로 도시재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재개발, 재건축 등 원도심이 가진 문제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시재생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실천 사례에 초점을 맞췄다. 인천의 도시 역사를 담은 기록 영화 성격을 띠면서 도시재생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도시 건축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영화의 진취적인 태도가 ‘아주 오래된 도시’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판문점

감독 송원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판문점을 제대로 알려주는 다큐멘터리 

★★★☆

한국전쟁 정전 71년이 지난 지금, 판문점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묻는 다큐멘터리 영화. 판문점의 유래부터 정전협정과 포로 송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등 판문점의 역사를 영상과 관련 인터뷰들로 되짚는다.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로 배우 박해일이 내레이션을 맡아 주목도를 높였다. 한반도 분단, 냉전, 남북 대화, 평화의 상징인 판문점이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가진 공간이 되어야 할지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