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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6호] 단편 경쟁 심사위원으로 BIFAN 찾은 〈나의 소녀시대〉 〈미스 샴푸〉 배우 송운화

“이제 〈나의 소녀시대〉로부터 멀리 더 멀리”

주성철편집장

​대만 청춘영화의 아이콘, <나의 소녀시대>(2016)의 송운화 배우가 심사위원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를 찾았다. 주걸륜, 계륜미 주연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이후 그가 연기한 ‘<나의 소녀시대>의 린전신’은 다시금 대만 청춘영화의 인기를 리부트시킨 캐릭터였다. <나의 소녀시대> 이후로도 <안녕, 나의 소녀>(2018), <나의 청춘은 너의 것>(2020),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2021)를 통해 변함없는 인기를 과시했고,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미스 샴푸>(2023)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변신을 시도했으며, 얼마 전에는 한국 배우 이홍내와 함께 출연한 한국과 대만의 합작영화 <아무도 모르는 집> 촬영을 끝냈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최신작인 <미스 샴푸>에서, 송운화는 대회를 준비하며 밤새 미용 연습을 하는 초보 헤어 스타일리스트로 등장한다. 그러다 우연히 조직폭력배의 목숨을 구한 뒤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다. <나의 소녀시대>에서 진심으로 ‘미래의 유덕화 부인’을 꿈꿨던 린전신처럼, 언제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춘의 모습이랄까. 어쩌면 송운화가 연기했던 그 모든 캐릭터에 변함 없는 응원을 보내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쉼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현실의 송운화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송운화 배우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송운화 배우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가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인연이 있고, 올해는 단편 경쟁 심사위원으로 BIFAN을 찾은 소감이 어떤가.

 

당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여서 한국에 올 수 없어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줌 인터뷰로 소통을 하긴 했는데, 팬들과 직접 대면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올해 심사위원 제안을 받고는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영화제에 오니 (벽에 걸려 있는 BIFAN 공식 포스터를 가리키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와우, 정말 멋진 포스터의 영화제다. 판타지 영화도 좋아하고 단편영화도 좋아하니까 영화제 내내 즐거울 것 같다.

 

장편이 아닌 단편 심사위원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단편영화의 매력을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또 심사위원으로서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실지도 궁금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이야기를 전달하고 창작자의 스타일도 보여줘야 하는 단편영화의 창의성을 사랑한다. 실제로 대학시절 단편 공모전에 참가했던 기억도 난다. 아무래도 장편 상업영화와 비교하면 주제나 소재 면에서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만든 사람의 개성이 전면에 드러난다. 돌이켜보면, 내가 영화에 빠져들게 된 계기도 과거 바로 그 공모전에 참가하면서였던 것 같다. 단편이라고 해서 예산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메우려고 했던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나의 소녀시대〉
〈나의 소녀시대〉

 

​여전히 ‘<나의 소녀시대>의 린전신’은 대만 청춘영화를 사랑하는 한국 팬들에게 상징적인 캐릭터로 남아 있다. 그 또한 어느덧 10여 년 전 영화인데, 지금 그때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어떤지 궁금하다.

 

<나의 소녀시대>는 내가 21살에 출연한 영화다. 린전신이라는 캐릭터는 매우 완벽했고, 캐스팅된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카메라 앞에 서 있던 모든 순간 행복했고, 앞으로 평생 배우로 살게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린전신은 내 청춘이고 가족이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는 속담이 있는데,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만약 내가 지금 린전신을 연기한다면, 외모나 나이 문제를 떠나서 절대 그런 느낌을 낼 수 없을 거다. 세상과 캐릭터를 바라보는 내 시각과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말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미스 샴푸〉
〈미스 샴푸〉

최근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2022)와 <미스 샴푸>(2023)를 통해 구파도 감독, 가진동 배우와 연이어 두 작품을 했다. 그들과 어떤 점이 잘 맞나.

 

오랜 시간 친숙하게 알아 왔을뿐더러, 특히 구파도 감독은 친오빠나 다름없다. 성격도 잘 맞고 디테일도 익숙하다. 좀 외계인 같은 면이 있긴 한데, (웃음) 항상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가진동도 친오빠 같긴 한데 뭔가 좀 큰오빠 같다. 나는 지금도 현장에서 늘 긴장하고 있는 편인데 편하게 안심시켜준다. 사실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를 준비할 때, 연인 역할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그런데 편하게 대해준 것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에너지도 느꼈다. 거의 스파크가 튀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고나 할까. (웃음)

 

넷플릭스 영화 <미스 샴푸>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당신의 최신작이다. 누아르 코미디라고나 할까, 여태껏 연기한 캐릭터와는 사뭇 달라서 흥미로웠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웠다면 <미스 샴푸>는 오히려 ‘찐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라는 작품 속 직업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 가위질하는 것부터 꼼꼼히 다 배웠다. 한때 실제로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적 있어서 굉장히 재밌고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장르 안에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전에 하지 않았던 과장된 동작도 해봤는데 ‘톡 쏘는 매운맛’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물론 리틀 스파이시 걸, ‘조금’(한국말로) 스파이시 걸이라고 보면 된다. (웃음)

 

송운화 배우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송운화 배우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요즘 배우로서 가진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

 

어려운 것을 힘겹게 잘 해내는 성취감도 중요한 만큼, 단순한 것을 매번 더 잘 해내는 안정감도 중요한데, 갈수록 후자에 이끌린다. 배우로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러면서 배우로서의 영감이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독서나 요리는 물론 언어 습득도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최근 미국 LA로 이주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잡념을 버리고 스스로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지금은 나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다. 어떻게 달라져서 돌아올지 나 자신도 궁금하다.